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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설립 당시 산울림소극장 모습(왼쪽)과 현재 모습. 산울림소극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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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66년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를 연출하고 1968년 ‘환절기’로 국립극단 작품 첫 연출을 맡는 등 60여년에 걸친 연극 인생을 통해 ‘사실주의 연극의 대가’란 명성을 쌓았다.
척박한 풍토의 우리나라 연극계에서 꾸준히 문제작을 소개해 온 서울 마포 산울림소극장은 임 대표가 불문학자인 아내 오증자 서울여대 명예교수와 함께 살던 서교동 집을 1985년 사재를 털어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 극장 건물로 신축한 문화공간.
연출가 임영웅과 뗄 수 없는 건 사뮈엘 베케트의 대표적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다. 1969년 12월 당시 한국일보 소극장에서 임 대표가 이 작품을 초연한 것을 계기로 극단 산울림이 창설됐다. 작가 사뮈엘 베케트가 초연 개막 직전 노벨상을 받으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임 대표는 ‘부조리’ ‘실존주의’같은 철학적 의미를 어렵게 강조하는 대신 인간의 조건과 삶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산울림극단의 이 공연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연극은 “신극 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현대연극의 막이 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 대표는 평소 인터뷰에서 “현대사회의 인간을 이 작품만큼 철저하고 깊이 있게 그리고 다양하게 그린 작품은 찾아볼 수 없다. 공연을 할 때마다 늘 신선하고 숨겨져 있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이후에도 끊임없이 고도를 기다리며를 새롭게 연출하며 ‘인생’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전개되는 보통 사람의 기쁨과 슬픔, 의혹과 진실의 실마리를 펼쳐놓았다. 1988년 서울국제연극제에 왔던 부조리극의 세계적 권위자 마틴 에슬린은 이 공연을 보고 “베케트의 철학은 비극적이긴 하지만 유쾌한 허무주의로 진전시킨 임영웅의 ‘고도’는 훌륭한 무대였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울림은 숱한 명배우의 보금자리이기도 했다. 창단 멤버는 황운헌 대표와 임 연출, 김성옥, 함현진, 김인태, 김무생, 사미자, 윤소정, 손숙, 윤여정 등. 이후 산울림에선 박정자, 윤석화, 김용림, 이용녀, 김무생, 오지명, 전무송, 주호성 등 빛나는 별 같은 원로 배우들이 활동했다.
산울림은 중·장년층 여성을 연극 무대 앞으로 불러모으는 데에도 큰 기여를 했다. ‘위기의 여자’ ‘숲속의 방’ ‘그대 아직 꿈꾸고 있는가’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딸에게 보내는 편지’ ‘담배 피우는 여자’ ‘그 여자’ 등으로 ‘여성연극의 산실’이란 명칭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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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 창단 50주년 기념행사의 시작은 ‘소극장 산울림과 함께한 연출가 임영웅 50년의 기록’ 전시회다.
다음달 7일부터 25일까지 마포아트센터 스튜디오Ⅲ에서 임 대표의 삶과 작품세계를 다각적으로 조명한다. 연출 인생 50년 연보를 시작으로 포스터, 리플렛, 의상, 공연사진, 신문기사, 수상 트로피 등 한국 연극사에서도 귀중한 의미를 가지는 실물자료 30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고도를 기다리며 초기 대본과 초연 리플렛, 연출노트 등이 영인본으로 전시된다. 또 고도를 기다리며의 현존 영상본 중 가장 초기본인 1988년 실황을 디지털데이터로 복원해 2018년 버전과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명동예술극장에선 다음달 9일부터 6월2일까지 국립극단 초청 공연으로 명배우 정동환, 이호성, 박용수, 안석환, 김명국, 정나진, 박윤석, 이민준 등이 나오는 고도를 기다리며가 무대에 오른다.
아울러 산울림은 한국 현대 연극의 역사와 함께하는 배우 및 관계자를 초청하는 토크 콘서트를 다음달 18일, 26일과 6월1일 연다.
1회는 ‘산울림의 고도, 50년 동안의 기다림’, 2회는 ‘산울림의 무대를 빛낸 여배우들’, 3회는 ‘산울림의 현재, 새로운 만남과 시도들’이 주제다. 임 대표 딸인 임수진 산울림 극장장은 “50년 동안 산울림을 사랑해온 관객들이 이번 공연, 전시, 토크 콘서트에 관심을 갖고 함께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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