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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 111년만에 다우지수 `퇴장`…美 제조업 영광 뒤안길로

손재권,김덕식 기자
손재권,김덕식 기자
입력 : 
2018-06-20 17:54:26
수정 : 
2018-06-20 18: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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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자존심 `GE` 몰락, 시대변화 맞춰 변신 못한 탓…美 산업구조 변화 보여줘
헬스케어 월그린 신규편입…산업재업종은 5개서 4개로
초기 다우 종목 모두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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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조업의 대명사로 불렸던 GE가 미국 대표 기업으로 구성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산정 항목에서 제외됐다. GE는 1884년 다우지수 구성 기업에 포함돼 지금까지 유지돼온 유일한 기업이다. 미국 경제의 산증인이자 자존심으로 불려온 GE의 몰락은 미국 경제가 더 이상 제조업 위주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이자 세계 경제의 온도계로 평가받는 다우지수는 글로벌 산업 변화와 이에 따른 기업의 부침을 반영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P다우지수위원회는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에서 GE를 제외하고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를 편입하는 결정을 내리고 오는 26일부터 반영한다고 발표했다.

데이비드 블리처 S&P다우지수위원회 위원장은 "미국 경제가 변한 이후 소비자, 금융, 헬스케어, 기술 회사는 더욱 두드러지고 제조업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월그린은 다우지수에서 미국 경제의 소비자, 건강관리 부문을 대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산업재 분야는 기존 5개 회사에서 4개(보잉, 3M, 캐터필러,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로 줄었으며 헬스케어는 4개(유나이티드헬스그룹, 존스앤드존슨, 머크, 화이자)에서 5개로 늘었다.

다우지수는 산업재, 금융, 고객서비스, 기술, 헬스케어, 석유 및 가스, 소비재, 기초재료, 통신 등 각 분야에서 대표 기업 30곳을 선정한다. 증시를 대표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수 특성상 주당 가격이 높은 '알파벳'이나 '아마존' 등은 해당 기업 주가 등락폭에 따라 지수도 오르내릴 위험이 커 다우지수에 포함되지 않을 정도로 까다롭게 관리한다.

다우지수는 종목 최고가와 최저가 간 배율을 10대1 이하로 제한하는데 이번 퇴출도 이 규정에 따른 것이다. 다우지수 제조업 최고 주가(보잉·344.47달러)에 비해 GE는 이날 12.95달러로 2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WSJ는 "GE의 다우지수 제외는 한때 블루칩이자 미국 경제의 기둥이던 회사의 몰락을 상징하고, 월그린의 편입은 최근 글로벌 소비 경제 부상과 금융위기 이후 부채 조달을 통한 대형 인수·합병 붐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GE가 다우지수에서 제외된 것은 최근 주가와 실적 부진으로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다우지수 출범 당시 지수 산출에 포함된 후 110년 이상 살아남은 유일한 회사이자 한때 미국 시가총액 1위 회사의 퇴출이라는 점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GE는 1884년 다우지수 출범 당시 12개 회사에 포함됐다.

이번에 제외됨으로써 다우평균지수가 만들어진 1896년의 오리지널 구성 항목은 모두 사라지게 됐다.

GE는 비주력 금융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문어발식 사업 다각화를 추진한 과거 성장 전략의 후유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만 순손실 98억3000만달러(약 10조8985억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으로 GE 주가는 지난 1년간 55% 이상, 올해만 26%나 하락했고 이 기간 시총은 1000억달러 이상 날아갔다. 이는 미국 경제 호황으로 같은 기간 32% 넘게 뛴 다우지수와 대조를 이뤘다. GE 주가는 현재 다우지수 구성 종목 30개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투자회사 파 밀러&워싱턴의 마이클 파 사장은 "GE는 더 이상 미국에서 중요한 기업 중 하나가 될 자격이 없다. 기술기업이 주도적인 경제에서 제조업이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혁신의 아이콘'이던 GE는 이제 혁신의 대상이 됐다. GE는 지난해 8월 전임 제프리 이멀트 회장 대신에 존 플래너리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해 GE의 상징과도 같던 '전구' 사업 등 10개가 넘는 사업을 정리하고 전력 부문에서 1만2000명을 감원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지난 3월엔 "핵심 사업인 전력, 항공, 헬스케어 등을 분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사실상 그룹 해체 계획을 발표했지만 한번 꺾인 주가를 되돌릴 수 없었다.

보험 부문에서 150억달러 규모 우발채무가 발견된 데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GE 지분 전량을 처분한 것도 GE 몰락을 부채질했다.

GE가 저력을 발휘해 구조조정에 성공해도 '제조업의 상징' '미국 경제의 대표'로 불리던 과거 GE로 돌아가긴 힘들다는 분석이다.

■ <용어 설명> ▷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 미국 다우존스사가 뉴욕증권시장에 상장된 우량기업 주식 30개 종목을 표본으로 시장가격을 평균해 산출하는 세계적인 주가지수다. 미국 기업 경제를 대변하는 대표적 지수 중 하나로 세계 경제 및 주식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 서울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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