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해서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가시나들'
[노컷 리뷰] MBC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가시나들' 3화
MBC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가시나들'(연출 권성민) 2일 방송에서 박무순 할머니가 보낸 사연이 라디오 DJ를 통해 이야기되는 장면은 뭉클함을 안겼다. 일주일에 한 번 공부하러 가는 시간이 있기까지 할매들이 견뎌 온 시간은 80여년이다. 그 세월을 보내왔기에 함양 함매들의 이야기는 누구보다 솔직하고 감동을 전한다. 그렇기에 그들의 일상을 면밀히, 그러나 아무런 개입 없이 들여다본 '가시나들'을 보며 진심으로, 가슴 깊게 우러나오는 감정으로 웃을 수 있다.
'가시나들' 3화에서는 박무순 할머니가 MBC 라디오에 보낸 사연이 방송된 이야기와 할매들의 시험 시간이 그려졌다. 평생 소원하던 한글 배우기에 나선 할매들이기에 시험도 열정적으로 치를 줄 알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다양한 커닝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숙제가 귀찮고, 시험이 두려운 것은 세대를 막론한 진리와도 같았다. 할매들의 사연에 감동이 몰려오다가도 커닝하는 모습에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삶의 희로애락에 울고 웃는 것은 '예능'이 가진 가치 중 하나다.
예능의 사전적 의미는 '연극이나 영화, 음악, 미술, 무용 등의 연예 분야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복절도할 정도로 웃긴 것만이 '예능'은 아니다. '예능적 재미'라는 말도 어떤 웃음 코드가 있는 재미로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람의 마음 언저리를 건드리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어떠한 감정이 예능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일 수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따지자면 '가시나들'은 가장 '예능적 재미'를 가진 예능일 수 있다. '가시나들'이 가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예능과 다른 '진솔함'은 오히려 시청자가 진심으로 웃을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연출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시청자의 웃음을 유도하는 자막도 없다. 이때가 되면 웃어줘야 한다고 강요하는 듯한 설정도 없다. '가시나들'은 오히려 너무 단순하다. 함양 할매들이 한글을 배우는 과정이 프로그램의 전부다. 다만 여기에 어린 짝꿍들을 투입하고, 할매들의 교실 밖 모습을 그저 따라가며 관찰할 뿐이다.
MBC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가시나들' 3화 (사진=방송화면 캡처)과거와 현재의 삶을 이어주고 소통하되, 과거만을 조명하지도 않는다. 함양 할매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되, 그들의 삶이 단지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함양 문해학교에 다니며 그들의 못다 이룬 꿈을 현재에서 펼쳐나가는 모습도 조명한다. 그렇게 '가시나들'은 과거와 현재를 잇고, 노년과 청년의 삶이 서로 소통하면서 '지금'이 소중함까지도 이야기한다.
'가시나들'을 지칭할 수 있는 말은 독일 출신 사상가 한나 아렌트가 말한 '쁘띠 보뇌르(petit bonheur, 작은 행복)'나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한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지 않을까 싶다.
프랑스인이 작은 것으로 행복해지는 기술에서 전문가가 되었듯 우리는 이 작지만 착한 예능이 가져오는 잠시간의 시간으로 일상의 긴장을 내려놓고 웃을 수 있는 시청자가 되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과 같이 80년 가까운 세월이 축적된 할매들이 10대 같은 꿈을 꾸는 일상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작지만 확실한 웃음을 얻고 있다. 할매들의 일상과 할매들의 지난 삶과 현재가 곧 드라마이자 웃음이 된다는 점에서 '가시나들'은 예능이 갖는 원래의 정의에 가장 부합한 예능일 수 있다.
'가시나들'을 통해 얻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감정은 그로 인해 '소확행(笑確幸)', 즉 웃으면서도 확실하게 행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준다. '가시나들'은 진솔해서, 그래서 진심으로 웃을 수 있다. 진심으로 웃을 수 있기에 현실의 팍팍함을 이겨내고 잠시나마 마음속에 따뜻한 감성을 충전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런 소확행 같은,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예능인 '가시나들'와 같은 프로그램이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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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MBC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가시나들' 3화 (사진=방송화면 캡처)"다 늙어서 배우면 어따 쓰겠냐고 하는데 나는 모르고 살기가 서러웠습니다. 나 대신 글을 읽어주던 영감님이 죽고 나니 앞이 깜깜했습니다. 그래서 내 고향 탁현 마을로 왔습니다. 노인들 모아다 한글을 알려준다는 학교가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 공부하러 갑니다. 교장이 잘하고 담임선생님 항상 감사합니다."MBC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가시나들'(연출 권성민) 2일 방송에서 박무순 할머니가 보낸 사연이 라디오 DJ를 통해 이야기되는 장면은 뭉클함을 안겼다. 일주일에 한 번 공부하러 가는 시간이 있기까지 할매들이 견뎌 온 시간은 80여년이다. 그 세월을 보내왔기에 함양 함매들의 이야기는 누구보다 솔직하고 감동을 전한다. 그렇기에 그들의 일상을 면밀히, 그러나 아무런 개입 없이 들여다본 '가시나들'을 보며 진심으로, 가슴 깊게 우러나오는 감정으로 웃을 수 있다.
'가시나들' 3화에서는 박무순 할머니가 MBC 라디오에 보낸 사연이 방송된 이야기와 할매들의 시험 시간이 그려졌다. 평생 소원하던 한글 배우기에 나선 할매들이기에 시험도 열정적으로 치를 줄 알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다양한 커닝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숙제가 귀찮고, 시험이 두려운 것은 세대를 막론한 진리와도 같았다. 할매들의 사연에 감동이 몰려오다가도 커닝하는 모습에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삶의 희로애락에 울고 웃는 것은 '예능'이 가진 가치 중 하나다.
예능의 사전적 의미는 '연극이나 영화, 음악, 미술, 무용 등의 연예 분야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복절도할 정도로 웃긴 것만이 '예능'은 아니다. '예능적 재미'라는 말도 어떤 웃음 코드가 있는 재미로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람의 마음 언저리를 건드리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어떠한 감정이 예능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일 수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따지자면 '가시나들'은 가장 '예능적 재미'를 가진 예능일 수 있다. '가시나들'이 가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예능과 다른 '진솔함'은 오히려 시청자가 진심으로 웃을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연출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시청자의 웃음을 유도하는 자막도 없다. 이때가 되면 웃어줘야 한다고 강요하는 듯한 설정도 없다. '가시나들'은 오히려 너무 단순하다. 함양 할매들이 한글을 배우는 과정이 프로그램의 전부다. 다만 여기에 어린 짝꿍들을 투입하고, 할매들의 교실 밖 모습을 그저 따라가며 관찰할 뿐이다.
MBC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가시나들' 3화 (사진=방송화면 캡처)과거와 현재의 삶을 이어주고 소통하되, 과거만을 조명하지도 않는다. 함양 할매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되, 그들의 삶이 단지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함양 문해학교에 다니며 그들의 못다 이룬 꿈을 현재에서 펼쳐나가는 모습도 조명한다. 그렇게 '가시나들'은 과거와 현재를 잇고, 노년과 청년의 삶이 서로 소통하면서 '지금'이 소중함까지도 이야기한다.
'가시나들'을 지칭할 수 있는 말은 독일 출신 사상가 한나 아렌트가 말한 '쁘띠 보뇌르(petit bonheur, 작은 행복)'나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한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지 않을까 싶다.
프랑스인이 작은 것으로 행복해지는 기술에서 전문가가 되었듯 우리는 이 작지만 착한 예능이 가져오는 잠시간의 시간으로 일상의 긴장을 내려놓고 웃을 수 있는 시청자가 되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과 같이 80년 가까운 세월이 축적된 할매들이 10대 같은 꿈을 꾸는 일상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작지만 확실한 웃음을 얻고 있다. 할매들의 일상과 할매들의 지난 삶과 현재가 곧 드라마이자 웃음이 된다는 점에서 '가시나들'은 예능이 갖는 원래의 정의에 가장 부합한 예능일 수 있다.
'가시나들'을 통해 얻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감정은 그로 인해 '소확행(笑確幸)', 즉 웃으면서도 확실하게 행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준다. '가시나들'은 진솔해서, 그래서 진심으로 웃을 수 있다. 진심으로 웃을 수 있기에 현실의 팍팍함을 이겨내고 잠시나마 마음속에 따뜻한 감성을 충전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런 소확행 같은,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예능인 '가시나들'와 같은 프로그램이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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