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서 "세계 평화 기원" 헌법 수호는 언급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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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히토(德仁) 새 일왕(사진 왼쪽)이 1일 오전 도쿄 지요다구 고쿄(皇居) 규덴(宮殿) 내의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열린 즉위 행사의 하나인 '조현 의식'(朝見の儀)'에서 마사코 왕비가 지켜보는 가운데 첫 소감을 밝히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레이와(令和)’ 시대 연 나루히토(德仁·59) 새 일왕이 1일 “(일본)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 세계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라며 즉위 후 첫 소감(오코토바·お言葉)으로 ‘세계평화’를 언급했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현행 일본 헌법에 대한 수호 의지는 밝히지 않아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는 중이다.

일본 NHK 등 일본 현지 언론에 의하면 나루히토 일왕이 이날 오전 11시10분부터 약 10분간 이어진 조현의식에서 즉위사를 전했다.

행사는 일본 도쿄의 일왕 거처인 고쿄(皇居) 의 접견실 마쓰노마에서 진행됐다. 일본의 연호는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와 함께 1일 0시를 기해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헤이세이(平成)에서 나루히토 새 일왕의 레이와(令和)로 달라졌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오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한 정부 부처 대신(장관)과 지방단체장 등 국민대표들약 260여명을 처음 이 즉위식에서 만났다. 나루히토 일왕은 즉위사를 통해 부친인 아키히토 선왕과 역대 일왕들의 행보를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루히토 일왕은 “헌법에 따라 일본 국가 및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서약한다”라며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 그리고 세계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전날 퇴위한 아키히토 전 일왕이 1989년 1월 9일 즉위 후 첫 소감으로 “여러분과 함께 헌법을 지키고 평화와 복지 증진을 희망한다”라며 ‘헌법 수호의 메시지’를 던진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 왼쪽)가 1일 도쿄 황궁에서 나루히토 일왕의 첫 연설 후 국민대표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도쿄 교도=뉴시스

아베 총리는 이날 국민대표로 한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덴노 헤이카(天皇陛下·나루히토 새 일왕을 지칭)를 국가 및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우러러본다”라며 새 일왕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또한 아베 총리는 “격동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평화롭고, 희망 넘치고, 자부심 있는 일본의 빛나는 미래를, (그리고) 사람들이 아름답게 마음을 모으는 가운데 문화가 태어나고 자라는 (레이와) 시대를 만들어나가겠다는 결의”라고 밝혔다.

선왕과 달리 나루히토 새 일왕이 별도로 언급하지 않은 ‘헌법수호’발언과 관련해 태평양전쟁 종전 후인 1946년 11월 공포된 현행 일본 헌법(日本國憲法은 ‘평화 헌법’이라고도 불린다. 바로 제9조 1·2항에 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 평화를 성실히 이행하며, 국권의 발동에 의거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과 행사를 국제분쟁 해결을 위해서는 영구히 사용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또한 육해공군과 그 밖의 전력을 갖지 않는다고 명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2년부터 취임 중인 아베 총리가 이끄는 현 일본 정부와 여당은 ‘정상국가화’를 내세우며 전력으로서의 자위대 조항을 넣는 개헌을 추진 중에 있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일본 정부는 2015년 ‘안보법’을 개정해 평화헌법 해석을 변경했다. 이에 ‘집단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했다. 공격받았을 때만 최소한의 방위력을 행사하는 ‘전수방위’ 원칙을 사실상 사라졌다. 아베 총리는 여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내용을 담은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올 10월 22일 새 일왕 즉위를 대내외에 알리는 피로(披露) 의식을 연다. 이에 이날부터 10월 31일까지 대규모 축하 향연을 4차례에 걸쳐 마련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 부부가 주재하는 축하 만찬 행사는 10월 23일 5성급인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별도로 열린다. 10월 22일 도쿄 도심(고쿄~아카사카)에서는 새 일왕 부부의 카퍼레이드 행사가 펼쳐진다. 나루히토 새 일왕의 즉위 관련 의식은 11월 14일부터 15일 양일 간 일본 전통종교인 신도(神道) 성격의 추수 감사 의식인 '다이조사이'(大嘗祭)를 올리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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