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감성' 담은 '엑스맨' 서사의 마지막
[리뷰] 19년 시리즈 마무리하는 영화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오마이뉴스 김준수 기자]
지난 2000년 <엑스맨>이 개봉하면서 시작된 이야기가 드디어 막을 내린다.
2019년 6월 개봉한 <엑스맨 : 다크 피닉스>는 지난 19년 동안 이어진 시리즈의 마침표와 같은 영화다. 지난 2017년 <로건>으로 먼저 관객에 작별 인사를 한 '울버린'은 이번에 나오지 않지만, 다른 캐릭터들은 <엑스맨 : 다크 피닉스>를 통해 팬들에게 이별을 고하게 됐다.
19년간 이어진 시리즈, 엑스맨들의 마지막 전투
공교롭게도 리부트된 <엑스맨>의 마지막 시리즈에서 주인공들이 상대해야 할 적은 동료였던 '진 그레이'(소피 터너)다.
<엑스맨 : 다크 피닉스>의 시작은 엑스맨들이 나사 우주비행사들을 구하기 위해 대기권 밖 우주로 나가는 장면이다. '돌연변이'로 태어나 각기 다른 초능력을 가진 엑스맨들은 순간이동, 염력, 초고속 이동 등의 능력을 활용해 구조에 나선다.
이때, 태양 폭발로 발생한 충격파가 엑스맨 멤버들 중 진 그레이를 덮친다. 진은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에너지를 온몸으로 흡수하고 이내 기절한다. 이후 진 그레이는 자신의 능력이 사고를 당하기 전보다 더 강력해졌다는 걸 깨닫는데, 그러면서 점차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자제력을 잃고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이에 자비에 교수(제임스 맥어보이)를 비롯한 엑스맨 동료들이 진을 진정시키려 하지만, 그녀는 통제를 거부하며 멀리 탈출해 버린다. 진의 능력이 엑스맨 중 누구도 제압을 시도하지 못할 만큼 강력해졌기 때문에 아무도 그녀를 막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성(제시카 차스테인)이 진에게 접근해 파괴 본능을 부추기고, 인류는 영웅으로 떠오르던 엑스맨 중 한 명에 의해 위기에 빠진다.
2006년 <엑스맨 - 최후의 전쟁>과 2019년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이번에 개봉하는 <엑스맨 : 다크 피닉스>는 2011년 리부트 된 시리즈의 4번째 영화다. 리부트되기 이전 작품들의 세계관과 서사를 공유하는 부분이 있기에, 2010년대의 <엑스맨>은 완전히 다른 시리즈라기보다 연장선에 있는 영화들이라고 보는 게 적절하다.
또한 2000년대 <엑스맨> 시리즈에도 등장했던 배우들 중 휴 잭맨, 엘렌 페이지, 패트릭 스튜어트, 이안 맥켈런 등이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통해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에 비중 있게 출연하기도 했다.
<엑스맨 : 다크 피닉스>에서 엑스맨의 동료였다가 적이 된 '진 그레이'의 캐릭터 설정도 영화화된 <엑스맨>에 처음 나오는 게 아니다. 리부트 전 <엑스맨 - 최후의 전쟁>(2006)에서 이미 강력한 힘 때문에 통제력을 잃은 진 그레이의 모습이 등장한 바 있다.
<엑스맨 - 최후의 전쟁>에선 모두 모인 돌연변이들이 두 부류로 나뉘어 거대한 전쟁을 벌였다. 돌연변이를 탄압하는 인류에 맞서야 한다는 '강경파'와 인류와 함께 공존해야 한다는 '온건파'가 충돌하며 싸우는 식이다.
에릭 랜셔(강경파)와 찰스 자비에(온건파)를 리더로 삼은 두 돌연변이 그룹이 진 그레이를 가운데 두고 힘겨루기를 벌이는데, 이번 <엑스맨 : 다크 피닉스>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된다. 다만 두 작품에서 진 그레이가 드러내는 트라우마의 양상, 두 돌연변이 집단의 전투 규모와 싸움의 이유, 극의 결말이 상당히 다르다. 지난 <엑스맨> 시리즈를 추억하는 관객이라면, 두 영화의 차이점을 극장에서 직접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엑스맨, 돌연변이, 그리고...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엑스맨> 시리즈와 <어벤져스> 시리즈에는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는데, 그 중 하나로 다소 다른 분위기를 꼽을 수 있다. <어벤져스>의 등장인물들은 때로 손가락질 받기도 하지만 큰 틀에서는 '세상을 구한 영웅'이라는 이미지로 등장한다. <아이언맨>은 막대한 부와 권력을 지닌 억만장자이고, <토르> 시리즈나 <블랙 팬서>의 주인공은 각자 자신의 세계에서 왕이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엑스맨>의 등장인물들은 '돌연변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중으로부터 '괴물'로 불리고, 유용한 초능력이 있지만 '치료대상'으로 취급받는다. <엑스맨 - 최후의 전쟁>에선 야만적인 방식의 '돌연변이 치료' 강행을 두고 인류와 엑스맨, 그리고 엑스맨 강경파와 온건파가 갈등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과거에 실제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전환 치료'를 벌인 끔찍한 인류 역사를 연상하게 만든다(최근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성소수자 전환치료'가 법으로 금지되는 추세다).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도 돌연변이를 색출해 살해하는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했다가 벌어지는 이야기였다.
이처럼 19년간 제작된 <엑스맨>의 모든 영화를 관통하는 건 '세상에 섞이지 못하는 소수자'인 돌연변이와 그들을 대하는 다수 인류의 태도였다. 개봉할 때마다 구체적인 이야기의 소재는 달랐지만 소수자인 엑스맨은 주로 핍박받는 존재로 그려졌다.
극 중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대상을 두려워하는 등장인물의 모습은 현실에서 우리가 소수자를 대하는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 같은 돌연변이들 중 한 명이지만, 더욱 강력하면서 악한 기운을 띠게 된 진 그레이를 통해 <엑스맨 : 다크 피닉스>는 이러한 내용을 다시 한번 담아냈다.
영화 <엑스맨 : 다크 피닉스>는 6월 5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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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준수 기자]
▲ 영화 <엑스맨 : 다크 피닉스> 포스터 |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
지난 2000년 <엑스맨>이 개봉하면서 시작된 이야기가 드디어 막을 내린다.
2019년 6월 개봉한 <엑스맨 : 다크 피닉스>는 지난 19년 동안 이어진 시리즈의 마침표와 같은 영화다. 지난 2017년 <로건>으로 먼저 관객에 작별 인사를 한 '울버린'은 이번에 나오지 않지만, 다른 캐릭터들은 <엑스맨 : 다크 피닉스>를 통해 팬들에게 이별을 고하게 됐다.
19년간 이어진 시리즈, 엑스맨들의 마지막 전투
공교롭게도 리부트된 <엑스맨>의 마지막 시리즈에서 주인공들이 상대해야 할 적은 동료였던 '진 그레이'(소피 터너)다.
<엑스맨 : 다크 피닉스>의 시작은 엑스맨들이 나사 우주비행사들을 구하기 위해 대기권 밖 우주로 나가는 장면이다. '돌연변이'로 태어나 각기 다른 초능력을 가진 엑스맨들은 순간이동, 염력, 초고속 이동 등의 능력을 활용해 구조에 나선다.
이때, 태양 폭발로 발생한 충격파가 엑스맨 멤버들 중 진 그레이를 덮친다. 진은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에너지를 온몸으로 흡수하고 이내 기절한다. 이후 진 그레이는 자신의 능력이 사고를 당하기 전보다 더 강력해졌다는 걸 깨닫는데, 그러면서 점차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자제력을 잃고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 영화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스틸컷 |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
이에 자비에 교수(제임스 맥어보이)를 비롯한 엑스맨 동료들이 진을 진정시키려 하지만, 그녀는 통제를 거부하며 멀리 탈출해 버린다. 진의 능력이 엑스맨 중 누구도 제압을 시도하지 못할 만큼 강력해졌기 때문에 아무도 그녀를 막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성(제시카 차스테인)이 진에게 접근해 파괴 본능을 부추기고, 인류는 영웅으로 떠오르던 엑스맨 중 한 명에 의해 위기에 빠진다.
2006년 <엑스맨 - 최후의 전쟁>과 2019년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이번에 개봉하는 <엑스맨 : 다크 피닉스>는 2011년 리부트 된 시리즈의 4번째 영화다. 리부트되기 이전 작품들의 세계관과 서사를 공유하는 부분이 있기에, 2010년대의 <엑스맨>은 완전히 다른 시리즈라기보다 연장선에 있는 영화들이라고 보는 게 적절하다.
또한 2000년대 <엑스맨> 시리즈에도 등장했던 배우들 중 휴 잭맨, 엘렌 페이지, 패트릭 스튜어트, 이안 맥켈런 등이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통해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에 비중 있게 출연하기도 했다.
<엑스맨 : 다크 피닉스>에서 엑스맨의 동료였다가 적이 된 '진 그레이'의 캐릭터 설정도 영화화된 <엑스맨>에 처음 나오는 게 아니다. 리부트 전 <엑스맨 - 최후의 전쟁>(2006)에서 이미 강력한 힘 때문에 통제력을 잃은 진 그레이의 모습이 등장한 바 있다.
▲ 영화 <엑스맨 : 다크 피닉스>에 등장한 진 그레이(소피 터너)의 모습 |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
▲ <엑스맨 - 최후의 전쟁>(2006)에 등장한 진 그레이(팜케 얀센)의 모습 |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
<엑스맨 - 최후의 전쟁>에선 모두 모인 돌연변이들이 두 부류로 나뉘어 거대한 전쟁을 벌였다. 돌연변이를 탄압하는 인류에 맞서야 한다는 '강경파'와 인류와 함께 공존해야 한다는 '온건파'가 충돌하며 싸우는 식이다.
에릭 랜셔(강경파)와 찰스 자비에(온건파)를 리더로 삼은 두 돌연변이 그룹이 진 그레이를 가운데 두고 힘겨루기를 벌이는데, 이번 <엑스맨 : 다크 피닉스>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된다. 다만 두 작품에서 진 그레이가 드러내는 트라우마의 양상, 두 돌연변이 집단의 전투 규모와 싸움의 이유, 극의 결말이 상당히 다르다. 지난 <엑스맨> 시리즈를 추억하는 관객이라면, 두 영화의 차이점을 극장에서 직접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엑스맨, 돌연변이, 그리고...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엑스맨> 시리즈와 <어벤져스> 시리즈에는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는데, 그 중 하나로 다소 다른 분위기를 꼽을 수 있다. <어벤져스>의 등장인물들은 때로 손가락질 받기도 하지만 큰 틀에서는 '세상을 구한 영웅'이라는 이미지로 등장한다. <아이언맨>은 막대한 부와 권력을 지닌 억만장자이고, <토르> 시리즈나 <블랙 팬서>의 주인공은 각자 자신의 세계에서 왕이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엑스맨>의 등장인물들은 '돌연변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중으로부터 '괴물'로 불리고, 유용한 초능력이 있지만 '치료대상'으로 취급받는다. <엑스맨 - 최후의 전쟁>에선 야만적인 방식의 '돌연변이 치료' 강행을 두고 인류와 엑스맨, 그리고 엑스맨 강경파와 온건파가 갈등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과거에 실제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전환 치료'를 벌인 끔찍한 인류 역사를 연상하게 만든다(최근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성소수자 전환치료'가 법으로 금지되는 추세다).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도 돌연변이를 색출해 살해하는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했다가 벌어지는 이야기였다.
▲ 영화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스틸컷 |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
이처럼 19년간 제작된 <엑스맨>의 모든 영화를 관통하는 건 '세상에 섞이지 못하는 소수자'인 돌연변이와 그들을 대하는 다수 인류의 태도였다. 개봉할 때마다 구체적인 이야기의 소재는 달랐지만 소수자인 엑스맨은 주로 핍박받는 존재로 그려졌다.
극 중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대상을 두려워하는 등장인물의 모습은 현실에서 우리가 소수자를 대하는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 같은 돌연변이들 중 한 명이지만, 더욱 강력하면서 악한 기운을 띠게 된 진 그레이를 통해 <엑스맨 : 다크 피닉스>는 이러한 내용을 다시 한번 담아냈다.
영화 <엑스맨 : 다크 피닉스>는 6월 5일 개봉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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