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IT·과학

`인보사 세포` 잡아낸 STR검사 의무화

글자크기 설정

모든 유전자치료제에 적용
바이오 신뢰 회복 하려면
엄격 검증절차 필요공감대

업계 의견 찬반으로 갈려
"STR확대는 또다른 규제"
"세포뱅크 구축 기회 활용"
사진설명
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에 무허가 세포가 들어간 것을 밝혀낸 유전자 정밀성분(STR) 검사가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인보사 쇼크로 땅에 떨어진 유전자 치료제 등 관련 바이오 의약품에 대한 시장 신뢰를 회복시키는 차원에서 유전자 세포 등에 대한 엄격한 검증절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의약품 허가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기존에는 회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유전자 치료제에 대해선 STR 검사 자료 제출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유전적 동일성을 확인하기 위해 모든 유전자 치료제에 STR 검사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TR 검사는 유전자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DNA 염기서열 형태를 비교하는 것으로 한 유전자 DNA 내 염기서열과 다른 유전자 염기서열 형태를 정밀하게 비교·분석함으로써 그 유전자로 구성된 세포가 서로 동일한지 파악할 수 있다. 주로 친자 확인 등에 많이 쓰이고 있다.

현재 식약처는 미국식품의약국(FDA) 가이드라인에 따라 회사가 자체 개발한 유전자 치료제 품목에 대해선 STR 검사 결과 자료를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한 회사가 다른 회사 위탁을 받아 여러 개의 유전자 치료제를 생산할 경우 치료제 간에 유전자가 서로 혼입되진 않았는지 등을 검증하기 위해 STR 검사 결과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다른 회사 유전자 치료제를 사들여와 국내에서 판매할 경우에도 원본 세포와 동일한지를 보기 위해 STR 검사 결과를 내야 한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보사 사태로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모든 유전자 치료제를 STR 검사 대상으로 의무화해 유전자 치료제 허가를 강화하는 쪽으로 식약처가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STR 검사가 모든 유전자 치료제로 확대되면 업체들이 상당한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국내에도 STR 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있지만 STR 검사 대상인 세포 샘플이 적어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유전자 치료제 개발용 STR 검사를 하려면 의약품에 투입되는 세포를 미국 등에 보내 기존 여러 세포들과 동일한지에 대해 비교·검사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A바이오 업체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세포에는 이미 특정 마커가 있어 분명히 다른 세포들과 구분되는데 그 점을 STR 검사로 다시 확인받으라고 하면 또 다른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STR 검사를 국내에서도 할 수 있지만 신뢰성 확보를 명분으로 비싼 돈을 들여 미국 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게 되면 국산 STR 검사 기술이 축적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보사 쇼크로 세포를 포함하고 있는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안전성 검증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만큼 STR 검사 의무화가 불가피하다는 업계 지적도 있다. 어차피 STR 검사가 의무화된다면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B바이오 업체 관계자는 "STR 검사가 의무화되면 세포 샘플을 축적할 수 있어 국내에서도 '세포뱅크'조성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바이오 기술 성장 측면에서는 해볼 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모든 업체를 대상으로 당장 시행하기보다는 우선 세포가 섞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시작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017년 7월 인보사가 연골 재생 효과가 아닌 통증 완화 치료제로 허가됐을 당시 이 신약 허가에 대해 관련 당국의 비판적 의견도 일부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품목 허가 한 달 전에 열린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C위원이 '통증 개선만으로 비싼 약을 허가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C위원은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높은 기대감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은 제품을 허가함으로써 (환자들이) 높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500만원씩 내고 통증 개선 약물을 선택하라고 의사에게 맡기는 건 국민 건강에 안 좋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보사는 사람연골세포(HC)와 형질전환세포(TC)를 3대1 비율로 섞어 만든 것이다. 2004년 인보사 내 TC를 분석했을 때 연골세포 특성이 발현돼 TC 역시 연골세포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올해 미국 임상 3상시험을 진행하던 중 최신 STR 기술로 검사한 결과 TC가 연골세포가 아닌 다른 세포(신장세포)가 혼입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 <용어 설명> ▷ STR(Short Tandem Repeat) 검사 : 세포 내 유전자마다 일렬로 짧게 반복되는 DNA 염기서열을 갖고 있는데 이런 특징을 이용해 두 유전자가 서로 같은지를 살펴볼 때 이 검사를 수행한다.

[김병호 기자 / 서진우 기자 / 서정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