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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① ‘나 혼자 산다’의 책임

아이즈 ize 글 김리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지난 24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박나래는 기안84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의사 이경제에게 “다른 사람 챙기느라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는 진단을 받은 성훈과 기안 84의 평소 언행을 비교하면서 나온 말이었다. 지난 4월 5일 방송에서 기안84는 패션쇼에서 런웨이 중이었던 성훈의 이름을 크게 부르거나 팔을 휘두르는 행동으로 논란이 됐다. 성훈은 패션쇼가 끝나고 그와 함께 식사하며 논란을 예견한 듯 “기사 찾아보지 마”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나 혼자 산다’는 그 다음주에 기안84가 해당 논란으로 의기소침해진 모습에 이어 박나래가 “힘내라”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기안84가 논란이 될 만한 행동을 해도, ‘나 혼자 산다’는 그가 응원이 필요한 존재로 묘사한다.

“제가 살다 보니 이렇게 자라났는데 앞으로 조심하겠다” 기안84가 ‘나 혼자 산다’에서 했던 몇 차례의 사과 중 하나다. 이것은 ‘나 혼자 산다’가 기안84를 다루는 방식이기도 하다. 기안84가 무슨 문제를 일으키든 ‘나 혼자 산다’는 기안84를 사회생활에 미숙한, 원래 그런 사람으로 묘사한다. 기안84가 자신의 회사 개업식을 준비하며 바닥에 닿은 잡채를 그대로 접시에 담은 행동은 위생상 매우 안 좋은 행동이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에서는 기안84를 웃기게 묘사하는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그가 논란으로 사과를 하면 ‘애플84’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사과가 여러 번 반복되자 “매주 사과한다”라거나 “이제는 오프닝 코너”라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넘어간다.

기안84가 최근 방송에서 이시언에게 선물한 ‘휴지 로봇’이 등장했을 때, 그날 출연한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에게 “왜 저는 리액션 안해주세요?”라고 말한 장면은 상징적이다. 기안84가 ‘휴지 로봇’을 만들고 옮기려는 과정에서 성훈과 헨리는 큰 불편을 겪었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를 촬영하는 스튜디오 안에서 기안84는 이런 행동들에 대해서도 왜 리액션을 해주지 않느냐고 물어볼 수 있다.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는 무슨 행동을 하든, 누구에게든 리액션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인물이 됐다. 이것은 ‘나 혼자 산다’가 기안84를 활용하는 방식이 낳은 결과다. 기안84가 2016년 MBC ‘연예대상’에서 패딩을 입고 시상식에 참석해 시상식 참석 매너로 논란이 된 뒤, 전현무는 그 일을 기억하며 그에게 정장을 선물하기도 했다. 박나래는 2017년 MBC ‘연예대상’에서 그에게 헤어와 메이크업을 권유하며 시상식 준비를 도왔다. 기안84가 한혜진의 스타일링 조언을 거쳐 촬영한 사진은 그의 포털 사이트 프로필에 실리기도 했다. ‘나 혼자 산다’는 지난 몇 년간 기안84를 매사에 서투르고 자신을 잘 돌보지 못하며,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하는 남성으로 묘사하면서 그가 주변의 도움으로 점차 사회화되는 과정을 보여줬다. 무지개 회원들은 기안84를 챙겨주는 모습을 통해 인간적인 매력을 강조할 수 있었다. 출연자 간의 연대감도 부각됐다. ‘나 혼자 산다’는 기안84를 단지 옹호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가 일으키는 온갖 문제들은 ‘나 혼자 산다’의 고정 출연자들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중요한 장치다.

그런데, ‘나 혼자 산다’는 인기 웹툰 작가로서 기안84의 모습 또한 꾸준히 강조한다. 그가 ‘나 혼자 산다’에 첫 출연했을 때의 에피소드는 회사에서 숙식을 하며 마감을 하고, 손을 떨며 밥을 먹는 웹툰 작가의 일상이었다. 이후 ‘나 혼자 산다’는 휴가 중에도 웹툰을 그려야 하고, 초등학생들에게 환호를 받으며, 자신이 차린 회사 직원에게 “사장님이면서 좋은 형 느낌이다. 사람이 좋다보니”라는 말을 듣는 그의 면모를 보여줬다. 기안84는 2016년 7월 MBC ‘라디오스타’에서 MBC ‘무한도전’ 등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해 “요즘 만화가 좀 자신이 없어졌다”며 “방송에 나올 때마다 조회수가 올라간다”고 밝혔다. 기안84의 방송 활동은 웹툰 작가로서 그의 인지도늘 높이고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나 혼자 산다’는 패션쇼에서 기안84가 한 행동처럼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들은 개인의 미숙함으로 돌리지만, 기안84가 사회적으로 부각받을 수 있는 부분은 한껏 과시한다. 이런 시각은 기안84가 웹툰 작가로서 문제를 일으킬 때 선명하게 드러난다. 기안84는 ‘복학왕’에서 장애인을 비하하는 묘사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이에 대해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려고 캐릭터를 잘못된 방향으로 과장하고 묘사했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이것은 그가 패션쇼에서 일으킨 문제에 대해 “지금 보니 민폐”라며 “패션쇼를 처음 가봐서, 누가 됐을까봐 정말 죄송하다”라고 이야기한 것을 연상시킨다. 악의는 항상 없었고, 항상 서툴렀거나 단지 실수일 뿐이다. 그리고 그는 ‘나 혼자 산다’를 기반으로 인기 웹툰 작가인 동시에 사회적으로 미숙한 개인의 위치에 계속 있을 수 있다. ‘나 혼자 산다’는 기안84가 명백한 피해자가 생긴, 사회적인 책임을 질 만한 일에도 그를 이해하거나 동정할 수 있는 명분을 계속해서 만들어준다.

집에서 혼자 있을 때 무슨 행동을 하건, 그것은 기안84의 자유다.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고 힘들게 만드는 것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그들끼리의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그런 모습을 재미를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가 사회적으로 일으킨 물의에 대한 변명의 여지를 주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심지어 ‘나 혼자 산다’는 클럽 버닝썬과 관련된 여러 범죄 행위로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승리를 일에 열정적인 사업가로 묘사하고, 그 과정에서 그의 사업을 사실상 홍보하는 역할을 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물론 승리의 범죄 사실을 제작진이 알았을 리는 없다. 하지만 승리 이후에도 ‘나 혼자 산다’는 기안84가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옹호하기만 하고, 더 나아가 그 문제를 프로그램의 소재로 삼는다. 최근에는 학교 폭력 문제가 불거진 그룹 잔나비의 멤버들을 출연시키면서, 그들에게 어려운 환경에서 음악만을 보고 살아온 뮤지션의 이미지를 부여했다가 또다시 논란이 됐다. 출연자의 문제들을 일일이 검토하지는 못하더라도, 직업인으로서 출연자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는 있다. ‘나 혼자 산다’가 가진 홍보 효과를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는 오히려 직업인으로서의 문제까지 방송을 통해 변명하거나, 범죄자가 자신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 주고 있다. 기안84의 문제가 그 개인의 책임으로만 국한될 수 없는 이유다. 요즘 ‘나 혼자 산다’는, 정말 위험해 보인다.

글. 김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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