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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를 상징하는 6색 무지개 깃발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6색 무지개 깃발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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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급격히 떠오른 이슈가 있다. 바로 '성소수자'이다. 지난 1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던 서울퀴어문화축제를 계기로, '성소수자 뜻'이라는 두 단어가 7월 14일 오후 9시 34분을 기점으로 약 11분간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의 자리를 지켰다. 그 밑으로는 '성소수자', '퀴어축제'와 같은 연관 검색어가 자리하였다.

그러나 이슈의 유행에 비해 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은 듯 하다. 검색어 1위가 '성소수자 뜻'이라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도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한 지난 18년에 비교하면 성소수자들에게는 그도 축하할 만한 일일 수 있겠지만, 갑작스러운 관심은 때로는 위협으로 다가온다. 성소수자라는 이슈에 대한 관심이 퍼지는 속도에 비례하여 그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 역시도 빠르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로잡는다는 의미에서, 이 글 뒤로 이어질 몇 편의 글에서는 다양한 성소수자들에 대한 오해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렇지만 성소수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이 사용하는 말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성소수자라는 단어에서부터 시작하여, 그들에 대한 기초 개념들에 대해 설명해보려 한다.

1. 성소수자(퀴어)란 무엇인가?

성소수자는 성적 지향성이나 성정체성에 있어 사회가 정한 규준에서 벗어난 이들을 칭하는 단어이다. 우리 사회는 자신과 다른 성별의 사람을 사랑하고, 태어날 때 정해진 성별과 자신이 인지하는 성별이 일치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이 표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우리는 성소수자라고 부른다.

한편 '퀴어(Queer)'라는 단어는 본래 '기묘한', '괴상한'이라는 뜻을 가진다. 이를 따서 성소수자들을 괴상한 사람들이라고 낮추어 부르기 시작했는데, 역으로 성소수자들이 이 단어를 자신들을 칭하는 단어로 스스로 사용하여 그 의미를 전복시켜 이제는 성소수자 전체를 묶어 이르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2. 성적 지향성 VS. 성정체성

위에서 언급된 단어들 중 생소한 것이 둘 있을 것이다. 성적 지향성과 성정체성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말일까?

성적 지향성은 자신이 어떠한 성별에 끌리는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성적 지향이 같은 성별에만 향해 있다면 (즉, 같은 성별의 사람에게만 끌림을 느낀다면) 그 사람은 동성애자일 것이다. 다른 성별에게만 끌림을 느낀다면 이성애자, 둘 이상의 성별(남과 여 이외의 성별에 대해서는 이후 다룰 것이다)에게 끌린다면 양성애자, 모든 성별에게 끌린다면 범성애자, 그 어떤 성별에도 끌림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무성애자라고 불리는 식이다. 더 자세하게 들어가면 로맨틱 끌림과 섹슈얼 끌림으로 나뉘는데, 이는 다음 항목에서 다룬다.

이와 달리 성정체성은 자신을 어떤 성별로 여기는지에 관계되어 있다. 주로 태어날 때의 외관으로 정해진 지정성별과 자신이 정하는 성별인 젠더(Gender)의 일치와 불일치를 따지는데, 일치하면 시스젠더(Cisgender), 불일치하면 트랜스젠더(Transgender)라고 불린다. (접두사 'Cis-'는 '같은 쪽', 'Trans-'는 '다른 쪽'을 의미한다.)

3. 로맨틱 끌림 VS. 섹슈얼 끌림

이제 성적 지향성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성적 지향성은 그 성질에 따라 로맨틱(Romantic) 끌림과 섹슈얼(Sexual) 끌림으로 나뉜다. 영어 단어의 뜻에 따라 생각하면 단순하다. 로맨틱 끌림은 말 그대로 로맨틱한, 정신적인 끌림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반대로 섹슈얼 끌림은 성적인 면에서의 끌림이다. 이 둘을 나누는 이유는 그 둘이 반드시 일치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성소수자 하면 흔히 생각하는 '동성애'는 '동성'에 대한 '성애'이므로 섹슈얼 끌림이 동성에게 향해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영어 단어로 표현하자면 호모섹슈얼(Homosexual ; 접두사 '호모Homo-'는 같음을 의미한다)이다. 반대로 이성애는 헤테로섹슈얼(Heterosexual ; 마찬가지로 '헤테로Hetero-'는 다름을 의미한다)이다.

이는 로맨틱 끌림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호모로맨틱(Homoromantic)은 같은 성별에게 로맨틱한 끌림을 느끼는 것을 뜻하며, 헤테로로맨틱(Heteroromantic)은 다른 성별에게 로맨틱한 끌림을 느낀다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이 두 끌림을 합쳐서 자신이 어떠한 대상에 대한 끌림을 느끼는지에 대해 표현한다. 참고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표준'은 헤테로로맨틱 헤테로섹슈얼로, 로맨틱 끌림과 섹슈얼 끌림 모두 다른 성별을 향해 있음을 뜻한다.

4. 끌림의 방향을 나타내는 다양한 접두사
  

그렇다면 양성애자와 같이 두 가지 이상의 성별에 끌림을 느끼거나, 아예 끌림을 느끼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표현될까? 그럴 때를 대비하여, 호모와 헤테로 이외에도 바이(Bi-), 폴리(Poly-), 팬(Pan-), 에이(A-) 등의 다양한 접두사가 존재한다.

각각을 간략하게 살피자면 다음과 같다.    

   ● 바이(Bi-) : '양성'. 두 가지 이상의 성별에 끌림을 느낀다. 본래 남과 여 두 가지 성별에 끌림을 느낀다는 것을 말하는 단어였으나 다양한 젠더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뜻이 변화하였다.

   ● 폴리(Poly-) : '다성'. 여러가지 성별에 끌림을 느낀다. 바이가 두 가지 성별에 대한 끌림을 나타냈을 당시 그 이상의 성별에 대한 끌림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었으나, 현재는 바이에 포함된다.

   ● 팬(Pan-) : '범성'. 성별에 관계없이 끌림을 느낀다. 바이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 에이(A-) : '무성'. 성별에 관계없이 끌림을 느끼지 않는다. 가끔 끌림을 느끼는 그레이(Gray-), 특정 대상에 대해서만 끌림을 느끼는 데미(Demi-) 등을 포함한다.

필자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팬로맨틱 팬섹슈얼, 즉 성별에 관계없이 로맨틱하고 섹슈얼한 끌림을 느끼는 사람이다. 로맨틱과 섹슈얼의 접두사가 서로 다를 수도 있다. 폴리로맨틱 에이섹슈얼이라고 하면 다양한 성별의 사람에게 로맨틱한 끌림을 느끼지만, 그들에게 성적인 끌림을 느끼지는 않는 사람인 식이다.

5. 그러나, 모두 같은 사람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떠나 성소수자에 대해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다. 바로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비록 서로 다른 사람에 대해 끌림을 느끼며 다른 성별이라고 스스로를 여기지만, 우리는 각각 모두 하나의 인격체이다.

그렇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그 당사자에게 절망적일 정도이다.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말은 물론이거니와 에이즈 등 질병의 원인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앞으로의 글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이러한 편견을 다루어 그 진위를 밝히고,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 모두 서로 사람 대 사람으로 다가갈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우리는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존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태그:#성소수자_오해와_진실, #성소수자, #퀴어, #동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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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길냥이 집사이자 사회적 소수자. 제 시점의, 제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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