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 총리가 15일 경북 성주를 방문한 가운데 사드 배치에 반발하고 있는 주민들이 황 총리 일행에 달걀을 던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교안 국무 총리가 15일 경북 성주를 방문한 가운데 사드 배치에 반발하고 있는 주민들이 황 총리 일행에 달걀을 던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교안 국무총리가 오늘(15일) 경북 성주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해 군민들에게 정부 입장을 설명하다 달걀세례를 받았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사드 배치에 반발하고 있는 성주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았지만 주민들로부터 물병·달걀 등을 맞으며 고초를 치렀다.

앞서 한미 양국이 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를 확정해 발표한 가운데 성주군민들은 전자파 등 여러 문제를 제기하며 강력한 항의를 이어왔다. 성주군민들은 혈서와 함께 국방부를 항의방문하고 국방부 장관에게 배치 지역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황교안 총리는 오전 11시쯤 성주군청에 도착해 지역주민에게 "전자파와 관련해 10번, 100번 점검할 것"이라며 이해를 부탁했다. 그러나 성주 주민들은 황 총리가 청사 앞에서 발언하던 중 달걀과 물병을 던지며 정부의 결정에 강하게 항의했다. 동행한 경호원들은 황 총리의 발언 내내 우산 등으로 날아드는 이물질을 막아내야 했다.

정부 고위직이 달걀세례를 받은 일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1991년 국무총리에 임명돼 임직 전 마지막 수업을 마친 정원식 전 총리가 대학생들의 밀가루·달걀 세례를 받은 ‘6·3 외대 사태’가 대표적이다.

1991년은 노태우 정권 후반부로 정부의 공안몰이가 시작되면서 학생운동이 격화되던 시점이었다. 여기에 그해 4월 명지대학교 강경대 학생이 경찰의 구타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5월에는 전국 대학에서 10명이 넘는 학생들이 분신을 택하는 이른바 ‘분신 정국’이 이어지면서 정권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

1989년 노태우 정권 당시 문교부 장관을 지내며 전교조 사태에 강경대응해 교사 1500명을 한꺼번에 해고했던 정원식 전 총리는 1991년 한국외국어대학 등에 시간강사로 강의를 하던 중이었다. 분신파동으로 노재봉 전직 총리가 사퇴하자 국무총리로 임명된 그는 그해 6월 3일 외대에서 마지막 수업을 했다.

그러나 정부와 문교부에 대한 반감으로 이미 이전부터 학생들의 표적이 된 정 전 총리는 이날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서 학생들로부터 밀가루·달걀을 비롯한 오물투척 세례를 받았다. 또 학생 15명은 가방으로 정 전 총리의 머리를 때리고 강제로 교실에서 끌고나와 운동장에서 폭행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당시 언론에 그대로 보도돼 학생운동권이 여론의 지탄을 받으면서, 전국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수그러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