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이성' 아닌 '동료'로 함께 살아가는 법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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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4.09. 오전 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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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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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훗날 역사책에서 대한민국의 2018년을 기술한다면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운동’이 가져온 사회적 변화가 반드시 포함될 것이다.

2018년 1월 30일, 상명하복을 목숨처럼 지키는 검찰 조직에서 한명의 여검사가 시작한 미투 운동. 이후 문학과 연극, 영화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와 예술인들, 그리고 차기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되었던 유력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미투의 가해자로 드러나며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는 무수히 많은 침묵의 미투가 있어 왔다. 다만 말을 할 수 있는 시대적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침묵하고 포기했을 뿐이다.

높은 지위에 오른 성공한 여성들조차도 이러한 기본적 인권 유린에 대해 외면하거나,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치부해 왔던 것 같다. 어쩌면 언젠가 여성의 사회 참여율이 높아지고 여성 임원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학총장, 장관, 여당 대표, 대기업의 총수까지 여성들이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방치되어 곪을대로 곪아 결국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폭발하고 말았다.

급기야는 ‘펜스룰’이 등장하며 여성 직원들을 기피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들은 왜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었을까?

바로 여성과 남성이 동료로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우리 사회가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르치지 않았으니 배울 수가 없었고, 선배들의 잘못된 행동들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따라 했다.

잘못된 행동은 사회 전반으로 전염되어 점점 퍼져 갔다. 지금까지 아무도 잘못을 지적하지 않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기에 그래도 되는 줄 알았을 것이다.

미투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갔지만, 여전히 가해자를 비난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란 뿐 우리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해자를 처벌한다고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해자들에게 충분한 징벌이 주어질 지도 미지수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피해자들이 다시 마음의 상처를 입고 펜스룰에 갇힐 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면서까지 용기를 낸 저들의 외침이 일시적인 가십거리가 아니라 새로운 길이 되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포스트 미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성과 남성이 ‘이성’이 아닌 ‘동료’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후배들, 자녀들에게 올바르게 전달하는 것이다. 남성들은 여성과 ‘동료’로 일하는 것에 익숙지 않다. 불편하고 조심스럽고 어색하다. 여성을 채용하지 않거나 외면하면 되는 것을 굳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가면서까지 왜 불편한 여성 동료와 같이 일해야 하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오던 2008년으로 돌아가보자. 얼마나 당황스러웠는가. 굳이 어려운 사용법을 배워 가면서 왜 이걸 써야만 하는지 반문하곤 했다. 불편하고 어색했다. 하지만, 2018년에 사는 우리에게 스마트폰은 손에서 뗄 수 없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우리의 일상은 그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하고 윤택해졌다. 내비게이션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어떤 길이 더 빠른지 물어보고 기계가 알려준 대로 의심없이 핸들을 돌린다.

이와 같이 서로 적응하는 불편한 과정을 잠시 겪으면 공존과 신뢰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바꿔 놓는지 이미 경험했다.

이렇게 첨단 문명을 잘 받아들이고 흡수하는 대한민국이지만, 사회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유독 느리고 보수적이다. 기계에게도 이렇게 무한 신뢰를 보내며 의견을 존중해 주는 세상이 왔는데, 하물며 같은 사람인 여성이 강압, 억압하고 빼앗는 대상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세상이 바뀌고 있다.

대한민국의 저출산 고령화 속도는 가히 LTE급이다. 이제는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에 진입했고, 앞으로도 그런 시대에서 살아가야 한다. 아무리 펜스룰을 내세우고 저항을 해도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이러한 불편함에 하루빨리 익숙해지고 적응해야 한다. 방치하고 외면하면 더 심각한 문제에 부딪칠 것이다. 하지만 서로 공존하는 방법을 배워간다면 삶은 더욱 빨리 윤택해지고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바로 이것이 미투를 극복하고 한 공간에서 여성과 남성이 ‘사람 동료’로서 같이 살아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미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아니 시작이다. 앞으로도 더 지루하고 치열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피해자는 법정에서 고통의 시간들을 무수히 떠올리고 증언을 반복해야 한다.

국민들은 문자로서 함께(with you)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 법과 제도도 고치고, 직장 내 문화조성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고 지원해야 한다.

우리들의 딸, 누나, 여동생이 건강한 대한민국의 일원으로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믿고 응원해 주어야 한다.

최은영 (eun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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