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료원 미화원 폐렴으로 숨져…노조 “과로에 의한 감염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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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6.09. 오후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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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아무개씨, 구토·코피로 응급실 입원 다음날 숨져
노조 “충원 없이 연차 강제사용 탓 12일 연속근무”


서울의료원 건물 안과 복도에 소각장으로 보내지 않은 의료폐기물이 쌓여 있다. 7일 촬영한 사진에서는 16일 전인 지난달 22일 버린 폐기물도 확인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새서울의료원분회 제공
서울시 산하 서울의료원에서 일하던 60대 남성 미화원이 갑자기 숨져, 노조 쪽이 과로에 의한 감염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서울의료원은 지난 1월 ‘태움’(간호사들의 직장 내 괴롭힘 문화)으로 서지윤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최근엔 암 투병 중인 간호사를 호스피스 병동으로 배치해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새서울의료원분회에 따르면, 이 병원 미화원 심아무개(60)씨는 지난 4일 출근했다가 배가 많이 아프다며 조퇴했다. 집에서 심한 구토·코피 증세를 보이던 심씨는 이날 저녁 7시께 서울의료원 응급실에 입원했지만, 이튿날 오전 8시10분께 숨졌다. 사망진단서에 적힌 직접사인은 폐렴, 선행사인은 호중구(백혈구의 일종인 면역세포) 감소증이다. 면역력이 떨어져 폐렴에 걸려 숨졌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노조 쪽은 심씨가 갑자기 숨진 원인을 과로와 그로 인한 감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심씨는 마지막 출근날까지 주말을 포함해 12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그의 12일 연속 근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고, 18일 연속 일하는 동료도 있었다고 한다. 2015년 무기계약직 직고용으로 전환된 이후에 기존보다 미화원 인력이 10명 줄어든(68명→58명) 탓이다. 올해부터 연차 강제사용제가 시행되면서 쉬는 사람의 업무도 출근한 사람이 떠안게 됐다. 심씨의 경우엔 2인1조로 근무하는데, 다른 조원이 병가를 내 업무량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었다.

노조는 서울의료원의 폐기물을 수거하는 업체의 소각로가 고장 나 병원 지하에 쌓아둔 의료폐기물이 감염 경로였을 의혹도 제기한다. 병원에서는 지난 7일, 폐기된 지 16일이 지난 의료폐기물도 발견됐다. 김경희 새서울의료원분회장은 “고인이 간이 좀 안 좋긴 했지만, 유족들이 주치의한테 물어보니 갑자기 돌아가실 만큼의 상태는 아니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지난 4월 건강검진에서도 심각한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과로와 관련해선 “연차 강제사용은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의 일환인데, 서울시의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의 기본 전제는 ‘선 인력충원 후 노동시간 단축’이다. 그런데 인력충원은 안 해주면서 연차를 쓰라고 하니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의료원은 2017년 연말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의 우수 모델로 ‘지방공공부문 일자리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았다.

노조 쪽 자문에 응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지금으로선 폐렴을 일으킨 균이 의료폐기물과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없다”면서도 “호중구 감소증으로 폐렴이 왔다는 건 특이하고 이상한 진단으로, 병원에서 폐렴에 걸린 게 아니라고 부인하려고 앞뒤 순서를 바꿔 쓴 사망진단서”라고 지적했다. “폐렴이 먼저 있었고 그게 악화돼 패혈증이 오면서 호증구가 감소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주말부터 심씨의 몸이 안 좋았다는 유족의 이야기 등으로 미뤄볼 때 폐렴에 걸린 채로 출근을 계속한 것 같다. 과로가 폐렴의 원인인, 전형적인 산재”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의료원 쪽은 “사인과 관련한 혈액배양검사 결과가 10일 나온다. 폐렴의 원인이 된 세균이 어떤 종류인지 정확히 확인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과로와 의료폐기물 처리 등을 두고선 “고인이 개인 일정 때문에 휴일근무를 바꿔 12일 연속 근무를 한 것으로 안다. 다른 병원에서도 수거업체에 문제가 생기면 의료폐기물을 상자에 밀봉한 뒤 한쪽에 쌓아두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조혜정 김민제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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