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격렬하게 저항했지만…여야 4당 끝내 표결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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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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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공수처법 심야 통과

정국급랭…막대한 후유증 예고
최장 330일 심의후 본회의 상정

논의과정서 일부 수정될수도
여야 무더기 고발 처리도 변수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사개특위 위원장)의 명패와 투표용지를 보좌진이 대리로 투표함에 넣고 있다. [이승환 기자]
내년 4월 열리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가 전격 개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 간 의견 대립이 첨예했던 공수처 설치 등 개혁 법안도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되게 됐다.

29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밤 10시 30분께 전체회의를 열어 고위공직자범죄(부패)수사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도 밤 10시 30분께 전체회의를 연 데 이어 자정이 넘어가자 차수를 변경해 30일 회의를 하고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5일부터 국회를 점거하고 물리적 충돌까지 불사하며 반발했지만 결국 패스트트랙 처리를 막는 데 실패했다.

여야 4당 사개특위·정개특위 위원들은 육탄 방어에 나선 한국당 의원들을 피해 회의실을 국회 본관 220호, 445호에서 604호, 506호로 옮겨 회의를 열었다. 뒤늦게 회의장에 진입한 한국당 정개특위·사개특위 위원들이 의사 진행 발언을 이어가며 반발했지만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은 표결을 강행했다. 정원 18명 중 한국당 위원을 제외한 11명이 찬성해 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 패스트트랙이 결정됐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일단 회의를 산회하고 차수를 변경해 표결 수순을 밟았다.

선거제·개혁 법안이 패스트트랙 궤도에 올라갔지만 본회의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야 4당 지도부가 패스트트랙 성사를 최우선 목표로 밀어붙이면서 당내 이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먼저 공수처 설치법은 원안에서 후퇴를 거듭한 탓에 민주당 내부 불만이 상당하다. 특히 막판에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 설치법을 패스트트랙 대상에 추가한 것을 두고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공수처에 제한적 기소권을 부여하는 쪽으로 양보했는데, 기소심의위원회를 설치해 기소 권한을 더욱 분산하는 내용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에 사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권은희 의원 안과 우리 안은 굉장히 큰 차이가 있어 받을 수 없다"며 "기소심의위가 혹시라도 공수처의 기소권을 약화시키는 게 아니냐"고 우려를 표명했다. 사개특위 위원장인 이상민 의원도 "바른미래당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쟁점이었으면 처음부터 제시하고 합의했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앞으로 법안심사 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지역구 의석수가 줄어드는 선거법 개정안은 전망이 더욱 불투명하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상실을 우려한 의원들이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여권의 한 중진 의원은 "패스트트랙으로 선거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이 기정사실화하면 일단 상황을 두고 보려던 의원들이 개인 득실에 따라 본격적으로 반대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다"면서 "당론과 별개로 대오에서 이탈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우려했다. 민주평화당은 이날 패스트트랙을 받아들이면서도 농어촌 지역에 대한 지역구 축소 보완 조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패스트트랙은 자체 공수처 설치 법안을 함께 처리하자는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제안을 더불어민주당·평화당 등이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권은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수처 설치 법안은 여야 4당 합의에 기초한 백혜련 의원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기본 골격은 같다. 그러나 공수처의 수사 대상·독립성·기소결정 과정 등에서 차이가 있다. 권 의원의 공수처 설치법은 수사 대상을 '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의 부패 범죄 또는 관련 범죄'로 규정했다. 기존 합의안에 규정한 '고위 공직자 범죄 등'이라는 문구에 비해 부패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기관 이름도 기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로 바꿨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여야 4당의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내년 총선 판도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당장 지역구 의석이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28석 줄어든다. 인구가 15만여 명을 밑도는 지역구가 우선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된다. 정개특위 소속 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지난 1월 인구 현황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수도권 10석(서울 7석, 경기 3석), 영남권 7석, 호남권 6석, 충청권 4석, 강원 1석이 각각 감소할 전망이다. 현재 수도권 122석 가운데 서울 35석, 인천 7석, 경기 37석 등 79석(64.8%)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트랙을 두고 국회에서 물리적 충돌 사태가 벌어지면서 여야 간 소송전이 펼쳐지고 있는 점도 총선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총선 피선거권을 제한받는 의원들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지난 26일 한국당 의원 18명을 고발한 데 이어 이날 2차로 의원 19명을 회의 방해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추가 고발했다.

[백상경 기자 / 이윤식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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