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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꼬이는 인보사…비싼약값·효능 논란까지

이병문,김병호 기자
이병문,김병호 기자
입력 : 
2019-04-24 17:43:26
수정 : 
2019-04-25 08: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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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약값 손해배상 집단소송
인보사 처방한 병원 책임론도
연골재생 아닌 통증완화 그쳐
동종제품 대비 200배나 비싸

코오롱"수작업탓 인건비 높고
위탁수수료 커 오히려 적자"
사진설명
무허가 세포가 혼입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준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사태가 고가의 투약 비용과 효능 논란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당초 연골세포로 알고 있던 세포액이 신장세포로 밝혀진 데 따른 제품 하자를 놓고 법무법인이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시민단체들 항의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다른 통증 완화 제품보다 효능이 크지 않은데 가격을 높게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코오롱생명과학은 곤혹스러운 상태에 빠졌다.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오킴스의 엄태섭 변호사는 "허가받지 않은 성분이 들어간 사실만으로도 환자들이 충격을 받는 사실 자체는 넉넉히 인정된다"며 "정신적 충격에 대한 위자료와 고가 약값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엄 변호사는 "한두 푼이 아닌 인보사 약값은 위험한 세포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인보사를 처방한 의료기관을 상대로 한 소송 가능성도 불거지고 있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표한 인보사 처방 의료기관 명단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22곳을 포함해 총 441개 병·의원에 인보사 3777개가 납품됐다. 상급종합병원에 납품된 인보사는 총 177개로 이 중 세브란스병원 28개, 서울대병원 16개, 삼성서울병원 10개 등이다.

의료계 인사는 "병원 소송은 의료적 과실이 증명돼야 하는 만큼 오랜 시일이 걸리고 병원이 패소하더라도 도의적 차원에서 수익의 일부분만을 반환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럴 경우 병원은 결국 인보사 제조사를 대상으로 소송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인보사 효능에 대해 비관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인보사를 처방하지 않은 종합병원 A원장은 "인보사 효능은 엄밀히 말하자면 '한방' 논란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A원장은 "의학적으로 약효가 99% 이상이어야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데 인보사 임상 결과는 80%의 개선 효과만 보였다"며 "그런데도 환자에게 처방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효과를 보지 못하는 20%의 환자가 웬만한 경차 가격과 맞먹는 치료비를 지불했다는 사실을 알면 통탄할 일"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신기철 서울대병원 운영 서울시 보라매병원 교수(대한류마티스학회 임상연구위원회 간사)도 최근 토론회에서 "인보사 3상과 타네주맙(골관절염 치료 신약) 2상의 위약 대비 통증 정도를 보면 타네주맙은 50점 이상 호전된 반면 인보사는 20점대 호전을 보였다"며 "권고 기준을 넘겼지만 만족할 수준의 통증 감소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당초 기대했던 연골 재생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에서 빠지고 인보사를 통증 완화를 주적응증으로 하는 제품으로 허가했는데, 한 번 처방에 600만~700만원이 들어가는 인보사 투여 비용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관절 통증을 완화하는 물질인 '히알루론산'을 쓰는 LG화학 '시노비안'이나 휴온스 '하이히알주'는 보험급여를 적용받아 환자 부담은 1만~3만원 선이다. 물론 인보사는 2~3년 주기로 투여해 약효가 최대 6개월인 시노비안보다 약효 지속력이 높고, 수술 직전에 있는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차이가 날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인보사 비용이 시노비안 등에 비해 100~200배인 것은 과하다는 진단이다. 메디포스트의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은 처방 비용이 1000만원에 달해 인보사보다 더 비싸지만 연골 재생 효과까지 있다.

인보사 고가 논란에 코오롱생명과학은 외부 판매 위탁, 인건비 등 높은 고정비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정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를 영업대행사(CSO)를 통해 판매한다. 대형 병원은 미국계 먼디파마, 의원급은 코오롱제약에 맡기고 있다. 제약업계 내 통상 위탁판매수수료는 판매액 대비 30~50% 수준이다. 코오롱 측은 서울대병원에 개당 475만원에 인보사를 납품하는데 수수료율을 40%로 잡으면 190만원을 판매 대행인 먼디파마에 지급하는 셈이다.실제로 환자가 부담하는 600만~700만원과 납품가(475만원) 간 차이는 시술 시 드는 제반 비용과 병원 수익으로 잡힌다. 생산단가도 바이오의약품 특성상 수작업이 많아 자동화한 합성약 공장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각종 비용이 많이 들어 아직도 인보사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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