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체리다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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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시리즈가 돌아왔습니다.
사실 뭐 어딜 갔던 영화는 아닙니다만 다들 그렇게 추억하는 까닭은 엑스맨 3편에 대해서 많이들 실망했기 때문입니다.
그 뒤에 울버린을 내세운 스핀오프가 나왔습니다만, 어쩐지 그 영화는 그저 울버린 역의 휴 잭맨이 엑스맨 프렌차이즈의
스타로서 견인차 역할을 해준것에 대한 보상 쯤으로 생각됩니다. 설정상의 오류에서 울버린 스핀오프는 그냥 무시해도
될 정도라고 인식될 정도죠. 그러니까 그건 제외. (그렇게 후지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만 어쨌든 제외)
대신 3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이 영화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브라더후드 진영에 대한 거지같은 묘사입니다.
기존의 시리즈에서 위엄과 품위를 잃지 않던 매그니토는 자신의 오른팔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아주 간단한 트랩에 홀랑 빠지는 일반적 헐리웃 영화의 멍청한 악당으로 나오죠.(어이 이것도 헐리웃 블록버스터잖아.)
물론 브라이언 싱어도 사이클롭스를 아주 그냥 애인 뺏기고 허구언날 이용 당하는 허접으로 그린 것으로
팬들의 분노를 사긴 했습니다만, 싱어의 엑스맨 자체가 어느정도의 완성도를 갖추었기 때문에
사이클롭스의 희생(?)과 소비되는 몇몇 뮤턴트에 대해선(예를 들자면 세이버투스) 눈 감아줄 수 있었죠.
하지만 브랫 래트너의 엑스맨은 기존의 팬들이 삐쳐있을때 그들을 달래줄 무언가가 없었습니다.
트레일러가 뒤집어지거나 다리를 통째로 옮기는 장면이 인상적이긴 했습니다만... 둘 다 매그니토의 괴력을
과시하는 것 이상의 감흥도 없고..결정적으로 그렇게 추켜세운 매그니토가 상병신으로 전락하는 영화였기에
별 효과가 없었죠. 쩝.
암튼, 막판에 떡밥을 뿌리긴 합니다만 엑스맨 시리즈는 브랫 래트너가 아주 작살을 내놨고(나의 러시아워를 돌려줘!)
휴잭맨이 '나라도 살겠소'하며 캐릭터를 들고 나간 사이 두개의 흥미로운 엑스맨 영화 소식을 들을 수 있었죠.
하나가 오늘 감상문을 쓰고 있는 퍼스트 클래스이고 다른 하나는 또하나의 캐릭터 스핀오프인 매그니토 입니다..
사실 소식을 들었을 땐 매그니토쪽을 훨씬 기대했어요. 제가 매그니토의 엄청난 팬이었거든요.
원작의 매그니토는 모르겠습니다만 영화에 나온 이안 맥켈런의 매그니토는 우아하고 파워풀하고 악당으로서의
야심을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의 완전체였죠. 조그마한 체구에 안어울리는 헬맷까지 쓰고서 그런 매력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이안 맥켈런의 연기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전 반지의 제왕도 이 할아버지 때문에 봤어요.
암튼 그러나 그 프로젝트의 수장이 데이빗 고이어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첫사랑이 지금은 배나온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것을 목격한 소년(네?)의 마음처럼 급격한 실망의 도가니로 빠져 뒤도 돌아보지 않게 되더군요.
저의 변덕이 손가락질 받을 행동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당장 언데드(원제는 언본..제목도 왜 제멋대로야!)를
두눈으로 확인하세요.
퍼스트 클래스의 첫 설정은 그냥 그랬어요. 그럴만도 한 게 이안 맥켈런이 절대 나올 수가 없는 프로젝트잖습니까.
시큰둥하던 저에게 어느날 희소식이 들렸지요. 감독이 매튜 본이라는 겁니다. 오마이..
저는 킥애스를 보며 오르가즘에 버금가는 쾌락을 느낀 인간이에요.
도덕적으로 비난해도 어쩔 수 없어요. 저는 클로이 모레츠의 팬이 된 데다가 그녀가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어요.
어쨌든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다가 디비디프라임 사이트의 시사회로 영화를 미리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놓고 이제 감상문이라니...)
개인적인 감상을 이제 털어놓도록 하지요.
많은 평론가들이 007영화같은 매력을 지적합니다만 007영화라고는 피어스 브로스넌 이후의 영화만
본 저에겐 007스러운 매력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캐릭터에 빠삭한 듀나님은 어떤 영화의 어떤 캐릭터까지 언급
하시던데..그렇게 영화를 보시는 분들에겐 제가 보는 것과 전혀 다른 영화가 보이겠죠?
암튼 007을 전혀 모르는 저나 제 이후세대의 관객들도 영화의 초반과 후반이 전혀 다른 정서를 가진 영화라는건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겁니다. 영화는 찰스(자비에)와 에릭(매그니토)가 각자 어떻게 다른 상황에서 성장해서
만나고, 힘을 합쳐서 거대한 악에 맞서는지, 그리고 둘이 결국엔 왜 헤어지게 되는가(사..사랑하니까 헤어져!)
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에릭이 혼자 돌아다니는 초반부의 몇몇 장면들은 정말 멋져요. 그는 개인적 복수심에
불타는 미성숙한 초능력자거든요! 아주 어린나이에 자신과 같은 뮤턴트가 또 있다는 걸 알아차려 함께 자라며
자신에 대해 연구해온 유복한 자식(?) 찰스의 이야기가 그리 매력적이지 못한 건 당연합니다. 이 영화의 장르가
로맨틱 코메디라면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전혀 다른 이유로 슬슬 활동을 시작하던 청년 찰스와 에릭은
세바스찬 쇼우라는 동일한 악인에 의해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둘은 사랑하게... 쿨럭
기존의 엑스맨은 묘하게 성적 소수자, 혹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뉘앙스를 담아내서 평론가들로부터
환영을 받았었죠. 딴지일보 같은 곳에선 평론가들의 놀이라고 까는 기사를 싣기도 했었습니다만 몇몇 장면의
뉘앙스는 아주 노골적이었죠. 그런 전통(?)은 퍼스트 클래스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큐어를 둘러싼 캐릭터들의 갈등에서 라스트 스탠딩도 뭔가 그러한 걸 담으려고 한 것 같았습니다만...)
가장 지명도가 높은 배우 맥어보이를 기용한 찰스는 아쉽게도 이 핵심적 주제에서 한발짝 물러섭니다.
역시 있는 것들은 안돼.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건 복수심에 불타오르면서도 이상에 있어서 일부분을 그 악인과
공유하고 있는 에릭, 찰스의 뒷바라지(?)로 성장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던 미스틱입니다.
특히 흥미로운 건 거울의 방으로 노골적으로 표현되는 쇼우와 에릭의 유사부자관계죠.
쇼우는 에릭의 나쁜 아빠같은 캐릭터입니다. 그의 삐뚤어진 야심을 위해 에릭을 새장안에 가두고 기른 셈이죠.
(어라? 스트라이커?) 에릭은 끊임없이 쇼우를 증오하고 그의 뒤를 따르지만 그의 가르침대로 성장하고 있기도
했죠. 결국 폭주하듯 쇼우를 삶에서 강제삭제한 에릭은 아무런 의심없이 쇼우의 사상을 따릅니다.
그가 나중에 인류에게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하는지는 오리지널 3부작(앗 스타워즈인가)을 보면 알 수 있죠.
그가 쇼우와 뭐가 다를까요? 흥미로운건 이미 찰스와 에릭이 체스를 두는 장면에서 대사로 언급이 된다는 겁니다.
"넌 모든 사람이 쇼우같다고 생각하지!" 그건 스스로가 쇼우의 사고 안에 갇혀있기 때문이죠.
미스틱은 매그니토의 이상의 발현입니다. 그녀는 마음먹기에 따라 세계최고의 미녀가 될 수도,
세계최악의 추녀가 될 수도 있죠. 마음먹기에 따라 남들이 자신을 대하는 것을 다르게 할 수 있을 때,
자신은 어떤 모습을 취해야 하는가. 그것이 바로 정체성이죠. 에릭은 찰스와의 시간을 보내면서 오히려
이러한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고, 사춘기소녀같은 혼란에 빠져있는 미스틱에게 손을 내미는 것으로
그녀의 마음을 치유해줍니다...만 나중엔 테러리스트가 되고말지..찰스! 왜 보낸거야!
어쨌든 이 영화는 매그니토의 편에 서서 이야기와 메세지를 던지기 때문에 당연히 저 캐릭터들이 공감이
가고 멋져보일 수 밖에 없네요. 찰스가 모든 캐릭터들의 능력치를 발현시켜주는 트레이너 역활을 한 건
사실입니다만 인간적 갈등이 너무 적은 탓에 맥어보이의 로맨스초능력(이인간 진짜 엑스맨인가)가 발휘되지
않았다면 완전 묻혔을 뻔 했네요. 모이라와의 협업과 로맨스는 양념수준입니다만 여성팬에겐 서비스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하다못해 에릭이랑 붙여놔도 로맨스기운이 묻어날 정도니...
이제 돌고돌아 매튜 본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요?
저는 고작 킥 애스랑..데뷔작이라는 그..영화(제목이.기억이...지금이 새벽 4시라 두뇌가...)와 엑스맨 세편입니다만
어쩐지 "열혈"이라는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는 감독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킥애스는 잘 짜여진 액션의 합이라든가
경천동지할 컴퓨터그래픽의 비쥬얼쇼크로 승부를 본 영화는 아니었죠. 대신 클라이막스의 순간에서 뭔가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그 열혈의 정서.. 그러니까 겟타로봇이 자폭할 때의 그 정서(?)같은 걸 아주 잘 사용한다고 생각해요.
킥애스에서 불타오르는 의자 장면이라든가, 끝판왕 처단 장면에서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죠.
서양감독의 영화에서 이런 느낌을 받아본적이 있던가..? 란 느낌이죠.
이번 엑스맨에서도 그런 걸 느꼈습니다. 특히 압권은 에릭과 쇼우의 그 장면이죠. (feat.찰스)
극장에서 저도 찰스와 함께 3화음으로 소리를 지르고 싶었어요. 바로 그게 열혈이죠. 보는 이로 하여금
두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영화에서 흐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볼 때 이 능력은 아주 중요한 연출력이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제가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를 아주 즐겁게 감상한 까닭은 이 연출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하두 즐겁게 본 까닭에 시사회 다음날 돈주고 또 봤습니다.
역시..처음만은 못하더군요..지만 암튼 그정도로 좋은 관람이었습니다.
토르의 경우 즐겁게 봤지만 갸우뚱? 정도의 정서였는데 퍼스트 클래스는 아주 대만족이에요.
앞으로 기대하고 있는 여름용 블록버스터들도 부디 이정도의 쾌락을 저에게 선사해주길 바랍니다.
사족 - 3부작과 액션장면을 비교해서 별로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전 1,2편의 액션감독 원규의 액션을
무지하게 싫어하는 부류라 1,2편의 클라이막스 액션장면들은 하나같이 별로였습니다. 3편의 때전투장면도 뭐..
별로 기억나는 게 없네요.
체리다케시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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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잘 읽었습니다. 저는 엑스맨 보고 나서 감독이 누군지 봤는데, 이 분이었구나 하며 즐거워 했어요.
07:41
11.06.09.
John
실망시키지 않는 감독 명단에 올려야겠어요 ㅎㅎ
15:25
11.06.09.
2등
진짜 매투본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영화를 보고 그래도 재미있는...영리한 감독같은 느낌이..
09:50
11.06.09.
체리다케시
익무포인트 팡팡!에 당첨되셨어 ㅋㅋ.
체리 다케시님은 5포인트를 보너스로 낼롬 챙기셨습니다.
체리 다케시님은 5포인트를 보너스로 낼롬 챙기셨습니다.
15:26
11.06.09.
여름바다
야심도 있는 것 같고 말이죠.. 앞이 창창 하네요.
15:26
11.06.09.
3등
장문의...아주 양질의 감상기!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엑스맨 3편은 정말이지 이제 흑역사가 될 것 같군요. 좀처럼 시간이 안나서 아직 못보고 있는데 시간내서 꼭 극장 가봐야겠네요 ㅎㅎ
11:11
11.06.09.
토미에
아직 토미에님이 안보셨군요 ^^ 시간내서 꼭 보세요. 토미에님 리뷰도 보고싶네요 +_+
15:26
11.06.09.
매튜 본,능력자시죠.부인이 무려 클라우디아 쉬퍼.
12:49
11.06.09.
해피독
익무포인트 팡팡!에 당첨되셨어 ㅋㅋ.
해피독님은 50포인트를 보너스로 낼롬 챙기셨습니다.
해피독님은 50포인트를 보너스로 낼롬 챙기셨습니다.
12:49
11.06.09.
해피독
헉 그건 몰랐네요;; 이 인간 진짜 갑이군요!!
15:27
11.06.09.
해피독
헉 저도 그건 몰랐네요...진정한 능력자!!!
23:16
11.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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