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용 메이크업 제품들의 인기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화장품 가게에서 직원이 어린이 화장품을 정리하는 모습. [연합뉴스]](https://imgnews.pstatic.net/image/025/2019/05/05/0002904542_001_20190505171802373.jpg?type=w647)
김씨는 지난해까지 피부 트러블이 생긴다는 이유로 화장을 반대했지만, 올해부터 그럴 수 없게 됐습니다. 2학년이 된 아이가 “화장을 안 해서 친구 사이에서 왕따가 된 것 같다”고 털어놨기 때문입니다. 같은 반 친구들끼리 서로 화장한 모습을 평가하고, 유튜브 등을 통해 화장법을 공유하는 등 여자 초등학생 사이에서 화장이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겁니다. 김씨는 “지금부터 색조 화장을 시작하면 피부에 악영향을 끼칠 것 같은데 무조건 금지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했습니다.
초등학생 딸을 둔 학부모 중에는 김씨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화장이 성인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는데, 화장을 시작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길거리에서는 초등학생 또래의 아이들이 파운데이션 등을 이용해 피부 톤을 밝게 만들고 입술과 눈두덩에 분홍색 립스틱이나 아이섀도 등을 바른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 등 개인방송 채널에서 초등학생에게 화장법 노하우를 알려주는 영상도 다양합니다.
초등학생을 포함한 어린이 화장품 시장도 급성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선크림·팩트·틴트 등 2018년 어린이 화장품의 거래액은 전년 대비 370% 증가했습니다. 또 다른 온라인 쇼핑몰 옥션도 지난 1월 2018년 유아용 메이크업 용품 매출이 2017년보다 2배 가까이 성장했다고 밝혔습니다.
![스킨케어 위주로 구성됐던 어린이용 화장품들이 립스틱, 매니큐어 등 색조제품들로 품목이 확대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화장품 가게에서 직원이 어린이 화장품을 정리하는 모습. [연합뉴스]](https://imgnews.pstatic.net/image/025/2019/05/05/0002904542_003_20190505171802431.jpg?type=w647)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초등학생 사이에서 화장이 하나의 문화가 된 만큼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합니다. 방민희 서울 관악초 교사는 “초등학교 3~4학년 정도 되면 부모의 조언을 잔소리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화장하지 말라고 하면 오기가 생겨서 더 하는 경향이 있다”며 “차라리 자녀가 화장을 제대로 하고, 잘 관리할 수 있게 돕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때 화장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보다 자녀에게 화장품 사용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을 알려줘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피부에 좁쌀만 한 종기가 생기는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이나 화장품을 바르자마자 가렵고 붉어지는 자극성 접촉피부염, 뾰루지가 올라오는 여드름 등은 모두 화장품을 잘못 사용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입니다. 피부과 전문의인 김세연 차앤박피부과 건대입구점 대표원장은 “호르몬의 변화로 피지분비가 왕성한 시기에 모공을 막는 메이크업 제품을 자주 사용하고 제대로 지우지 않으면 피부트러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로 피부 트러블 때문에 부모와 함께 병원을 찾는 아이 중에 화장품 사용이 원인인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합니다.
자녀에게 화장을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게 중요하다고 알려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화장을 한 날은 클렌징크림이나 클렌징오일 등을 이용해 모공 속 메이크업 잔여물을 없앤 후, 클렌징폼을 이용해 이중으로 세안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죠. 이때 턱 주변과 헤어라인 등 피지분비가 많고 노폐물이 쌓이기 쉬운 부위도 꼼꼼하게 씻어내는 습관을 길러줘야 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외모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화장을 지운 자신의 모습을 싫어하게 돼 자존감이 낮아질 수도 있거든요. 이택광 문화평론가(경희대 영미문화전공 교수)는 “어려서부터 피부가 하얗거나 눈이 커야만 예쁘다는 인식을 갖지 않고, 여자는 꾸며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게 도와야 한다”며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지속해서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며“고 조언합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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