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서 오영제로 악역 열연

외모부터 눈빛까지 파격 변신 호평

아이들에 보여줄 만한 영화 해보고파

배우 장동건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잘생긴 외모에 가려 배우로서 저평가된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장동건이 아닐까. 잘생긴 외모에 가려 종종 간과되곤 하지만 장동건은 국내 영화계에 결코 가볍지 않은 족적을 남긴 배우다. 그 바탕엔 끊임없이 ‘자기복제’를 경계하는 장동건의 숨은 고민이 있었다. ‘7년의 밤’을 선택한 이유도 색다른 이미지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처음 소설을 읽었을 당시엔 영화화 결정 전이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마자 ‘오영제를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민하고 섬세한 사이코패스인데 섹시한 매력도 있었거든요. 처음에 감독님께서 체중도 10kg 정도 불리고 M자 탈모 헤어라인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하셨어요. 좀 당혹스럽긴 했지만 저처럼 생긴 사람이 그런 역할을 했을 때 새로운 충격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결과적으로 장동건의 파격 변신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딸을 학대하는 잔인한 가정폭력범부터 딸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악마 오영제를 연기하며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살 떨리는 눈빛, 폭발적인 감정 연기로 등장하는 모든 신의 서스펜스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특히 류승룡(최현수 역)과 대립하며 소설 속 치밀하고 지독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감독님이 류승룡 씨랑 많이 친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만큼 감정적으로 정교한 작업이 필요한 작품이었죠. 촬영장에서 저는 오영제에 푹 빠져 있었어요. 나중에 쫑파티 때 어떤 분이 ‘진짜 예민한 분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털털한 성격인지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특히 장동건은 ‘7년의 밤’을 두고 “할 수 있는 건 다 쏟아냈다. 그런 의미에서 여한이 없다”고 털어놨다. 스스로의 연기에 식상함을 느꼈던 때 만난 ‘7년의 밤’으로 연기적인 갈증을 완전히 해소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는 손으로 빚은 듯 완벽한 외모로 영원하 청춘스타로 남을 수도 있었지만 매번 다양한 장르에서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 하는 노력파다. 장동건은 스스로의 배우 인생에 대해 “경력에 비해 작품 수가 적은 것 같다.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일단 해보는 정신도 필요한 것 같다”고 자평하며 여전히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사람들이 다 나만 보고 있는 것 같은 시절도 있었어요. 그때부터 나이 먹고 사라질 때를 대비했던 것 같아요. 다만 내려갈 때 조심히, 폼나게 내려가자는 생각이었죠. 제가 20대 때 한창 우쭐해있을 때 아버지가 농담처럼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야 너는 네가 제일 재밌게 사는 것 같지? 내가 더 재밌게 살아’라고요. 제가 지금 20대처럼 클럽가서 논다고 재밌겠어요? 그 나이대에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지난 2010년 고소영과 결혼해 이제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장동건. 인터뷰 내내 유독 눈에 띈 건 은은하게 빛나는 장동건의 눈빛이었다. 톱스타로서의 여유라기보다 편안하고 행복한 일상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생기였다. 실제로 장동건은 “20대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그냥 자연, 좋은 날씨, 미세먼지 없는 하늘 이런 것들이 삶의 행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엔 애들 사진 찍어줄 때 제일 행복해요. 찍고 사진을 예쁘게 보정해서 보관하고. 약속이 있어도 애들 잠들기 전에 얼굴을 보고 잠들면 나가고요. 애들이 서너살 때는 막 찍어도 다 예쁘던데 일곱살 되니까 조금 신경 써서 찍어야 돼요. 하하. 애들이 크는 게 뿌듯하면서도 이제 '다섯살의 얘는 없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 아쉽기도 하고요. 너무 센 영화만 계속 해서 언젠가 아이들에게 보여줄 만한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