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구하라를 세상 끝으로 떠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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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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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지목자는 일상생활로,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 속에 사는 사회 [허환주 기자]
 가수 구하라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자택 2층 방에서 연기를 피워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0시41분께 의식을 잃은 채 매니저 A씨에게 발견됐다. 119신고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매니저 A씨는 이날 구 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자 자택을 방문했고, 방안에서 의식을 잃은 구 씨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씨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안녕'이라는 글을 올렸다고 곧바로 삭제하기도 했다.

구 씨는 우울증을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전 남자친구 최종범 씨와 폭행 시비 끝에 법적 다툼을 벌인 게 주 원인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최 씨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위반, 상해, 협박죄 등으로 기소했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최 씨가 구 씨 관련, 동영상 촬영을 했고,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는 점이다. 일명 '디지털성범죄'다. 최 씨는 동영상 촬영은 구 씨 의사에 반해서 하지 않았을 뿐더러, 성적 욕망에 의해 찍은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한 성관계동영상을 빌미로 협박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최 씨가 당시 구 씨 의사에 반해 등, 다리 부분을 촬영했고 구 씨와 다투는 과정에서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을 했다고 결론지었다.

지난 18일 열린 첫 공판에서 최 씨는 마찬가지로 자신의 혐의 내용을 대부분 부인했다.

가해 지목자는 일생생활도 복귀, 피해자는?

가해 지목자인 최 씨는 벌써 일상생활로 복귀한 듯한 모양새다. 지난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미용실 개업 소식과 함께 구 씨 사건과 관련해서 직접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자신의 가게를 홍보하는 글을 올린 것을 두고 반성하지 않는다며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최 씨는 3일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또다시 '오픈 파티'라는 제목의 동영상 등 총 6개의 영상을 공개했다. 최 씨가 직접 찍은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통해 자신이 속해 있는 미용실 동료들이 여러 장소에서 오픈 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담았다.

반면, 피해자 구 씨는 일부 누리꾼으로부터 악성 댓글에 시달렸고, 한동안 활동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팬 미팅을 여는 등 활동을 재개했지만, 안검하수 수술로 또다시 악플에 시달리는 등 구설이 계속됐다. 논란이 커지자 구하라는 성형수술이 아니라 의료 목적으로 안검하수를 했다고 직접 밝혔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이후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않았다. 재판이 끝나지도 않았으나 가해 지목자는 일상으로 돌아갔고,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 속에서 지내고 있는 셈이다.

구 씨 방안에 연기를 피운 이는 누군가?

오는 30일에는 2차 공판이 진행된다. 이날에는 구 씨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최 씨와 재판정에서 만나는 셈이다. 게다가 이날은 아마 수많은 취재진이 구 씨 모습을 담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룰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최 씨가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 영상으로 구 씨를 협박한 혐의가 인정된다 해도, 즉 최 씨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다 해도 중한 처벌이 되긴 어렵다. 대부분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게 현실이다. 디지털 성범죄자 100명 당 징역형은 단 5명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악질적인 범죄자였다.

구 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앞서 자신의 SNS에 '힘들어도 안 힘든 척, 아파도 안 아픈 척', '한 마디의 말로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삶을 살아라. 당신이 사는 삶을 사랑해라' 등 의미심장한 글을 연달아 올리기도 했다.

구 씨에게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한 사람은 누굴까.

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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