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어두워지는 고흐의 해바라기… 그 이유는 ‘화학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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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화학자 / 전창림 지음 / 어바웃어북

저자는 밀레의 ‘만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황혼 무렵이어서 화면이 전체적으로 어두워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어둑어둑한 저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화면이 어두운 게 아니라 탁하고 칙칙하다. 그러면서 그림이 물감과 주변 환경으로 인해 변색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밀레가 만종을 그린 1859년은 유럽에서 산업혁명이 한창일 때였다. 대도시 주변에 공장이 급증하면서 여러 사회 문제를 야기했다. 산업혁명은 미술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특히 대기 중 항산화물은 분명 유화작품들에 치명적이었고, 밀레의 ‘만종’이 탁하고 칙칙해진 것도 대기오염이 중요한 이유였다.

미술애호가이며 동시에 화학자인 저자는 화학자답게 대기오염 물질과 물감의 화학반응으로 인해 ‘만종’의 색감이 변화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2008년 ‘미술관에 간 화학자 : 첫 번째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화학자가 왜 미술관에 간 거지’. 그러나 “미술은 화학에서 태어나 화학을 먹고사는 예술이다. 미술의 주재료인 물감이 화학물질이다. 또 캔버스 위 물감이 세월을 이기지 못해 퇴색하거나 발색하는 것도 모두 화학작용에서 비롯한다”는 주장에 모두 무릎을 쳤다. ‘미술관에 간 화학자 : 두 번째 이야기’에도 전편에 못잖은 흥미진진한 미술 속 화학이야기가 빼곡히 담겨 있다.

‘갈색으로 시든 해바라기에 무슨 일이?’에서, 저자는 고흐의 ‘해바라기’가 시간이 흐를수록 어두워지는 이유를 분석했다. 고흐가 아를의 강렬한 태양 아래서 크롬 옐로(CHROME YELLOW)라는 물감에 왜 그리 집착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화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절규하는 하늘의 색’에서는 뭉크의 ‘절규’에 등장하는 붉은빛 하늘에 대한 기상학자들의 매우 독특한 연구를 소개했다. 루벤스가 그린 여체의 피부색에서 요즘 화장품에서 유행하는 컬러의 과학을 소개하고, 페르메이르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에서 파랑과 노랑의 현란한 대비 효과가 ‘색채인지과정’에서 나타나는 색채학 이론과 맞닿아 있다고 주장한다.

화가들이 애용했던 색과 물감에 대한 화학적 에피소드들도 풍성하게 담겨 있다. 오렌지색으로 초상화 속 모델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부각시켰던 네덜란드 초상화가 프란츠 할스, 초록과 핑크의 보색 대비로 불륜의 현장을 은밀하고 에로틱하게 묘사했던 로코코 화가 프라고나르, 섬세하고 부드러운 붓질을 위해 물감에 오일을 지나치게 많이 첨가해 그림의 보존성을 훼손한 바토 등 작품에 담긴 화학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한양대 화학공학과와 동 대학원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 국립대에서 고분자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홍익대 바이오화학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공과대학에서는 고분자화학을, 미술대학에서는 미술재료학을 가르치고 있다.

틈틈이 미술과 화학, 예술과 과학의 융합을 주제로 강의하고 글을 써오다, ‘미술관에 간 화학자’를 집필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370쪽, 1만8000원.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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