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NAVER 연예

< His Story >마동석 “작품 갈증이 나를 버티게 한 힘”

먼길을 돌아 꿈을 이룬 마동석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랜 토리노’ 같은 영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악인전’으로 칸 영화제 초청받은 마동석

그동안 대부분 단역·공동 주연

배우로서 시작 단계라고 생각

중학생때 영화의 매력에 빠져

데뷔작 ‘천군’ 찍고 일이 없어

운동 가르치면서 오디션 응모

무작정 작품 기다리기 불안해

작가·감독과 기획집단도 꾸려

재밌는 코미디 도전하고 싶어

별다른 취미없어…청소가 전부

결혼 무조건 최대한 빨리 할것


할리우드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의 대표작 ‘록키’를 보고 영화에 빠진 중학생 소년은 바로 복싱 도장을 찾아가 운동을 시작했다. 고등학생이 돼서는 교회에서 연극을 하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그러다가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고, 열여덟 살에 온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됐다. 미국에서 친척 집에 얹혀살며 식당 설거지 등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는 경찰 시험에 도전하기 위해 운동을 재개했다. 하지만 책 한 권 분량의 리포트를 써내야 하는 경찰 시험이 어렵게 다가왔고, 운동으로 동네에서 유명해지며 격투기 선수들을 지도하다 보니 트레이너가 직업이 됐다. 그렇게 그의 꿈이 묻혀갈 즈음 한국 영화계에서 일을 하던 고등학생 시절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친구는 그에게 “꿈을 이뤄야 하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그는 오디션 영상을 비디오테이프에 담아 한국으로 보냈다. 합격 통보를 받은 그는 무작정 짐을 싸 한국으로 향했다. 그렇게 첫 영화 ‘천군’(2005)에 조연으로 출연해 여진족과 17대1로 맞붙는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우여곡절 끝에 배우로 데뷔했다. 15년이 지나 그는 할리우드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고,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배우 마동석이다.

마동석은 21일(현지시간) 늦은 밤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 도착했다.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악인전’(감독 이원태)이 제72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기 때문이다. 그의 주연작 ‘부산행’(2016)이 이 영화제 같은 부문에서 상영될 때는 국내 일정이 겹쳐 칸 레드카펫을 밟지 못했다. 그 아쉬움을 3년 만에 풀게 됐다. 지난 15일(한국시간) 국내에서 먼저 개봉한 ‘악인전’은 22일(현지시간) 칸영화제 대표 극장인 뤼미에르에서 세계 영화인들에게 첫선을 보인다. 2000석이 넘는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연쇄살인마의 표적이 됐다가 그 살인마를 잡기 위해 경찰과 손을 잡는 조직폭력배 보스 역을 맡은 그의 연기에 열광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행’ 상영 후 칸에 모인 전 세계 영화인들이 한국 영화 관계자만 만나면 “마동석이 칸에 왔냐. 그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우락부락한 근육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의 화끈한 액션 연기는 칸에서도 통했다. 이 영화는 또 할리우드 리메이크가 결정됐다. 미국 제작사는 그가 소년 시절 우상처럼 생각했던 실베스터 스탤론이 이끄는 발보아픽처스다. 마동석은 미국 리메이크판에서도 주연을 맡게 됐고, 프로듀서로도 참여해 스탤론과 공동 작업을 펼친다. 마동석은 이 외에도 ‘어벤져스’ 시리즈를 만든 마블 스튜디오의 신작 ‘더 이터널스’ 출연을 조율 중이다.

이런 상황에 들뜰 만도 하지만 마동석은 담담했다. 그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칸영화제에 초청된 건 영광스럽고 꿈같은 일이다. 감사한다”면서도 “(마블 작품 출연은)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나는 기쁜 일이 손에 잡혀도 덤덤하고, 안 좋은 일에도 크게 동요 안 한다”고 밝혔다.

“저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짧게 나오는 역할을 맡아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없었어요. 7년 전부터 주연으로 나왔지만 대부분 여러 배우와 함께 이끈 거죠. 제가 하고 싶은 캐릭터를 맡은 건 ‘범죄도시’를 시작으로 이제 2년 정도밖에 안 됐어요. 나이가 점점 들어가서 머지 않아 끝이 보이겠지만 계속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마동석이 꼽은 대표작. 왼쪽부터 ‘부산행’ ‘악인전’ ‘챔피언’.

먼 길을 돌아 꿈을 이룬 그는 중학생 시절부터 첫 영화에 출연하기까지를 회상했다.

“중학생 때 ‘영화라는 게 사람을 울리는 뭔가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배우가 되고 싶다’ ‘운동을 해야겠다’ 하는 막연한 동경이 일었어요. 그 시기는 정신이 덜 깨어 있는 아이처럼 멍하니 휙 지나갔죠. ‘천군’을 찍고 나서 더 힘들어졌어요. 더 이상 일이 없어서요. 단역 오디션 보러 다니며 배우들 운동 가르치는 일로 버텼어요. 그러던 차에 MBC 드라마 ‘히트’를 하게 됐어요.”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비스티 보이즈’(2008), ‘인사동 스캔들’(2009), ‘심야의 FM’ ‘부당거래’(이상 2010), ‘통증’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이상 2011), ‘이웃사람’(2012), ‘결혼전야’(2013), ‘군도:민란의 시대’(2014), ‘굿바이 싱글’(2015), ‘부산행’(2016), ‘범죄도시’ ‘부라더’(이상 2017), ‘신과 함께-인과 연’(2018) 등 한 편 한 편 작품을 이어오며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은 ‘격투기 트레이너’라는 수식어를 ‘배우’로 바꾼 그는 자신을 버티게 한 동력으로 ‘갈증’을 꼽았다.

“작품 하나를 끝내고 나면 바로 갈증이 생겼어요. 매번 다른 캐릭터를 보여야겠다는 생각과 비슷한 캐릭터라도 조금씩 다르게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커졌죠. 갈증이 끊이지 않는 걸 느끼며 비로소 배우라는 직업이 제게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마구 달려들기보다는 신중하게 생각하며 연기하는 습관도 생겼고요. 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씻기지 않아요. 절벽 끝에 서 있는 것처럼 ‘이렇게 하다가도 일을 못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들어요. 배우는 선택을 못 받으면 마냥 기다려야 하니까요. 그런 불안감을 없애려고 제게 들어오지 않은 시나리오도 구해서 읽었어요. 저는 영화를 전공하지 않아서 바탕이 없잖아요. 그래서 많이 보고, 직접 기획도 하고 있어요.”

그의 근육질 몸을 보면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만 우직하게 해낼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만큼 섬세한 배우도 드물다. 그는 무작정 기다리면서 생기는 갈증과 불안감을 털어내기 위해 자신이 할 영화를 직접 기획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뜻맞는 시나리오·웹툰 작가와 함께 꾸린 ‘팀 고릴라’에 감독과 제작자가 합류해 30여 명 규모의 기획집단이 됐다.

“사람들이 보는 대로 저는 머리 쓰는 것보다 힘 쓰는 일이 좋아요(웃음). 나서거나 뭘 주도하는 성격이 아니고요. ‘팀 고릴라’도 제가 이끄는 걸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함께 꾸리고 있어요. 아까운 기획을 정리하다 보니 시나리오로 완성되고, 그게 재밌으면 영화로 만드는 거죠. 제가 미국에서 산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국 영화를 미국에서 개봉하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할리우드에서 일할 기회가 온 거예요. ‘부산행’과 ‘범죄도시’를 통해 외국에도 제 얼굴이 알려졌고, 한국어 대사를 영어 대본으로 바꾸며 정서적 뉘앙스를 잡아주는 일도 하게 됐고요. 팀 고릴라에 아이디어가 많아요. 당장 영화로 만들 수 있는 것도 몇 개 되고요. 또 할리우드에서 만들 수 있는 시나리오도 쓰고 있어요. 앞으로 많은 기회가 올 거예요.”

하지만 영화계 일각에서는 팀 고릴라가 마동석의 발목을 잡는다는 말도 나온다. 쏟아지는 기획에 맞추다 보니 마동석이 소모된다는 우려다.

“전혀 아니에요.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재미있게 기획할 뿐 제가 다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은 전혀 없어요. 실력은 좋지만 인성은 안 좋은 사람들과 문제 일으키며 일하는 건 싫어요. 팀 고릴라는 모든 일을 즐겁게 하고 있어요.”

그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많은 시련을 겪었다. 아프리카에서 SBS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2009) 촬영 중 척추를 다치는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때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반신마비가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어요. 심하게 다치면 몸이 아픈 것보다 정신적 고통이 더 커요. 일을 못 하니까요. ‘부당거래’ 촬영 때는 안면마비가 왔고, 최근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기관지가 안 좋아지기도 했어요. 제가 노출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에요. 영화가 좋아서 배우를 하는 거지만 제 성격과는 잘 안 맞아요. 그렇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아요. 또 아버지가 고령이라 사업을 접으셨는데 제가 일을 못 하면 생활비를 못 드리기 때문에 그것도 걱정이고요.”

그에게 ‘언제까지 액션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4∼5년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또 ‘마블리’(마동석+러블리), ‘마요미’(마동석+귀요미) 등으로 불리는 그는 코미디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사실 마음은 10년 넘게 더 할 수 있지만 통쾌하지 않은 액션은 의미가 없잖아요. 나이가 더 들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랜 토리노’ 같은 영화를 하고 싶어요. 또 스탤론처럼 제가 할 수 있는 작품을 직접 만들 수도 있겠죠. 제가 코미디를 좋아해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어요. 재밌는 코미디를 기획해 놓았는데 제가 할 역할이 없어요(웃음).”

배우로 열심히 달려온 그에게 “자연인 마동석의 삶도 중요하지 않냐”는 말을 건넸다.

“자연인으로의 삶에는 흥미를 못 느끼는 게 문제예요(웃음). 연기하고 운동할 때는 아무리 힘들어도 행복하지만 별다른 취미가 없어요. 시간 나면 청소하는 게 다예요. 결혼도 무조건 할 거예요. 빨리 해야죠.”

마동석이 꼽은 인생작 5편

강윤성 감독과 함께 기획한 ‘범죄도시’

해외에 얼굴 알린 ‘부산행’


8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마동석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3편을 골라달라고 주문하자 그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5편으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먼저 ‘범죄도시’(사진)를 꼽았다. 이 영화는 10여 년 친구로 지낸 강윤성 감독과 줄거리 구상, 캐릭터 구축, 시나리오 작업 등 전 과정을 함께 준비했다. 마동석은 “글을 잘 못 써서 수백 장의 포스트잇에 깨알같이 메모를 하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배우 그만두기 전에 꼭 경찰 액션물을 해보고 싶어서 열심히 했다”며 “친구인 강 감독이 연출을 잘해줘서 믿고 연기할 수 있었다. 내 인생작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부산행’이다. 그는 이 영화에 대해 “이 영화가 칸에 가며 해외에 나를 알릴 수 있었다”며 “길을 열어줘서 ‘악인전’의 할리우드 리메이크까지 이어졌다”고 밝혔다.

‘챔피언’은 흥행에 실패했지만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는 이유로 세 번째를 차지했다. 그는 “나는 다큐멘터리 톤으로 풀어내고 싶었는데 투자사와 제작사에서 가족영화로 방향을 잡았다”며 “그래도 소원을 풀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액션 변주의 쾌감을 선사해준 ‘악인전’이 네 번째에 올랐다. 그는 “무게감 있는 액션을 보여주려 했다. 주먹질 하나도 다르게 보이도록 노력했다”며 “이 영화를 통해 ‘마블리’ 이미지를 걷어내고 새로운 쾌감을 전했다고 자평한다”고 소개했다.

다섯 번째 작품은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바로 ‘범죄도시2’다. 그는 “‘범죄도시’ 속편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마석도가 새로운 사건을 접하고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일지 나 자신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 김구철 문화부 부장 kckim@munhwa.com

[ 문화닷컴 바로가기 | 문화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 | 모바일 웹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연예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광고

AiRS 추천뉴스

새로운 뉴스 가져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