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기강 해이>동조 힘든 정책 밀어붙이는 靑에…‘나몰라라’ 넘어 반발까지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국민의례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둘째줄 왼쪽부터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연합뉴스


기본마저 무너진 공직시스템

정부가 현장 의견은 무시하자

책임감 실종에 자정능력 상실

“업무 맡았다가 나중에 피해”

文정부 중점 脫원전 정책도

피해가려는 공무원들 늘어


문재인 정부 출범 3년 차인 현재 공직사회의 기강해이, 복지부동, 노골적인 정책 반발 등이 만연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주미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 K 씨의 3급 외교 기밀 유출 사태도 단순히 ‘정치적 의도’나 ‘개인의 일탈’을 넘어 공직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기강해이의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적폐 청산 작업을 벌이면서 현장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자, 공직 사회의 업무 회피, 책임 회피 현상이 일반화하고 있다. 특히 공직 사회의 책임감이 실종되면서 자체 자정능력까지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장과 소통하지 않고 이념과 이상에 치우친 정책 추진과 정치권 출신 공무원(어공)의 ‘갑질’에 대한 공직사회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29일 공직사회에 따르면 탈원전, 4대강 보 철거 등 정책을 추진하는 공무원의 업무 기피는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가 예산과 조직을 탈원전·에너지전환 정책에 몰아주며 속도를 내려 하지만, 담당부처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보수 정권하에서의 ‘4대강 사업’ ‘자원외교’처럼 적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이에 따라 승진이 늦어지더라도 해당 업무만큼은 피해가려는 공무원이 많다는 것. 한 30대 공무원은 “지금 에너지 업무를 맡았다간 나중에 수사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며 “법적으로 문제없게 일 처리를 한다 해도 감사원·검경에 계속 불려 다니는 건 엄청난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무관도 “과거 자원외교, 4대강 사업처럼 될 수 있는데 누가 지금 에너지 업무를 하고 싶겠나”라고 푸념했다.

이런 사례가 수면 위로 가장 많이 떠오른 부처는 외교부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인도네시아어 인사말을 한 데 이어, 지난 4월 한·스페인 전략대화 회의장에 구겨진 태극기가 게양됐다. 영문 보도자료와 SNS 등에 국가 이름이 잘못 표기되는 일도 벌어졌다. 도경환 주말레이시아 대사의 폭언 의혹, 김도현 전 베트남 대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에다가 정재남 주몽골 대사가 한국 비자를 발급해주는 브로커와 유착관계에 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급기야 주미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이 야당 의원에게 3급 외교기밀인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유출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은 지난 24일 취임식에서 “외교부는 타 부처에 비해 기강과 규율이 느슨하다”며 기강 다잡기의 고삐를 쥐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단순한 엄정 문책으로 기강해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4강 대사직은 물론 외교부 출신이 갈 수 있는 대부분의 요직을 친정부 인사가 차지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외교관들의 업무 의욕이 여러 해에 걸쳐 떨어진 측면이 있다”며 “이 자리에서 열심히 해봐야 충분히 보상받지 못한다는 패배감이 역량 약화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김영주·박정민 기자 everywhere@munhwa.com

[ 문화닷컴 바로가기 | 문화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 | 모바일 웹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정치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