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 1년

‘박근혜 학습효과’ 밀실의 권위 벗고 시민 속으로

정환보 기자

달라진 대통령의 리더십

[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 1년]‘박근혜 학습효과’ 밀실의 권위 벗고 시민 속으로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1년 전과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달라진 점을 꼽는다면 ‘대통령이 교체됐다’일 것이다. 단지 사람만 교체된 것이 아니다. 1년 전 박근혜 대통령이 통치 기반으로 갖고 있던 권위주의와 비밀주의는 탄핵으로 모두 허물어졌다. 대통령 한 사람의 탄핵에 그친 것이 아니라 대통령 리더십도 함께 탄핵된 것이다. 빈자리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채워졌다.

■ 탈권위·소통…정상화된 리더십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은 정반대에서 출발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선거 다음날 곧바로 취임한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했다.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볼 수 없었던 대통령의 탈권위주의 행보에 시민들은 환호했다. 구내식당에서 식판을 들고 줄을 서 있거나,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걸으며 수석비서관들과 토론을 하는 대통령 모습은 낯설었다. 당연해 보이는 이 모습들도 오랜만이라 더 신선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토론회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왜 일어났느냐. 구중궁궐 청와대에 갇혀 최순실 같은 측근만 만나고 국민과 불통해 생긴 일”이라면서 ‘광화문 대통령’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약속대로 청와대는 50년 만에 앞길을 개방하고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을 추진 중이다.

대통령 일정도 낱낱이 공개하는 등 ‘비밀에 둘러싸인 권위주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다.

수석비서관들이 대통령 말씀을 열심히 받아 적기 바빴던 직전 청와대 풍경도 사라졌다. 대통령과 청와대 수석·보좌관들이 ‘노타이’ 차림으로 토론하는 모습이 익숙해질 정도가 됐다. 대통령 얼굴조차 보기 힘들어 서면보고가 중심이던 청와대가 바로잡힌 것이다.

문 대통령 리더십은 친근감에서도 나온다. 해외 순방 도중이나 휴가지에서 만난 남녀노소와 스스럼없이 웃으며 인사하는 문 대통령 이미지는 ‘소탈한 대통령’이다. 정치적 지지 여부를 떠나 국민들에게 ‘소통이 가능한 대통령’이라는 인상을 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 국가의 역할과 대통령

감정적인 차원뿐 아니라 정책에 반영되는 직접 소통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전 질문지 없이 즉문즉답을 시도한 취임 100일 기자회견, 국민인수위 취임 100일 대국민보고 토크쇼, 20만명 이상 추천 시 답변을 의무화한 국민청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처럼 갈등이 첨예한 사안에 대한 숙의민주주의도 도입했다. 하달식 지시가 중심이 된 국정운영이 아니라 여론 수렴 등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사회적 약자나 국가권력 피해자들에 대한 위무와 공감을 국가의 중요한 역할로 각인시키는 데도 대통령의 리더십이 있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가족을 포옹하는 모습,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세월호 유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해 사과한 것 등은 이전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그러나 전적으로 대통령 1인 리더십에만 의존하는 것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법과 제도에 의한 개혁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행정부 전반의 혁신과 입법부 다수를 구성하는 정치적 반대 세력과 협치가 있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직접민주주의를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야당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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