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주의 분노’를 ‘지역감정’으로 호도한 황교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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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5.03. 오후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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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들이 3일 광주광역시 송정역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에서 시민들의 항의와 물세례를 받고, 역사로 피신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임 뒤 처음으로 3일 광주를 찾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시민들의 거센 항의와 물세례를 받았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제1 야당 대표에게 생수를 뿌려 봉변을 준 건 적절치 못한 행동이다. 하지만 여야 4당의 선거제도·검찰개혁 법안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규탄하는 순회투쟁 차원에서 광주를 찾아 문제 발언을 쏟아낸 황 대표와 자유한국당의 모습은 더욱 실망스럽다.

황 대표는 송정역 앞에서 “문재인 정부는 독단으로 국정과 국회를 운영하는 독재국가를 만들고자 한다”며 “이런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외쳤다. 더욱이 황 대표는 광주시민들에게 “자유를 지키기 위해 광주 전남 애국시민들께서 피 흘려 헌신하셨는데,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며 “우리 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 잘못된 입법부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법 절차에 따른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좌파 독재’로 규정한 것도 논란이 무성한데, 신군부의 총칼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민주항쟁을 장외투쟁을 합리화하는 데 끌어들인 발언으로 궤변에 가깝다. 광주시민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5·18 학살 전두환의 후예 자유한국당 해체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양심이 있다면 자유한국당이 이 자리에 와서 할 일은 무릎 꿇고 석고대죄 하는 일”이라고 외친 건 그런 분노의 표출이다. 5·18 희생자 유족들이 송정역 접견실로 피신한 황 대표에게 대화와 사과를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황 대표가 취임 뒤 첫 광주 방문을 이런 형태로 추진한 건 매우 유감이다. 자유한국당은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 등 ‘5·18 망언자’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 발포 책임자, 암매장 등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 규명을 위해 여야가 특별법까지 만든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출범을 8개월째 가로막는 것도 자유한국당이다. 위원 추천 기피, 무자격자 추천으로 위원회 구성조차 못 하고 있다. 이러고도 광주를 찾아 문재인 정권 심판에 동참하라고 외치는 건 염치없는 행동이다.

그런데도 황 대표는 광주를 떠나며 “한 나라인데 지역 간 갈등이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며 “광주시민도 단일민족인 한 나라가 나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변화의 새로운 미래로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시민은 하나 된 나라, 새로운 미래를 거부한 적이 없다. 황 대표는 자신을 향한 광주의 분노를 지역감정으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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