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주 아주대 총장 "기업에 수학 전문가 투입해보라…경영 난제 90%는 해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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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5.21. 오전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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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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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롱코리아 포럼 2019 강연자 인터뷰[ 송형석/강은구 기자 ] 기업이 고민하는 경영 문제들을 수학으로 풀 수는 없을까. 1969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수학자들을 주축으로 ‘산업수학 스터디 모임’이 꾸려진 배경이다. 이 모임은 전 유럽으로 확산돼 있다. 두 달에 한 번꼴로 닷새간 행사를 연다. 기업의 고민을 듣고 수학자들이 문제를 해결해준다. 수십 년간 수학자들이 기록한 평균 타율은 9할. 기업들이 토로한 난제의 90%를 5일 안에 풀어냈다는 의미다.


기업 난제, 수학이 해결

박형주 아주대 총장(사진)은 20일 “여전히 수학을 세상과 동떨어진 천재들의 학문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산업수학 스터디 모임의 사례를 소개했다.

박 총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수학자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자주 하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오는 23일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스트롱코리아 포럼 2019’에선 ‘수학으로 초연결하라’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한다.

그는 “경영자가 아닌 수학자들의 시선으로 보면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술술 풀린다”며 “빅데이터 시대가 되면서 수학의 중요성이 한층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산업수학이 적용된 사례로 아마존의 물류 로봇 ‘키바’를 들었다. 아마존의 물류창고는 축구장 5개 규모에 이를 만큼 거대한데, 상품을 어디에 어떻게 보관하느냐에 따라 업무효율이 달라진다.

박 총장은 “키바의 알고리즘은 수학의 ‘최적화’ 문제와 동일하다”며 “아마존 물류혁명의 배경에 수학이 있는 셈”이라고 했다.

국내에도 기업들의 난제를 수학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박 총장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몸담았던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난제를 공모한다. 대전에 있는 가스회사 CNCITY에너지(옛 충남가스공사)가 좋은 성공 사례로 꼽힌다. 수학자들은 ‘그래프 이론’으로 가스 점검 순찰을 위한 최적의 동선을 짜 업체에 제공했다.

박 총장은 “최근 삼성과 SK그룹에서 박사급 수학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는 것은 엔지니어들과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기업 조직 내에 수학 전문가 한두 명을 끼워넣는 것만으로도 문제 해결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수포자’ 양산하는 입시 수학

한국에서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과목 자체가 어려워서다. 반복적인 계산에 질려버렸다는 이도 다수다.

그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리영역을 보면 왜 냈는지 의심스러운 기초 계산 문제가 80%에 이르고 응시생의 실수를 유도하는 배배 꼬인 문제가 세 문제 정도 들어간다”고 말했다. “어렵게 내면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쉽게 내면 ‘물수능’이라고 욕을 먹다 보니 등급을 나누기 적당한 방식으로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는 것. 박 총장은 “함정을 파 놓은 세 문제를 필즈상(수학계의 노벨상)을 받은 해외 수학자들에게 보여주면 하나같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총장은 채점이 어렵더라도 중간 풀이 과정을 평가하는 프랑스식으로 입시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바칼로레아는 100% 서술형이며 네 문제 안팎이 출제된다. 접근 방식이 타당하면 점수를 준다. 그는 “문제은행 방식으로 서술형 문제를 모으고 인공지능(AI)에 채점을 맡기면 공정성 시비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스모스’가 NASA의 원동력

박 총장의 롤 모델은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다. 천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힘쓴 인물로 다큐멘터리 ‘코스모스’로 널리 알려졌다.

박 총장은 “‘코스모스’를 본 시청자가 5억 명에 이른다”며 “수많은 미국인이 우주와 관련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예산 먹는 하마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한결같은 지지를 보내는 건 세이건의 공”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학과 순수과학은 먹고사는 문제에 골몰하는 사회에선 꽃피우기 어렵다”며 “과학자와 수학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대중강연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수학이란 학문의 위상을 묻는 말엔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고 답했다. 박 총장은 “이전엔 수학을 전공하면 할 수 있는 일이 학자밖에 없었다”며 “요즘은 4차 산업혁명으로 빅데이터, 블록체인 분야 등 수학자를 원하는 곳이 즐비하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대 이공계열 입시에서 수학과 커트라인이 의대에 이어 2위까지 치솟은 것도 시대상이 반영된 결과란 설명이다.

■박형주 총장은…수학 대중화에 힘쓴 국내 대표적 수학자

한국을 대표하는 수학자다. 교수 시절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수학과 관련한 대중강연을 꾸준히 열어왔다.

학부 땐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프랑스 수학자 갈루아의 이론에 빠져 수학자로 진로를 바꿨다. 미국 오클랜드대, 고등과학원, 포스텍 등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2015년부터는 국내 유일의 수학 관련 공공 연구기관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아주대 총장으로 취임한 것은 2018년 2월이다. 수학자 출신이 주요 대학 총장이 된 이례적인 사례다. 학습자가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양방향 교육’ 에 힘쓰고 있다.

△1964년 충남 부여 출생
△서울대 물리학과
△미국 버클리대 수학과 박사
△1995~2004년 오클랜드대 수학과 교수
△2004~2009년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
△2009~2015년 포스텍 수학과 교수
△2015년~2018년 1월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
△2018년 2월~ 아주대 총장


글=송형석/사진=강은구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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