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관절염치료제 '인보사' 판매중지
코오롱생명과학이 국내 1호 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케이의 유통·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하던 제품에서 신고된 것과 다른 세포물질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시판 중인 제품에도 이 물질이 들어있는지 추가 검사를 하고 있다. 회사 측은 “개발 허가 당시부터 있던 물질이 미국 임상시험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라며 “유해물질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코오롱 관절염치료제 '인보사' 판매중지
코오롱, 인보사케이 판매 중단

식약처는 31일 미국에서 임상 중인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 주사제 인보사케이에서 신고한 것과 다른 세포물질이 나와 판매 중단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문제가 된 세포의 유해성 등이 확인되지 않아 코오롱생명과학이 자발적으로 유통·판매를 중단하도록 했다.

인보사케이는 2017년 7월 시판 허가를 받은 29번째 국산 신약이다. 증상이 심한 무릎 골관절염 환자의 관절강에 주사해 통증을 줄이는 치료제다. 제품 출시 후 국내 의료기관 443곳에서 3403명이 이 주사를 맞았다. 임상 환자 145명도 투여받았다. 1회 주사 비용은 600만~700만원 정도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 임상 3상도 중단했다. 미국 내 제품 개발을 맡은 코오롱티슈진은 미국 검사법에 맞춰 제품을 조사하던 중 새 물질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골세포와 함께 이 세포가 잘 자라도록 돕는 연골유래세포가 들어가야 하지만 실제는 신장유래세포가 들어갔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생산하기 위해 신장세포를 활용하는데 이 세포가 일부 혼입됐다”고 식약처에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2020년께 미국에 인보사케이를 출시하겠다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 국내 혼입 여부 조사 중

미국 임상에 쓰는 인보사케이 제품은 스위스 론자 미국 공장에서, 국내 판매 제품은 코오롱생명과학 충주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다른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발견된 물질이 한국 제품에도 들어갔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식약처는 4월 15일까지 국내 판매 제품을 조사한 뒤 후속 조치를 할 계획이다. 한국 제품에서도 같은 세포가 나온다면 코오롱생명과학은 유효성·안전성을 검증한 임상시험 초기부터 이 세포가 들어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임상시험을 다시 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신고되지 않은 세포가 나왔지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식약처는 파악했다. 이날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임상시험 등을 포함해 국내에서 3548명이 주사를 맞았지만 심각한 이상 사례는 없었다”며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위험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유전자치료제 전반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조 과정에서 세포에 방사선을 쫴 다른 형태로 증식하지 못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안전성과 유효성을 재확인하겠다”고 했다. 식약처는 인보사케이를 맞은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 추적 조사를 할 계획이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생산 과정에서 새 물질이 유입되거나 제품이 오염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환자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이지현/전예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