[3·1절 특별기고]3·1혁명 100주년에 띄우는 풍물 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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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2.27. 오후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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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온 고을의 풍물패 다들 모이긴 모였는가. 참말로 한 분도 안 빠지고 다들 모이긴 모였는데, 뭐라고? 앞이 안 보인다고. 옳거니, 온몸이 껍질로 들씌워져 있으니 앞이 보일 턱이 있는가? 보일 턱이 없지.

그렇다 꽹쇠여, 그대는 원캉 주어진 판은 깨버리는 울음이라. 맨 먼저 일어나 ‘탱~’ 그대들을 들씌운 껍질, 거짓의 껍질, 사기꾼의 껍질, 협잡꾼의 껍질이란 껍질은 관상 볼 게 뭣이 있다던가. 몽땅 그냥 깨트려버려라. 하지만 깨트려 놓고 보니 앞은 보이는데 길이 안 보일뿐더러 그나마 발을 내딛기만 하면 몽조리 꼬꾸라져 버리는 천 길 낭떠러지라. 거기서 삐져나올 데라곤 한번 빠지면 그 무엇도 못 헤어 나오는 옴짝달싹도 못하는 죽음의 늪이라.

그대여, 징재비 그대는 된캉 타고나기를 길라잡이가 아니던가. 한 번 울어 없는 길을 내는 길라잡이 ‘아리아리’가 아니냔 말일세. 그러니 딴 거 있는가. 제 몸을 스스로 쳐 길을 내시라. 그래도 길이 없으면 그대의 소리가 바로 새로 만들어질 길이라. 옳거니, 쩡~ 쩡 울리는 징이여, 있는 힘껏 후려치고 쌔려쳐 사람이 나아갈 길, 아니 역사가 나아갈 길을 만드시라. 하지만 그 길을 가다가 딱 한발이라도 멈칫하면 사람만 죽는 게 아니라네. 사람이 나아갈 길, 갈마(역사)가 죽나니.

이때 힘을 돋우는 건 바로 북밖에 더 있는가. 그러니 북이여, 떵~, 떵~, 떵~, 떵~, 떵~, 사람의 착한 힘, 사람의 어진 힘, 사람의 안간힘까지 몽조리 다 뽑아 올려라. 떵~ 떵~ 떵~ 떠덩떵~.

그런데 그렇게도 날래던 장구소리는 어찌 돼서 삐딱했는가. 그렇게도 다그치다가 암, 그렇게 되었구먼. 한쪽이 찢어져 그대의 배시때기를 대신 치느라 그렇구먼. 하지만 이 세상의 설운내(비극)와 어기찬 승리의 환호를 아울러 내는 불게(새납)소리와 어울린 그대의 그 장구소리는 그야말로 ‘모랏소리’라. 장구소리여, 비록 한쪽 귀가 찢어졌더라도 앞장서 후려치고 쌔려 치고 몰아쳐 마치 하늘과 땅을 맷돌처럼 박박, 이 썩어 문드러진 세상을, 돈이 사람의 주인이 된 세상을, 너도나도 그저 돈, 돈, 돈, 돈놀음을 먹이로 하늘땅을 맷돌처럼 한바탕 갈아엎는 소리.

‘왱 왱 찌 꿍’(아주 느리게) ‘왱 왱 찌꿍 찌꿍’(조금 느리게) ‘왱 왱 찌꿍찌꿍, 왱 왱 찌꿍찌꿍’(아주 빠르게).

다시 오는 3·1혁명 백년엔 우뚝 선 곳도 없고 뒤처진 곳도 없는 태평삼천리, 그리움에 쩔은 백옥 같은 님을 향해 올바른 미래, 어기찬 평화, 고루 잘사는 평등의 세상을 들이대시라! 있는 것들만 큰소리치는 세상이 아니라 착하고 어질고 그대로가 눈물겨운 이들만 사는 곳, 우리 모두가 이웃이요, 우리 모두가 다정한 벗들이 사는 땅, 그런 벗나래(세상)를 일구도록 풍물이여, 다 함께 들고 쳐 모든 잠자는 것들을 발칵 일깨우시라.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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