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꼬치엔 칭따오보다 맛있는 맥주+음식 조합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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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위근우 | 사진 김도훈(KoiWorks)
[‘양꼬치엔 칭따오’. 이제는 양꼬치보다 자동검색어로 더 먼저 뜨는 정상훈의 이 유행어는 ‘요리엔 다시다’, ‘두통엔 타이레놀’처럼 말하자면 생활의 진리다. 사실 양꼬치 집에서 딱히 다른 맥주를 잘 안 팔기도 하지만, 숯불에 구워 기름이 지글지글한 양꼬치를 먹고 맑은 칭따오 한 모금으로 입 안을 개운하게 적실 때의 즐거움은 다른 대체재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세상엔 안주도 많고, 맥주도 많다. 양꼬치엔 칭따오가 최적의 조합이라는 것이 최고의 조합이라는 것을 뜻하는 건 아니다. 과연 이 조합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맛의 조화를 이루는 맥주와 안주의 조합은 없을까. [아이즈]는 양꼬치엔 칭따오의 아성에 도전할 만한 새로운 안주와 맥주 들을 전문가의 자문과 직접 시음을 통해 조합해보았다. 하루하루가 목마른 여름, 오늘 저녁은 이 녀석들이다.]


미국식 수제 햄버거에는 벡스
맥주를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서 햄버거에 맥주, 즉 ‘버맥’은 ‘치맥’만큼이나 보편화된 용어다. 영화 [데몰리션 맨]에서 획일화된 지상 세계에 질렸던 스파르탄(실베스터 스탤론)이 지하 세계에서 햄버거에 맥주를 마시며 해방감을 느꼈던 장면처럼, 칼로리가 폭발하는 두툼한 미국식 햄버거와 알코올이 가미된 맥주는 통제에서 벗어나는 기분을 준다. 기본적으로 햄버그스테이크는 웬만한 맥주와는 다 잘 어울리는데, 모든 햄버거 프랜차이즈 세트 메뉴에 콜라가 기본 옵션으로 붙는 것처럼 햄버거와의 조합에서 맥주의 역할은 청량감에 방점이 찍힌다. 즉 라거, 필스너 계열이 어울린다. 아무래도 미국식 버거인 만큼 역시 미국 맥주인 버드와이저나 밀러로 기분을 내도 좋겠지만, 이들 미국 라거들은 햄버거의 짭짤함과 고기의 풍미에 맥주의 맛이 살짝 묻히는 감이 있다. 이들보다 홉의 씁쓸함과 향이 강한 필스너 우르켈 류의 체코 필스너도 괜찮은 선택인데, 반대로 이 씁쓸함이 햄버거의 맛을 해친다고 생각한다면 딱 그 중간이라 할 만한 독일 필스너 벡스를 추천한다. 하면발효 맥주 특유의 깔끔하고 청량한 맛이 조금 헤비한 느낌의 햄버거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이 맛을 본 뒤라면 왜 맥도날드 세트 메뉴에 맥주가 없는지 반문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맥주 세트 해피밀 안 나오냐.


훈제 연어에는 쾨스트리쳐
훈제 연어는 의외로 맥주와 궁합이 썩 좋은 메뉴가 아니다. 굉장히 기름진 음식이기 때문에 웬만한 라거 계열의 맥주는 그 풍미가 잘 느껴지지 않으며, 자칫 연어의 비린내만 더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맥주 전문가인 권경민 씨는 “훈제 연어의 훈연 향과 어울리는 볶은 몰트의 둔켈 계열 맥주와 역시 훈연한 맥주인 바우흐비어”를 추천했다. 둔켈 계열, 즉 흑맥주는 볶은 몰트의 고소한 향이 연어의 비린 맛을 중화시켜주고, 조금 묵직한 바디감 때문에 입 안에 기름이 퍼진 상태에서도 그 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하이네켄 다크, 벡스 다크, 아사히 블랙 등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흑맥주가 있는데, 이 중 아사히 블랙은 한국의 스타우트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맛이며, 하이네켄 다크와 벡스 다크는 나쁘지 않지만 그보단 독일의 문호 괴테가 사랑했다고 알려진 흑맥주 쾨스트리쳐를 추천한다. 커피도 원두를 얼마나 잘 볶았느냐에 따라 향기로운 커피와 그냥 쓰기만 한 커피로 나뉘듯 흑맥주도 그러한데, 쾨스트리쳐는 말하자면 향기로운 커피에 비견할 만한 흑맥주다. 훈연 가득한 연어에 쾨스트리쳐 한 잔을 곁들이면 이것이야말로 노르웨이의 바닷가에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는 듯한 조화로운 기분.


피쉬 앤 칩스에는 밸러스트 포인트 스컬핀
아마 매우 많은 사람이 튀김에는 당연히 라거 맥주가 어울릴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갓 튀긴 따끈따끈한 튀김의 바삭하고 기름진 맛을 개운하게 헹구기에 라거는 분명 괜찮은 선택이다. 다만 라거가 튀김의 맛을 씻어내며 개운함을 준다면, 홉의 향이 매우 강하고 알코올 도수도 높은 인디아 페일 에일(이하 IPA)은 튀김의 느끼함을 누르면서 개운함을 준다. 특히 굉장히 기름지고 생선 특유의 비린 맛이 특징인 피쉬 앤 칩스는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기름 때문에 금방 눅눅해지고 기름 냄새와 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IPA만이 음식의 단점을 상쇄시켜줄 수 있다. 현재 국내 시판 중인 IPA 중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것은 인디카 IPA, 밸러스트 포인트 스컬핀 정도인데, 두 맥주 모두 IPA의 스테레오타입에 가까우니 마트에서 둘 중 더 싼 것을 고르면 될 것이다. 하지만 꼭 베스트를 원하는 게 아니라면, 가성비에 있어 국내외를 통틀어 최고의 IPA라 할 수 있는 국산 맥주 세븐브로이 IPA를 추천한다. 해외 IPA와 비교해 맛의 차이는 거의 없고 가격은 훨씬 싸다. 이런 맥주가 제대로 된 유통망을 가지지 못해 소비자를 쉽게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야말로 한국 맥주계에 카스, 하이트보다 더한 비극이다.


참치회에는 호가든
정말 뜬금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참치회에 아사히 슈퍼 드라이나 삿포로 프리미엄이 아닌 벨지언 휘트 비어, 그것도 이제는 벨기에가 아닌 한국 OB에서 생산되는 ‘오가든’이라니. 하지만 참치 자체는 훈제 연어에 비해 풍미가 강하지 않기 때문에 탄산의 청량함이 강한 라거나, 홉의 향이 강한 IPA 등과 함께 먹으면 자칫 재료 자체의 맛이 지워질 수 있다. 물론 김에 싸서 기름장에 찍어 먹는 거라면 당연히 앞서 말한 일본 프리미엄 라거들이 가장 잘 어울리겠지만, 참치 자체의 맛을 즐기고 싶다면 은은한 과일 향에 바디감도 부드러운 호가든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사실 이런 시트러스 향의 휘트 비어 중 최근 가장 인기를 끄는 건 프랑스 맥주인 크로넨버그 블랑인데, 블랑은 시트러스 향이 원조 호가든과 비교해도 훨씬 강한 편이라 그 맛의 탁월함과는 별개로 안주와는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는 편이다. 이런 면에서 원조보다 맛과 향이 가볍다고 평가받는 ‘오가든’이 안주와 먹기에는 더 낫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안주가 맥주를 ‘하드캐리’하는 케이스.


로스트 치킨에는 레페 브라운
‘양꼬치엔 칭따오’든 ‘버맥’이든 여전히 한국에서 맥주와 안주의 최강 조합은 ‘치맥’이다. 치킨은 정말 어떤 맥주와 조합하든 다 맛있다. 물을 탄 것 같은 카스 생맥주도 갓 나온 후라이드 치킨과 함께라면 시원한 맛에 먹을 만하고, 조금 퍽퍽한 전기 구이 통닭과 과일 향이 나는 에일 맥주의 조합도 괜찮다. 이런 맥주 종결자로서의 치킨 중에서도 닭을 오븐에 통으로 구워낸 로스트 치킨은 그 비주얼에서부터 맥주를 부른다. 권경민 씨는 의외로 로스트 치킨에 “볶은 몰트의 쓴맛과 단맛이 적당히 섞인 브리티시 브라운 에일이나 벨지언 다크 에일”을 추천했는데, 로스트 치킨의 껍질에 뿌려진 향신료와 양념과의 조화 때문이다. 담백한 속살도 속살이지만, 자체 기름으로 구워진 껍질의 양념은 설탕을 넣은 레페 브라운 특유의 캐러멜 같은 풍미와 함께 복합적인 맛을 낸다. 많은 경우 치킨에 맥주는 개운하려고 먹는다는 걸 떠올리면 로스트 치킨과 레페 브라운이 만들어내는 풍성한 맛은 ‘치맥’의 새로운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자문. [맥주소담] 저자 권경민
글. 위근우
사진. 김도훈(KoiWorks)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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