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짝꿍들과 함께 한글 공부
될까? 싶었던 황금시간대 편성
첫 방송만에 호평 ‘정규편성’ 요청 쏟아져
개가 ‘공공’ 짖고 찌개가 ‘볼글볼글’
“할머니들 글씨엔 많은 감정 있어”
영화 ‘칠곡 가시나들’ 시리즈처럼
권성민 피디 “따뜻한 웃음 만들고파”
<가시나들>은 평균나이 78살의 경남 함양군 문해학교 할머니들과 20대 연예인으로 구성된 ‘애기 짝꿍’들이 함께 한글 공부를 하며 소통하는 이야기다.
권 피디는 문해학교 할머니들이 쓴 글씨를 인터넷에서 보고 프로그램을 구상했다고 한다. “노년에 한글을 익힌 할머니들의 손글씨를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해’처럼 보면 웃음이 나지만, 한글을 배우지 못할 수밖에 없었던 개인의 역사가 저 몇 글자 안에서 느껴지는. 할머니들의 글씨는 많은 감정이 들게 만든 하나의 콘텐츠였죠.” 비슷한 아이템인 영화 <칠곡 가시나들>이 제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예 김재환 감독에게 제안해 영화의 시리즈처럼 만들었다. <가시나들>은 <칠곡 가시나들> 제작사에서 만든다. 영화와 달리 젊은 세대가 노년층을 바라보는 시각을 담기 위해 20대 ‘짝꿍’들을 출연시켰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어른 짝꿍과 애기 짝꿍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돕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로 나오는 게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오히려 어른 짝꿍들에게 받는 게 많다. 할머니들의 글씨는 오히려 젊은 세대인 우리가 정해진 틀에 박혀 산 건 아닐까, 곱씹게 만든다. “개 짖는 소리를 적으라”는 말에 ‘공공’이라고 쓰고, “여행 가기 전에 가슴이 어떻게 뛰어요?”라고 물으면 ‘콩닥콩닥’ 등이 아닌 “그래서 약을 묵고 댕기지”라고 답한다. 웃음이 나지만 뒤통수를 치는 한방이 있다. 권 피디는 “전 가장 의아한 의성어가 바로 멍멍이에요. 들어보면 개는 ‘멍멍’ 거리지 않거든요. ‘컹컹?’ 어쩌면 할머니들이 쓰신 ‘공공’이 맞을지도 모르죠.” 프로레슬링을 즐겨보는 등 우리가 몰랐던 노년의 삶도 눈을 크게 뜨게 한다. “실제로 프로레슬링을 좋아하는 할머니들이 많아요. 노인을 무성의 존재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런 고정관념을 깼으면 하는 생각에 할머니들이 화장하는 장면도 담았어요.”
<가시나들>은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문화방송> 예능의 가치, 이전에 <칭찬합시다>나 <책을 읽읍시다>가 줬던 재미와 공공성의 의미를 살리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시청률이 3%대로 화제성만큼 수치가 높지는 않다는 이유로 정규 편성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영상 그 이상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