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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시행령 정부案 강행땐…내년 소송대란 불가피

정석우,김태준 기자
정석우,김태준 기자
입력 : 
2018-12-26 17:53:32
수정 : 
2018-12-27 00: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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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셈법` 논란 여전

이번에 시행령 고치더라도
기존 최저임금 위반 사례는
법원·정부 판단 서로 달라
노사간 소송戰으로 확산될듯
◆ 새 최저임금 시행 D-4 ◆

올해보다 10.9% 인상되는 시간당 8350원의 내년도 최저임금 시행을 닷새 앞두고 최저임금 계산식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지만 정부는 새 최저임금 계산식 도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경제활력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노사 모두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실제 노동현실과 괴리된 이제까지의 임금체계를 알기 쉽고 명료하게 개편하는 데 뜻을 함께 해 주실 것을 강하게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결정된 이른바 '이브 수정안(최저임금법 시행령 수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얘기다. 홍 부총리는 "논란의 핵심이 된 '법정 주휴수당'은 1953년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이래 65년간 계속 지급되어 온 것으로서 금번 시행령 개정으로 새로 생긴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까지 해온 방식대로 법정 주휴수당이 포함된 최저임금을 209시간으로 시급 환산하자는 것인 만큼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기업에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는 것은 전혀 없으며 최저임금이 더 인상되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가 24일 내놓은 최저임금 계산식 수정안은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가리는 시간당 최저임금 계산식을 '(월 기본급+법정 주휴수당+노사약정 주휴수당)÷(월 소정근로시간 174시간+법정 주휴시간 35시간+노사약정 주휴시간 최대 35시간)'에서 '(월 기본급+법정 주휴수당)÷(월 소정근로시간 174시간+법정 주휴시간 35시간)'으로 바꾸겠다는 얘기다. 자체 노사합의에 따른 노사약정 주휴수당(토요일 기준 4시간 또는 8시간)을 별도로 지급하지 않는 사업장 입장에선 달라질 게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는 올해 7월 4일과 10월 12일 각각 나온 대법원 판례에 따라 법정 주휴시간도 계산식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이브 수정안'을 오는 31일 최종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시행령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면 확정된다. 재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정부가 새 계산식을 내년 1월부터 적용할 경우 내년 이후 최저임금을 둘러싼 각종 소송에서는 정부의 새 시행령대로 법원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최근까지 대법원이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계산식과 다른 판결을 내린 것은 최저임금법 시행령상 근로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해야 한다고 볼 만한 명시적인 문구가 없었기 때문인데 이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둘러싸고 올해와 이전에 벌어진 사업주와 근로자 간 다툼은 내년 이후 대법원 등 사법부 재판정에서 두고두고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브 수정안' 이전의 기존 계산식을 둘러싼 시각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5조(최저임금의 적용을 위한 임금의 환산)는 '소정근로시간 수'로 시간당 최저임금을 환산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올해를 포함한 새 시행령 이전의 최저임금 위반 여부 소송에 대해서는 법원이 이 문구로 판단하게 된다. 문제는 이 문구를 둘러싼 인식이 법원과 고용부가 서로 달랐다는 점이다. 고용부는 '소정근로시간'이라는 표현 안에 법정·노사약정 주휴시간이 모두 포함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7월 4일 대법원이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유급휴일 임금인 주휴수당 관련 근로시간은 소정근로시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자 "혼란을 없애겠다"며 시행령을 고치겠다고 했을 뿐이다. 시행령을 고쳐서 내년부터 새 시행령이 시행되더라도 올해 12월 31일까지 사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사업주와 근로자는 특정 시점의 법령을 토대로 법 준수 여부를 판단한다는 법 원칙 때문이다.

계산식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법정 주휴수당만 지급하는 사업장에서 올해 7월 4일 대법원 판례는 기본급과 법정 주휴수당을 합친 급여에서 소정근로시간(174시간)을 나누는 게 맞는다고 봤다. 반면 고용부는 분모에 소정근로시간뿐 아니라 법정 주휴시간도 포함하는 게 맞는다는 입장이다. 법정 주휴수당뿐 아니라 노사약정 주휴수당까지 지급하는 회사의 경우 대법원 판례(올해 10월 12일 기준)는 기본급과 법정 주휴수당을 합친 금액에서 소정근로시간을 나누라고 했고 고용부는 기본급과 법정 주휴수당, 노사약정 주휴수당을 모두 합친 금액에서 소정근로시간과 법정·노사약정 주휴시간을 합친 시간을 나누는 게 옳다고 주장한다.

대형 법무법인 노동 담당 변호사는 "법원이 기존 판결을 토대로 올해와 이전 사건을 판단할 때 기준이 되는 잣대는 2019년 1월 1일 이전 기준 법령이고, 이 법령을 토대로 한 법원, 특히 대법원 판단에 의존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최저임금 위반처럼 형사처벌이 가능한 사안에서 피고(사업주)에게 유리하게 법령이 바뀐 경우는 새 법령의 소급적용이 가능할 수 있지만, 이번 사안처럼 유리하게 바뀌었다고 볼 수 없는 경우(불리하게 바뀐 경우, 유불리가 달라지지 않는 경우 각각 포함)는 행위시점 법령에 따르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고용부가 대법원 판례와 다르게 시행령을 개정한 것에 대해 한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는 시행령상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해석을 법 문안에 맞춰 실제 근로시간으로 본 것"이라며 "고용부가 시행령에 주휴시간 포함을 명시하는 방식으로 법 문안을 바꾸면 내년부터는 대법원도 새 시행령에 맞게 해석해 주휴시간을 분모에 포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새 시행령을 정부 권한으로 바꿀 수 있지만 올해를 포함한 이전 사안을 둘러싼 논란의 소지는 내년 이후에도 여전하다는 얘기다.

당장 올해 10월 12일 대법원 판례는 2015년 최저임금이 기준에 미달했다는 전직 근로자가 제기한 소송을 놓고 나온 판결이다. 서울 소재 한 노무법인 노무사는 "상사와의 갈등 등으로 회사를 나온 전직 근로자가 뒤늦게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아 올해 사건은 내년이나 후년 이후에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재계 주장에 상당한 반감을 드러낸 정부의 26일 발언을 보면 정부는 31일 새 시행령 의결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경영계 등 주장대로 최저임금에서 법정주휴수당을 아예 제외하면 최저임금 자체가 15~20% 삭감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재계를 비판했다. 하지만 재계는 최저임금에서 주휴수당을 제외해달라고 한 적이 없고 7월 4일 대법원 판례대로 분모에서 법정 주휴시간을 빼는 게 맞는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정석우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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