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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최저임금 동결을" 41%…"탄력근로 1년으로" 45%

서찬동,안병준,조성호,양연호 기자
입력 : 
2018-12-18 17:46:53
수정 : 
2018-12-18 21: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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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정책 변화 원하는 中企

중기 CEO 10명중 9명이
"최저임금 인상률 낮아져야"

"3개월 탄력근로는 현실무시"
69%가 "단위기간 확대를"

정부, 中企 성장 바란다면
"노동정책 속도조절" 55곳
◆ 중기CEO 100명 설문 ◆

사진설명
"가구 업계는 1년 열두 달 매출이 균등한 것이 아니라 12월부터 3월까지 4개월간 매출이 1년 전체 중 40% 이상 일어납니다. 사무실이 연초에 새로운 가구를 들여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때 밤을 새우며 작업해야 물량을 맞추는데 이렇게 특성을 감안해서 정책을 짜야 하는 것 아닙니까. 현지조사나 해봤습니까." 국내에서 대부분 공장을 운영하는 가구 제조 중견기업 A대표는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A대표는 "정부가 업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 것 같다"며 "가구 업계는 성수기와 비수기가 명확한데 성수기에는 지금 같은 정책으론 문 닫으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A대표 지적대로 매일경제가 실시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100명 설문조사에서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에 대해서는 업종 특성을 반영해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절반에 가까운 45%가 탄력근로제를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6개월로 확대해야 한다고 답한 기업이 19%, 10개월로 확대해야 한다고 답한 기업이 5%를 차지했다. 결국 중기 CEO 중 69%가 탄련근로제 기간을 현행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현행(3개월) 유지가 적절하다고 답한 기업은 26%에 그쳤다.

전문직 숙련 노동자가 필요한 업계는 특히 탄력근로제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우리 업종은 전문직 종사자가 많아 매출 중 70%가 인건비로 할당된다"며 "특정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이런 전문직이 몇 달 동안 총력을 다해야 하는데 현재의 선택적 근로제, 탄력근로제로는 프로젝트를 따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인 공모에서 프로젝트를 따내려면 단순히 노동자를 늘리는 인해전술보다는 전문가들의 피를 토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고용 창출을 하는 것도 좋지만 각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기 CEO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내년에 2020년 최저임금 인상폭을 정할 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인상 수준을 물어보니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41%에 달했다. 0~5% 인상이라고 답한 기업은 39%로 중소기업 대부분이 동결이나 5% 이하 소폭 인상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자재 제조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기업의 대표는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 건설경기는 물론, 국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며 "2년 연속 급격히 올렸으니 이젠 동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냉동설비 제조업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는 최저임금을 7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외국인 노동자는 소득주도성장과 무관하게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대부분 본국으로 송금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중기 CEO들은 정부의 노동정책이 지나치게 빨라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구업체 A대표는 "현재 정부의 노동정책은 업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빨리 달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구 하나만으로 중견기업으로 거듭날 정도로 국가 경제에 기여했지만 업종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 때문에 사업하는 게 진짜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가구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한데 노동 조건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며 "특히 우리 업계는 현장에서 작업하는 노동자가 많아서 급여 인상이나 근로시간이 100%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설문조사에서도 중소기업 성장을 위해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내수 활성화(복수응답 61곳)에 이어 노동현안·임금 정책 속도 조절(복수응답 55곳)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중견·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력난 역시 정부의 해결 과제로 꼽았다. 기계제조업을 운영하는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신입사원 대졸 초봉을 3600만원에 보너스까지 하면 4000만원까지 주는데 사람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교육체계 자체가 제조 중견·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양성하지 않는 체계로 자리 잡혀서 교육과 산업의 미스매치가 크다는 것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제조업체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중견·중소기업 입장에서는 52시간 동안 일할 사람 구하는 것도 하늘에 별 따기"라며 "외국인 노동자를 추가로 채용할 수 있게 해주는 등 인력난을 해소할 방법부터 찾아주고 근로시간 단축을 얘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용 기계를 제조하는 중소기업 관계자는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낸다고 해도 일할 사람이 없어 포기해야 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서찬동 차장(팀장) / 안병준 기자 / 조성호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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