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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남아공까지 "한국産 제품 STOP”…차·화·철 "팔 곳이 없네"

고재만,우제윤 기자
고재만,우제윤 기자
입력 : 
2018-10-17 17:53:52
수정 : 
2018-10-17 21: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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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3大 수출품

철강, 美가 수입 막아놓자
판로막힌 EU·인도·개도국
한국산에 세이프가드·쿼터

화학은 베트남·中서 제한
車도 각국 현지생산 압박
업계 "내년 진짜 고난의 행군"
◆ 발목잡힌 한국수출 ◆

사진설명
이달 초 미국 상무부는 3차 유정용강관(OCTG) 관세율 예비판정에서 세아제강 제품에 대해 19.4%를 관세로 부과하기로 했다. 기존 6.75%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예비판정이라 실제 적용되는 관세율은 아니고 내년 4월 실제 관세율이 나올 때까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내년에도 미국 시장 수출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국의 수출 '효자' 품목인 철강, 자동차, 화학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보호무역주의 확산에서 시작된 각국의 수입 규제에 신음하고 있다. 한국산 철강·자동차·화학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세이프가드 같은 수입 규제는 미국, 중국, 인도 등 기존 규제 남발국에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인도네시아, 터키 등 신흥국으로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탈피해 신흥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노리고 있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국산 철강은 전 세계적으로 '동네북' 신세다. 미국은 지난 3월 국가안보를 이유로 들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 이후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 같은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고율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철강 수출량을 2015~2017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를 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한국 철강에 대한 견제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새로 책정한 유정용강관 관세율은 내년 쿼터물량에도 적용되는 세율이다. 미국 현지 생산 제품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원유나 가스 채취에 사용되는 유정용강관은 대미 철강수출 32억달러 중 50% 정도를 차지하는 주력 수출품목이다. 가뜩이나 쿼터로 인해 수출이 제한되는 상황에 높은 관세율까지 얻어맞고 있는 것이다.

해양구조물에 쓰이는 용접각관의 경우 미국 상무부는 연례재심 끝에 중견 철강업체 동아스틸에 30.61%의 예비 관세를 책정했다. 2016년 판정에서 부과했던 관세율보다 28.27%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현대제철 등 다른 철강업체의 관세도 기존 3.24%에서 18.86%로 인상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선진국을 거쳐 개발도상국들의 철강 규제로 이어져 한국 철강업계를 더 위축시키고 있다. 대미 수출길이 좁아지자 대체시장으로 공략한 EU 등 선진국들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무역장벽을 높이고, 또 다른 대체시장인 개발도상국들 역시 수입에 제한을 두기 시작하는 연쇄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실제 지난 7월 EU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해 한국산 철강 제품에 쿼터를 적용하기로 했다.

한국이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EAEU도 같은 맥락에서 한국산 철강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사에 착수했다. 인도 역시 조만간 세이프가드 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시작된 한국산 철강 견제가 EU를 거쳐 신흥국·개도국으로 도미노처럼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하면서 한국 철강재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9월 철강 수출량은 240만1099t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3.1%나 줄었다. 올해 1~9월 기준으로는 작년 대비 수출량이 3.2% 감소했다. 그나마 철강재 가격이 상승해 1~9월 수출금액은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8.5% 늘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이나 탄소배출권 등 국내 상황과 맞물려 내년이 철강업계에 고난의 한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화학산업은 베트남을 시작으로 브라질, 인도, 중국, 태국 등 개도국에서 수입 규제 강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베트남 산업무역부는 지난 8월 수입산 DAP 비료에 대해 잠정 세이프가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DAP 비료는 토양에서 재배되는 모든 작물의 밭 거름이나 식물의 생장촉진용으로 쓰인다. 한국은 베트남 시장에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DAP 비료를 수출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 입장에서는 수입이 급격히 늘자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방어막을 친 것이다.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은 미국과 멕시코·캐나다가 새로 무역협정을 체결한 가운데 자동차부품 관련 관세법을 개정함으로써 미국 현지 생산 압박이 강화될 전망이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입을 규제할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자동차 고율 관세를 피해가더라도 미국과 캐나다·멕시코가 체결한 협정을 근거로 한다면 역내 자동차 무관세 수출 혜택을 위한 까다로운 원산지 기준과 노동 부가가치 요건, 북미산 원재료 구매조건(철강·알루미늄의 70% 이상 북미산 사용) 등 규제가 향후 한국을 겨눌 가능성이 높다.

신흥국 중에서는 인도네시아의 한국산 자동차부품 수입이 크게 늘고 있어 제소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고재만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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