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짜 아재의 생활 속에 피어나는 가질꽃
이제는 우리에게 생소하게 느껴지는 ‘방짜’라는 단어. 그 안에서 불꽃쇠와 씨름하며 살아 숨 쉬는 ‘방짜아재’가 있다.
느지막히 방짜업에 들어선 작가는 생소한 ‘방짜유기’를 통해 생생한 ‘일상의 공감’을 주제로 이야기를 한다. 그의 이야기엔 풀꽃처럼 소소하면서도 뜨거운 숨결이 깃들어 있다. 꽃들과 뒤엉킨 놋쇠의 열기가 생생한 유기장이의 일상으로 초대한다. 푸릇푸릇한 글귀와 울끈불끈 뜨거운 가질간 속 생활의 열정이 자연스레 어울린다.
방짜로 가지각색 물건을 만드는 저자의 삶에는 철학이 녹아있다. 그 철학이 때로는 시의 한 구절로, 때로는 지나가다 본 풀꽃의 아름다움으로 풀어내어진다. 열과 성을 다해야 할 가질간에서의 치열한 공정을 품은 삶은 그 아름다움을 전달하며 아이러니하게도 소박함과 융화한다. 삶과 시적 정서가 하나가 되는 순간을 작가는 잘 알고 있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서정적 통찰은 곧이어 육체가 뜨겁게 숨을 쉬는 공방 안의 유기생산으로 이어진다. 길가의 가녀린 풀꽃과 뜨거운 유기. 양극단에 있을 것만 같은 요소가 곧 하나가 된다. 저자가 표현한 ‘가질꽃’이라는 단어가 피어나는 순간이다.
이 책은 ‘유기’라는 키워드를 통하여 유기대장간의 풍경과 전승기능을 쓴 최초의 책이다. 책 속에는 방짜유기라는 기물이 가지는 공감 능력과 쇠잽이의 흥이 있다.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일상에서 마주치는 소소한 성찰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쉼이 필요한 ‘신중년’들을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과연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심신이 편안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방짜유기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느끼며 풀꽃에 대해 시를 읊는다. 삶에 대한 에피파니는 먼 곳에 있지 아니함이 느껴진다.
이 책을 통해 소박한 것에서도 잠시 쉬어가는 삶의 휴식을 맞이할 수 있다. 그대 안에 숨어있는 들꽃과 놋쇠가 함께 노래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내면을 돌아보고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원한다면 일독을 권한다.
[출간후기]
불꽃과 풀꽃이 어우러진 변주곡,
방짜 아재의 삶과 함께 일상의 쉼을 경험해 보세요
일제침략기 때 지체 높던 가문마다 제기로 쓰던 유기마저 공출되어 몽땅 사라질 뻔한 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때에 쇠잔해진 명맥이 오늘날 다시 부활하는 모습을 보여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그만큼 유기는 우리에게 특별한 기물이었습니다. 조상께 올리는 진선을 담던 영혼의 그릇이었고, 최고의 대접에는 항상 유기가 쓰였습니다. 때문에 『경국대전』의 공조편을 보면, 유기를 전담하여 놋그릇을 생산하는 유장이 있었는데 이는 오늘날의 국가직 공무원에 해당하는 셈입니다.
어느 물건인들 만든 이의 수고가 예사롭지 않은 것이 있겠습니까만, 유기를 만드는 수고로움은 특히 남다릅니다. 사르트르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라고 하였습니다. 열세 번의 불꽃쇠를 통해서 만들어진 꽹과리의 본질은 본래 한낱 놋쇠일 테지만, 방짜 아재의 땀과 정성과 불꽃이 오롯이 들어간 반짝반짝 빛나는 유기는 놋쇠의 존재 가치를 이미 한참이나 넘어선 실존의 미학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방짜 아재의 울음은 무대 위에도 올라 놀이판도 되고, 들판의 함성도 되고, 축제의 한마당도 됩니다.
그런데 이 깊은 울음을 만들기 위해 방짜 아재가 보낸 인고의 시간들 속에서도 꽃은 온갖 계절의 향기를 바람에 실어 전하며 피고 집니다. 대장간에서 가질을 하며 비지땀 흘리는, 역동적이고 극한의 영역에 닿아 있는 저자의 일상이지만, 길을 가다 마주치는 여리여리한 풀꽃에 마음이 닿으면 일순간 평화가 찾아옵니다. 고난과 쉼이 공존하는 우리네 삶의 법칙은 방짜 아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소소한 일상에는 쉼이 있고 평안이 있습니다. 뜨거운 열을 견뎌내며 꽹과리 울음을 잡는 저자의 삶에는 더욱 필요한 요소들이겠지요. 그래서인지 극한의 직업과 꽃을 통한 극도의 평온함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엮어내는 저자의 어투에는 일말의 어색함도 없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서로 공존했던 것처럼…. 일상의 소박한 숨결을 따라 삶을 성찰하고 되돌아보는 여정이 녹아 있습니다.
『울음 잡는 가질꽃』의 독자 여러분께도 이 일상의 평온과 방짜 유기의 뜨거운 불꽃을 넘나드는 저자의 변주곡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과 함께 독자 여러분에게도 일상의 쉼을 가능케 하는 행복에너지가 솟아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