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아시아를 호령할 때는 언제나 투박한 몸 놀림에도 과감하게 골문을 꿰뚫던 골잡이가 있었다. 이회택(72)과 차범근(65), 최순호(56), 황선홍(50), 이동국(39) 등 특급 골잡이가 등장해 골 폭죽을 쏟아내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2022 카타르월드컵을 목표로 출범한 벤투호에선 황의조(26·감바 오사카)가 그 계보를 이을 만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황의조는 반 박자 빠른 슈팅과 위치를 가리지 않고 골 냄새를 맡는 득점 본능이 무기다. 그는 올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득점왕(9골)에 올라 금메달까지 안기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49)의 부름을 받아 선발 출전한 지난 10월 남미 강호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선 3년 만의 A매치 골 맛까지 보면서 성인 무대에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불식시켰다.

17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호주와의 원정 평가전은 황의조가 한국을 대표할 골잡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무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2위인 호주는 2015년 자국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한국(53위)을 꺾고 우승한 강호다.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리는 차기 대회에서도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이번 평가전을 위해 호주는 마크 밀리건(하이버니안)과 맷 라이언(브라이튼), 트렌트 세인즈버리(PSV 아인트호번), 로비 크루스(보훔) 등 최정예 멤버를 총동원했다.

벤투 감독은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빌드업(후방에서 공격을 풀어가는 플레이)을 가미한 ‘지배축구’로 호주전 승리를 노리고 있다. 벤투 감독은 최전방 골잡이인 황의조에게는 수비까지 배제해 골 사냥만 주문하는 등 ‘지배축구’를 완성할 선수로 점찍었다. 손흥민(26·토트넘)과 기성용(29·뉴캐슬), 이재성(26·홀슈타인 킬), 황희찬(22·함부르크) 등 주축 선수들이 빠진 상황이라 어깨가 무겁다.

황의조는 최근 물오른 득점 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일본 J리그에서 6경기 연속골을 포함해 시즌 15골로 득점 3위를 달리고 있다. 호주 언론은 “손흥민과 기성용이 빠졌지만, 한국에는 황의조처럼 뛰어난 선수가 많다”고 경계할 정도다.

황의조가 호주전에서 득점을 터뜨린다면 아시안컵 득점왕 후보로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은 총 16번이 열린 아시안컵에서 조윤옥(4골·1960년)·박이천(5골·1972년)·최순호(7골·1980년)·이태호(3골·1988년)·이동국(6골·2000년)·구자철(5골·2011년) 등 6명의 득점왕을 배출했다. 황의조는 “호주가 안방이라 유리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컨디션이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며 “동료들이 잠시 자리를 비웠지만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