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티슈진이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 성분이 바뀐 사실을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약 허가 전 인지했다는 사실을 실토하면서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인보사 논란이 기업의 신뢰 위기로 번지면서 코오롱그룹 계열사 주가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오롱그룹 계열 상장사 7곳의 시가총액은 올 들어 절반에 가까운 3조원가량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보사 쇼크'에 코오롱그룹 시총 반토막
‘인보사 쇼크’에 폭락한 바이오 계열사

코오롱생명과학의 신약 개발 미국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은 7일 코스닥시장에서 직전 거래일 대비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진 1만1350원으로 주저앉았다. 코오롱생명과학도 25.40% 폭락한 3만55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말 시총이 2조6329억원에 달했던 코오롱티슈진은 지난달 말 1조원대가 무너진 데 이어 이날 7000억원 아래로 내려왔다. 사라진 시총 비율이 73.7%에 달한다. 코오롱생명과학 시총 역시 지난해 말 8502억원에서 이날 3504억원으로 반 토막 이상 났다.

이들 바이오주는 그룹주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오롱그룹 상장 계열사 7곳의 시총 합계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총 3조1564억원으로 지난해 말(6조393억원)에 비해 2조8829억원(47.7%) 증발했다.

‘인보사 쇼크’는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을 존폐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최근 공시에서 인보사의 미국 위탁생산업체인 론자가 (인보사에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가 들어갔다는 내용의) 유전자 계통 검사(STR) 분석 결과를 2017년 3월 코오롱티슈진 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식약처 신약 허가가 나기 4개월 전 시점이다.

이런 탓에 코오롱 측이 인보사 성분 변경을 의도적으로 은폐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 증권사 바이오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는 “코오롱티슈진의 의도적 은폐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인보사 허가 취소 수준이 아니라 아예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며 “식약처가 이달 말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코오롱 바이오주들의 불확실성은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형사상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달 30일 코오롱생명과학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며, 임상 과정에서 인보사를 투약한 일부 환자들도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부진까지 겹친 코오롱인더스트리

그룹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실적 부진까지 겹쳤다. 코오롱인더의 시총은 1조2181억원(7일 종가 기준)으로, 작년 말(1조6151억원)보다 24.6% 줄었다. 주요 자회사들의 적자가 잇따르면서 조정받은 것이란 분석이다. 코오롱인더 자회사 가운데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코오롱글로텍(작년 4939억원)과 코오롱패션머티리얼(3883억원)은 지난해 각각 109억원과 72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생산공장이 있는 베트남, 중국 등의 현지 자회사들도 지난해 대부분 순손실을 봤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인보사 논란이 바이오 계열사는 물론 매출 기준 그룹 내 맏형 격인 코오롱인더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건설 무역 유통 등의 사업을 하는 코오롱글로벌은 1분기 깜짝 실적을 내며 최근 주가가 급등했으나 결국 ‘인보사 쇼크’에 덜미가 잡혀 주가가 하락 반전했다. 코오롱글로벌 시총은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지난해 말보다 70.5% 증가한 3145억원(4월 30일 종가 기준)까지 불어났지만 2811억원으로 다시 쪼그라들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