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3기 신도시엔 살고 싶은 주택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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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3기 신도시가 시작도 전에 시끄럽습니다. 인천 계양, 경기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 지역 주민과 토지주는 물론 인근 신도시 입주자들의 반발도 거센 상황이지요. 신도시 후보 지역 곳곳에서 열리기로 했던 주민설명회가 무산되거나 파행을 겪고 있으며, 후보지 지역 주민들은 3기 신도시 반대 연합 대책위까지 결성, 물리력 행사도 불사하는 상태입니다.

여기에 파주 운정, 인천 검단 등 인근 2기 신도시 입주자들의 볼멘소리도 커지고 있고요. 건설부동산 전문가들도 3기 신도시에 대해 ‘핵심 목표인 서울 집값 잡기’에 치중하다 보니 ‘또 하나의 베드타운(Bed Town)이 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여기에 1, 2기 신도시와 마찬가지로 ‘서울 지향 주거 평준화 도시’가 또 등장하게 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고요.

살기 좋은 곳에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 의도와 달리 3기 신도시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교통 악화와 집값 하락입니다. 문자 그대로의 ‘새로운 도시(新都市)’가 아닌 ‘베드타운’이 형성되면서 1, 2기 신도시의 집값이 떨어지고, 주변 도로의 차량 정체를 가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교통지옥을 뚫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1, 2기 신도시 주민들 관점에서 보면 반발할 이유가 충분하지요. 이에 따라 3기 신도시의 정책 목표를 주택 대량 공급이 아닌 자족 기능과 주거의 차별화가 이뤄지는 ‘신도시’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서울 접근성을 강조하는 신도시는 베드타운에 그칠 수밖에 없고, 결국 ‘주거의 질보다 평준화를 지향하는’ 아파트만 남기 때문이지요. 3기 신도시가 베드타운이 된 1, 2기 신도시의 ‘답습’이 아닌 새로운 도시로 ‘정립’해야 할 이유이지요. 물론 정부의 3기 신도시 계획에는 일자리와 교육·문화시설 등 ‘자족도시’의 면모를 갖추려는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대량 공급을 통한 서울 집값 잡기 목표가 자족 기능이 있는 3기 신도시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지요.

3기 신도시가 성공하려면 주거시설 평준화 시대가 낳은 아파트 대량 공급 유혹에서 벗어나 ‘살고 싶은 주택’을 건설해야 합니다. 서울에서 밀려나 이사 오는 도시가 아닌 ‘살고 싶은 집이 있는 도시’가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족 기능 강화와 함께 주거 시설 다양화·차별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죠. 중산층 이하도 살 수 있는 타운하우스, 텃밭이 있는 작은 주택, 창고 주택은 물론 고급 주택도 공급해야 합니다. 국민 1인당 소득 3만 달러가 넘은 시대에 성냥갑 같은 아파트로 가득 찬 신도시를 다시 곳곳에서 마주하는 일이 없도록 정책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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