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에 윤리 엄격해야

김시호 한국전력 사장직무대행이 올해 신년사에서 전환기를 맞아 혁신과 창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진은 김시호 대행ⓒ한전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김시호 한국전력 사장직무대행이 ‘표신입이’를 신년 화두로 정하고 “에너지, 디지털, 사업, 시스템을 바꾸는 데 혁신과 창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표신입이는 새것을 이야기하면서 기존과 다른 것을 만든다는 뜻이다. 김 대행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통념을 깨고 혁신과 창의를 도입해야 한다며 표신입이를 신년 화두로 선정했다.

그는 “과거의 영광이나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국가의 신재생 확산을 우리가 주도하면서 플랫폼 기반 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계통 설비 지능화와 해외사업 다각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행은 “지난 5년간 전임 사장님과 함께 잘 해온 것을 이어 올해 더 좋은 성과를 만들자”며 “머잖아 새 사장님이 오실 텐데 그때까지 각자 일에 매진하고 더 멋진 회사를 꾸려 나가자”고 독려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전환기일수록 공직 기강과 청렴 윤리를 더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며 “조직에 누를 끼칠 수 있는 근무 기강 해이나 부정부패가 발생하지 않도록 살펴달라”고 밝혔다.

다음은 신년사 전문이다.

사랑하는 한전 가족 여러분,

2018년, 무술년 새 날이 환하게 밝았습니다. 다들 좋은 꿈 꾸셨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원하시는 모든 일 다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지난 한 해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특히 아시아 각국과 중동, 미주,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멀리서 새해를 맞으시는 해외 근무 직원들의 수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항상 저희 한전을 응원하시는 광주전남 지역주민분들과 국민 여러분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해마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을 쓰게 마련이지만, 지난해에는 변화가 참 많았습니다. 4차산업혁명의 거대한 흐름이 본격화 됐으며, 에너지전환이라는 새로운 틀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거친 풍랑과 수많은 도전 속에서도 우리 회사는 많은 일을 했고 성과도 냈습니다만, 아쉽게도 지난 5년간 회사의 성장을 맨 앞에서 이끌어 오셨던 훌륭한 사장님을 떠나보내기도 했습니다.

자칫 변화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는 새로운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전 직원이 힘과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시대를 앞서나가기 위해 추진해 온 업(業)의 변화와 혁신은 흔들림 없이 더 힘차게 계속 되어야할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2017년은 ‘영과후진(盈科後進)’을 신년화두로 삼아 에너지생태계를 더욱 건강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한 한해였습니다. 본사를 나주로 옮긴 지 3년 조금 넘었는데, 광주전남 지역주민 분들이 따뜻하게 배려하고 성원해주셔서 뿌리를 잘 내렸습니다. 그 덕분에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발전’이라는 이전 초기의 목표를 차근차근 실현해오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온 빛가람에너지밸리 조성사업은 투자기업 유치 누적개수가 연초 목표인 250개를 크게 뛰어넘는 280여 개에 이르며 안정기에 진입했습니다. 뿌리를 튼튼하게 잡은 만큼 이제는 글로벌 에너지밸리로 만들어 나가야할 것입니다.

세계 유일의 전력산업 종합박람회인 ‘BIXPO’는 광주전남지역의 명물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했습니다. 4회째가 될 올해 11월에는 작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광주로 모여들어 신기술을 살펴보고, 비즈니스 네트워킹과 거래도 더 활발하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전은 바로 이 ‘BIXPO’에서 ‘KEPCO 에너지마켓플레이스’라는 신개념 사업모델을 지난해 런칭하고, 에너지 플랫폼 사업자로 발전하는 로드맵도 구체적으로 그렸습니다. BIXPO가 우리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선보이는 큰 무대이자, 글로벌 에너지 비즈니스의 중심 무대가 된 것입니다.

이뿐 아니라, 포브스 선정 ‘글로벌기업 2000’ 2위에 오르며, 아시아 전력회사중 유일하게 3년 연속 1위를 기록한 건 대외적으로도 크게 자랑할 만한 성과였습니다.

한전가족 여러분,

육십갑자로 살펴볼 때 2018년 올해는 무술년(戊戌年)입니다. 대조영이 발해를 건국(698)한 해이며,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을 끝낸(1598) 뜻깊은 해가 바로 무술년입니다.

우리 한전 역사상으로도, 무술년은 매우 중요한 해입니다. 고종 황제가 한성전기회사를 설립(1898)한 게 바로 무술년이었는데, 육십갑자를 두 번 돌아 우리 회사가 ‘창립 120주년’을 맞은 것입니다. 한전인으로서 감격스럽고 또 자랑스럽습니다.

통계를 보면, 100년 넘은 장수기업은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꼽기 어렵습니다. 전 세계로 통틀어도 400여 개에 불과합니다. 기업의 평균 수명이 30년이라는 걸 생각하면, 한전이 걸어온 120년이라는 장구한 역사는 실로 놀랍고, 그 시간의 깊이만으로도 큰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속학에서는 “무술년의 ‘무(戊)’가 인기를 모으는 황금색을 가리키고, ‘술(戌)’은 충성스럽고 친근한 동물인 개[犬]를 나타낸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무(戊)와 술(戌)이 합쳐진 올해를 ‘황금 개의 해’라고 부르는데, 황금 개는 책임감이 강하고 주변과 잘 어우러지는 좋은 기운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특히 ‘무(戊)’년이 들어가는 해에는 단군조선 개국(B.C.2333, 戊辰年)이나 신라 삼국통일(A.D.698, 戊辰年)과 같은 역사적 사건이 발생하는 등 한반도 국운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창립 120주년인 우리 한전에도 큰 발전과 행운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친애하는 한전가족 여러분,

지금은 패러다임 대전환의 시대입니다. 4차산업혁명과 에너지전환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융합하며, 공급자 중심의 대량생산은 소비자 중심의 맞춤생산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발전, 송배전, 판매라는 하나의 방향으로만 흐르던 전기가 이제는 에너지 플랫폼 위에서 양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소비자들은 전기를 직접 생산하고, 개인과 개인이 전기를 활발하게 사고 팔 수 있게 됩니다.

화력과 원자력이 중심이었던 전원믹스는 풍력과 태양광으로 점차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금융, 자동차, 통신, 건설 등 산업간 경계가 서서히 허물어지면서 새로운 경쟁자가 다수 진입하게 될 것이란 예측도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는데, 생각과 행동은 예전 그대로라면 그 조직은 미래에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우리 한전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질서를 이끌어야 합니다. 익숙한 틀을 과감하게 벗어나야 합니다. 2018년에는 에너지전환, 디지털전환, 사업전환, 시스템전환을 반드시 달성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과후진’을 잇는 올해의 신년화두를 ‘표신입이(標新立異)’라고 정했습니다. “새것을 이야기하고, 기존과 다른 것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통념을 깨고 ‘혁신과 창의’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면서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과거의 영광이나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국가 신재생확산을 우리 한전이 주도하고, 플랫폼기반 신(新)생태계를 조성하고, 계통설비 지능화와 해외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경쟁력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글로벌 인재를 조기에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이뿐 아니라, 세계인의 큰 축제이자 국가의 큰 행사인 평창동계올림픽도 이제 39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 한전은 올림픽 기간 중 전력공급에 한 치의 실수도 없도록, 혹시라도 미진한 데는 없는지 살피고 또 살펴봐야 합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열리길 다들 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선수들에게도 큰 박수 보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5년간 전임 사장님과 함께 잘 해온 것처럼, 올 한해 더 좋은 성과를 만들 수 있도록 모두 힘써 주십시오. 머지않아 새 사장님이 오실 텐데, 그 때까지 각자 맡은 일에 매진하면서 “더 멋진 회사를 함께 만들어 가자”라는 당부 말씀 드리겠습니다.

또한 지금과 같은 전환기일수록, 우리가 평소 잘 지켜왔던 공직기강과 청렴윤리를 더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조직에 누를 끼칠 수 있는, 근무기강 해이나 부정부패가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아보고 주변을 잘 살펴 주시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한전 가족 여러분,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외교, 그리고 대외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은 올해에도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한전은 수많은 어려움을 잘 이겨내 온 역사와 저력이 있는 기업입니다. 지금까지 잘해온 것처럼, ‘황금 개’의 기운으로 시대 흐름을 잘 살피고,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또 한 번의 성공 스토리를 다함께 써내려가야 하겠습니다.

무술년 한 해 동안 임직원 여러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가정에도 희망과 행운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편안한 마음으로 좋은 기운 많이 받으시고, 새해를 멋지게 펼쳐나가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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