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뭉크 '절규'
노르웨이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는 인생에서 많은 불행을 겪었다. 어머니는 그의 여동생을 낳은 뒤 결핵으로 사망했고, 의사였던 아버지는 정신이상 증세까지 보이며 가혹할 정도로 그를 억압했다. 1902년에는 그를 집요하게 사랑한 여인 툴라 라르센이 결혼을 재촉하며 벌인 자살 소동 과정에서 실수로 발사된 총알에 왼손 가운뎃손가락을 잃었다. 그는 자신의 불행을 ‘질병과 광기는 내 요람을 지키는 검은 천사들’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 ‘절규’는 인간의 내면적 불안을 캔버스에 담아낸 역작으로 꼽힌다. 양손으로 귀를 막고 비명을 지르는 인물 뒤로 특유의 휘몰아치는 핏빛 하늘이 묘사돼 있다. 앞사람이 비명을 지르는데도 뒤에 서 있는 두 명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다. 강 위의 배와 멀리 교회의 탑도 고요하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가운데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떠는 인간의 내면을 대변한다고 할까.

뭉크는 이 그림의 액자 뒷면에 ‘나는 두 친구와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중략)/친구들은 계속 걸어갔지만 나는 불안으로 몸을 떨며 서 있었다/자연 속에서 거대한 절규가 들려왔다’고 적었다. 미술품 수집가로 유명한 미국 억만장자 리언 블랙은 2012년 이 그림을 뉴욕 소더비경매에서 1억1990만달러(약 1353억원)에 사들여 화제가 됐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