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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손흥민…직접 `골우물` 팠다

이용익 기자
입력 : 
2018-08-20 23:58:31
수정 : 
2018-08-21 21: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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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피스서 손흥민 결승골…키르기스스탄에 1대0 신승

주전 총출동에도 공격 답답…수비핵심 김민재 공백 우려
E조 2위…23일 이란과 16강
◆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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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과의 3차전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손흥민(왼쪽)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비로소 미소를 보이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김학범호가 결과는 물론 내용까지 중요했던 경기에서 겨우 결과만 잡았다.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하는 팀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도 아쉬운 모습이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반둥의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에 1대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조별 예선 2승1패를 기록한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이어 E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이날 말레이시아는 바레인에 2대3으로 패하기는 했으나 골 득실보다 승자승을 우선하는 대회 규정상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신중했지만 마음처럼 잘 풀리지 않은 경기였다. 2차전에서 체면을 구겼던 김 감독은 그동안 경기를 뛰지 않거나 나와도 교체로만 모습을 드러냈던 '에이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 넣으면서 반드시 승리를 챙기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했다. 전날 훈련을 앞두고 "대대적인 전술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던 대로였다. 이번 대회 4골을 터트리고 있는 황의조(감바 오사카)와 나상호(광주 FC)가 손흥민과 함께 공격 조합을 이뤘고, 중원과 수비에도 골키퍼 조현우(대구 FC) 등 주전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전술적으로도 스리백이 아닌 포백을 구성했다.

하지만 잔뜩 뒤로 내려앉은 키르기스스탄을 뚫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한국은 전반전 슈팅 수가 14대0이었을 정도로 경기를 주도했지만 그중 유효 슈팅은 2차례에 불과했을 만큼 효율성이 떨어졌다. 키르기스스탄의 빠른 역습에 살짝 당황하는 모습도 나왔다.

결국 어려운 순간 주장이자 에이스인 손흥민이 해결사로 나섰다. 손흥민은 후반 18분 장윤호(전북 현대)가 코너킥을 올리자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대포알 같은 발리 슈팅으로 이날의 유일한 골을 터트렸다. 이후에도 한국은 추가골을 위해 노력했지만 더 이상의 득점은 터트리지 못한 채 경기 종료 휘슬 소리를 들어야 했다. 전체 슈팅 숫자에서 26대4로 앞서고도 단 한 골에 그친 공격도, 수비와 공격을 제대로 돕지 못한 미드필더진도 아직 해결할 과제가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승리를 챙기는 과정에서 커다란 전력 손실이 있었다는 점도 지적받아야 한다. 수비라인 핵심인 김민재(전북 현대)는 전반 키르기스스탄의 역습을 막기 위해 태클을 했다가 경고를 받았다. 지난 말레이시아와의 2차전 경기에서도 경고를 받은 적이 있는 김민재는 결국 경고 누적으로 16강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6대0으로 손쉬운 승리를 거둔 바레인과의 1차전에서도 김민재가 빠진 뒤 수비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16강전에서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기에 김 감독의 머리가 아파지게 됐다.

경기를 마친 뒤 손흥민은 "수비에 준비를 많이 하고 나온 선수들을 상대로 골을 넣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면서도 "골을 넣고 이겨 다행이지만 이번 경기에서도 많이 부족했다. 16강부터는 다들 우승 후보라고 생각하고 더욱 강한 축구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한국이 E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면서 1위 팀이 한국을 상대해야 하는 F조에서는 때아닌 1위 피하기 '눈치 싸움'이 연출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조 1위를 차지하면 약체를 만날 수 있지만 우승 후보로 꼽히는 한국을 이르게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F조는 이날 오후 6시 일제히 최종전을 벌이기 전까지 이란이 1위(승점 4점), 사우디아라비아 2위(승점 4점), 미얀마 3위(승점 1점), 북한(승점 1점)이 4위였지만 마지막 날 실제 전력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란은 미얀마에 0대2로 패하고, 사우디도 북한에 0대3으로 패하면서 최종적으로 이란이 1위, 북한이 2위, 사우디가 3위를 차지하게 됐다.

결국 패하고도 1위가 된 이란은 23일 오후 9시 16강전에서 한국과 외나무다리 결전을 펼치게 됐다. 이란은 2002 부산 대회와 2006 도하 대회까지 두 번이나 한국의 발목을 잡은 전력이 있는 상대다. 이번에는 2020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와일드카드를 뽑지 않고 21세 이하 선수들로 팀을 구성해 최고 전력은 아니지만 체격 조건이 좋아 만만히 볼 수 없다. 2000년생으로 지난해 열린 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에 출전해 독일을 상대로 2골을 기록한 바 있는 유네스 델피(에스테그랄)는 향후 이란 축구를 이끌어나갈 재능 넘치는 선수로 꼽힌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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