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계모사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경찰ㆍ검찰은 왜 11살 소녀의 증언만 믿었나

입력 2014-04-1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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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계모 징역 10년, 칠곡계모사건

▲'칠곡 계모 의붓딸 학대 치사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린 11일,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숨진 어린이 관련 인터넷카페 회원들이 선고형량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8월 경북 칠곡에서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 등)로 구속기소된 계모 임모(36) 씨에게 징역 10년형이 선고된 가운데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궁금증을 자극하고 있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과 검찰이 고작 11살짜리의 증언만 믿고 친언니를 8살 여동생을 때려 죽인 주범인 것으로 결론지은 것 말이다. 아동 인권 사각지대의 안타까움과 공권력의 허점이 그대로 노출되는 부분이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김성엽 부장판사)는 11일 오전 열린 이른바 '칠곡계모사건' 선고공판에서 "혐의가 인정된다"며 계모 임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숨진 A양을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불구속기소된 친아버지(38)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종길 대구지법 공보판사는 "공소사실 가운데 상해치사 혐의를 법원이 인정한 판결"이라며 "범행이후 피고인들의 태도, 범행을 숨기려는 의도 등 사건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고려해 법의 엄중한 잣대로 판단하면서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정한 상해치사죄의 양형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고 말했다.

재판부의 이날 판결에 대해 대법원의 양형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한 것 치고는 너무나 가벼운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8세 아동을 죽음으로까지 몰고간 모진 학대에 대한 처벌에 대한 형량이 고작 10년인데다 검찰 구형량의 절반으로 깎였기 때문이다.

앞서 대구지검은 지난 7일 결심공판에서 계모 임 씨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 징역 20년을 구형했고, 임씨의 아동학대를 방치한 혐의로 기소된 A양의 친아버지에 대해서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구형량에 크게 못미치는 판결이 나온 만큼 법리 검토를 한 뒤 항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칠곡계모사건은 공권력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당초 검찰은 A양 언니가 "인형을 뺏기 위해 발로 차서 동생을 숨지게 했다"는 진술만을 근거로 언니를 기소했었다.

이 때문에 가장 억울한 것은 숨진 A양과 상습적인 학대와 동생의 살인누명까지 썼던 A양의 친언니일 것이다. A양의 친언니는 계모 임씨와 친부에게 학대당한 것도 모자라 계모에게 맞아죽은 동생을 자신이 때려 숨지게 했다고 거짓 진술까지 했다.

숨진 8살짜리 A양은 계모에게 온 몸을 구타당하는 과정에서 발로 배를 십 여 차례 이상 내려찍혀서 토하고 배가 부풀어 오르고 기절했지만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해 숨졌다. 그러나 사건 후 계모와 친부가 큰 딸인 11살짜리 언니에게 "너가 그렇게 했다"라고 경찰, 검찰 조사 과정, 법원 증언 과정에서 이야기하도록 강요했다.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하자 A양의 친언니는 "내가 했다"고 진술, 그 결과 상해치사로 처벌을 받았고, 계모 임씨는 관여하지 않은 상태로 재판이 진행됐다.

하지만 A양의 친언니가 심리치료를 받은 뒤 한국여성변호사회 변호인단에게 학대 사실 등을 털어놓으면서 진실은 세상에 밝혀지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계모 임씨 부부와 A양의 언니의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다각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고, 그동안 아동보호 전문기관들이 접수한 사건에 대한 기관 간 정보 공유가 미흡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숨진 A양과 언니의 주변인물과 학교 담임 선생님 등이 수 차례 수사기관에 신고를 했지만 친권제도 등 법적인 제약 때문에 사건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다 결심공판 이후에는 숨진 A양의 언니와 친모, 고모 등에 대한 과열 취재 경쟁으로 선정적인 내용이 보도되면서 이들은 다시한번 상처를 받아야했다.

각계에서 논란이 일자 뒤늦게 나라 차원의 대책이 마련될 조짐이다. 당정은 칠곡 계모 사건과 울산 계모 사건의 선고 공판 당일인 11일 긴급 회의를 열어 아동학대 방지·복지사각지대 해소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을 5000명 증원하는 한편 각 지방 경찰청에 성폭력 특별수사대처럼 아동 학대 사건의 전담 수사팀을 지정한다.

이와 함께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 여성변호사회, 대한신경정신과의사협회 등이 참여하는 다자 협의체를 구성해 피해 아동에 대한 치료, 법률, 의료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A양의 언니는 아동시설에서 지내며 미술과 음악 치료로 심리적 안정을 되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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