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달 ‘연꽃세상’… 열흘 열리는 ‘비밀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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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딱 한 달, 연꽃이 만발하는 시기에만 문을 열어주는 울산의 화야댐 생태습지. 탐방 신청 인원이 많아 올해는 탐방 기간을 1주일 늘려 7월 19일부터 8월 25일까지 개방한다.


문체부·관광공사 뽑은 ‘숨은 여름 관광지’4곳

전주 팔복예술공장 공장 개조해 카페·전시장으로 대구예술발전소 연초제조창고,문화공간 탈바꿈 울산 회야댐 생태습지 왕복 4㎞…탐방객 하루 100명 제주 거문오름‘용암길’ 나무·덩굴 식물·암석 뒤섞여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숨은 관광지’를 찾아 나섰다. 문체부와 관광공사는 새로 문을 열었거나 한정된 기간에만 개방하는 관광지를 국민으로부터 추천받은 뒤, 관광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를 통해 계절에 맞는 관광지를 발표한다. 추천받은 1236개 관광지 중 전문가들이 뽑아낸 여름철에 딱 맞는, 네 곳의 숨은 관광지는 다음과 같다.

# 공장과 예술의 컬래버… 팔복예술공장

전주시 팔복동 전주제1일반산업단지에는 ‘팔복예술공장’이 있다. 문 닫은 지 25년 된 카세트테이프 공장을 다듬어 카페와 전시장으로 변모시킨 곳이다. 팔복예술공장은 카세트테이프 공장이었던 ‘썬전자’의 공장 건물을 손봐 지난해 문을 열었다. 오래된 공장의 느낌을 그대로 두면서 옛 흔적과 새것을 조화롭게 배치했다. 공장이란 특성을 살려 1970년대 감성을 반영한 카페 ‘써니’는 예술가와 마을 주민이 함께 운영한다. 카페에는 공장에서 카세트테이프를 만들던 여공을 상징하는 마스코트가 전시돼 있고, 캐비닛에는 생산 일보, 근태 현황 등이 있다.

카페 2층에서는 ‘동시대 예술의 실험과 창작’이라는 팔복예술공장의 비전이 담긴 작품을 전시한다. 옛 건물의 주인이던 공장 노동자의 삶의 녹아 있는 작품이다. 먼저 문이 없는 화장실이 전시장이다. 실제 사용하던 화장실로, 변기마다 카세트테이프, 케이스에서 분리된 테이프 등이 가득하다. 유진숙 작가의 ‘하루’라는 작품이다. 당시 여직원은 약 400명이었는데, 건물 내 여자 화장실의 변기는 네 칸뿐이었다. 화장실 옆 벽에는 ‘예쁘게 빛나던 불빛, 공장의 불빛∼’으로 시작하는 가수 김민기의 ‘공장의 불빛’ 노랫말이 적혔다. 그 시절 그녀들에게 전하는 뒤늦은 위로다.

# 폐허가 예술로… 대구예술발전소

대구예술발전소는 6·25전쟁 한 해 전인 1949년에 지은 대구연초제조창 창고를 리모델링해 2013년 3월 개관한 곳이다. 레지던시를 중심으로 한 전시 공간이지만, 공연까지 모두 아우르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1층과 2층 전시관에서는 오는 26일부터 8월 25일까지 ‘대구 아트 레전드:이상춘’전이 열린다. 대구 지역 청년 작가 120명이 참가해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대구 최초의 현대 예술가 이상춘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다. 대구예술발전소는 또 오는 11월 30일까지 ‘수창동 기록일지’와 ‘만권당 돗자리 책방’을 진행한다. ‘수창동 기록일지’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는 대구예술발전소와 수창동 주변 모습을 담는 어반 스케치 프로그램이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 열리는 ‘만권당 돗자리 책방’은 자신이 판매자가 되어 추천하는 책을 팔고, 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대구예술발전소 옆의 ‘수창청춘맨숀’은 1976년부터 1996년까지 연초제조창 사택으로 사용됐다. 이후 20년 넘게 방치되다가, 2017년 외관은 오래된 모습 그대로 둔 채 문화·예술 공간으로 개관했다. 일부는 복합 예술 공간이고 한쪽은 복합 커뮤니티 공간으로 북 카페, 아트숍, 무인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어디든 무대가 되고 객석이 되는 공연 ‘수창청춘극장’이 이곳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전주 팔복예술공장(위 사진)과 대구예술발전소(아래). 두 곳 모두 오래된 공장을 리모델링해 조성한 곳이다.


# 1년에 딱 한 달, 울산 회야댐 생태습지

회야댐생태습지는 1년에 딱 한 달, 연꽃이 만발하는 시기에만 문을 연다. 회야댐생태습지는 2009년 완공됐다. 회야댐 완공과 함께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주민들이 떠나간 주인 없는 논과 밭을 친환경 정화시설로 만들기 위해 갈대, 부들을 가득 심어 습지로 조성한 곳이 바로 회야댐생태습지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출입이 통제되던 회야댐생태습지가 일반에 공개된 건 지난 2012년부터.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딱 한 달 동안 개방한다. 개방 기간에도 탐방 인원을 오전과 오후 50명씩 하루 100명으로 제한한다. 회야댐생태습지 탐방은 그동안 단 하루도 탐방 인원이 미달인 날이 없을 정도로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올해는 탐방 기간을 일주일 늘렸다.

회야댐생태습지 탐방에는 문화 해설사 2명, 담당 공무원 2명, 안전 요원 2명이 동행한다. 회야댐생태습지 탐방은 만남의광장에서 생태습지까지 왕복 4㎞를 오가는 코스로 성큼성큼 걸으면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올해 회야댐생태습지 탐방은 7월 19일부터 8월 25일까지. 탐방 신청은 7월 10일부터 전화나 울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water.ulsan.go.kr)에서 할 수 있다. 탐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다.

# 1년에 열흘만…제주거문오름‘용암길’

화산섬 제주의 360여 개 오름 중 가장 특별한 오름이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자리한 거문오름이다. 대부분의 오름이 큰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지만, 거문오름은 삼나무와 편백나무, 소나무 등 다양한 나무가 빽빽하다. 오름이 숲으로 덮여 검게 보여서 ‘검은 오름’이라 불리다가 거문오름이 됐다. ‘거문’이란 ‘신령스러운 공간’이라는 뜻도 있다.

거문오름 탐방 코스는 크게 두 가지다. 말발굽 모양 거문오름 분화구와 거문오름 정상부 아홉 개 봉우리를 순환하는 ‘태극길’, 거문오름에서 용암이 흘러간 길을 따라 이어지는 ‘용암길’이다. 태극길은 평소 예약하면 돌아볼 수 있지만, 용암길은 1년에 열흘만 한시적으로 개방한다. 올해 용암길이 열리는 기간은 거문오름 국제트레킹이 진행되는 7월 20일부터 28일까지다. 이 기간에는 예약 없이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탐방 수칙을 교육받은 뒤 출입증을 지참하고 돌아볼 수 있다.

용암길은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출발해 거문오름 정상을 지나 벵뒤굴 입구, 알밤오름까지 이어지는 약 5㎞ 코스로 3시간 정도 걸린다. 용암길은 대부분 곶자왈이다. 곶자왈은 ‘나무와 덩굴식물, 암석이 뒤섞여 우거진 곳’으로, 제주의 독특한 생태를 볼 수 있다.

박경일 기자 par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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