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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구' 분량 90% 차지한 이순재 "힘 안 들었다, 신나서"

[노컷 인터뷰] '덕구' 덕구 할배 역 이순재 ①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덕구'에서 덕구 할배 역을 맡은 배우 이순재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제가 90% 이상 나옵니다. 이건 쉽지 않은 기회죠. 그래서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덕구'가 언론에 첫선을 보이던 지난달 27일, 배우 이순재는 유쾌한 입담으로 취재진을 폭소케 했다. 지난해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에 나왔기에, 영화 출연 자체가 아주 오랜만인 것은 아니었지만 분량이나 중요도 면에서 압도적인 '주인공'을 맡은 건 무척 오랜만이었다.

올해 한국 나이로 85세가 된 이순재는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덕구'(감독 방수인)에서 '덕구 할배' 역을 맡았다. 아들 사망 보험금을 고국에 보낸 인도네시아 출신 며느리를 내쫓은 그는 덕구(정지훈 분)와 덕희(박지윤 분)를 혼자 키우는 할아버지다. 극중에서 자기 이름도 없다. 누군가에게 전화할 때도 그저 '덕구'라고 자신을 소개할 뿐이다.

온종일 온몸이 뻐근하게 고기판 기름때를 벗겨내도 두 배 쳐줘야 고작 몇만 원을 받는 할배는 커 가면서 갖고 싶은 것도 많고 창피함도 알게 되는 아이들을 따라가기 버거워한다. 그런 와중에 폐암에 걸린 것을 알게 돼, 아이들과의 이별을 준비한다. 참으려고 노력하기도 전에 먼저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영화다.

언론 시사회에서도 밝혔듯, 이순재는 '덕구'의 자연스러움이 마음에 들어 출연을 결정했다. 그것도 '노 개런티'로. 모처럼의 영화 촬영이 즐거웠다는 그를,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날 라운드 인터뷰에는 10개가 넘는 매체가 참여해 이순재와 영화를 향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흐름이 아주 자연스럽고, 억지 없는 영화"

이순재의 마음을 움직인 건 이야기의 힘이었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방수인 감독은 '덕구' 시나리오 작업에만 8년을 들였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산, 바다, 들을 떠돌며 많은 이들의 삶을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경험해 가며 썼단다. 포털 검색에서 영화 출연작을 검색하면 129편(!)이 나오는 대배우는 자연스러운 이야기에 마음을 뺏겼다고 밝혔다.

이순재는 "흐름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아, 이건 억지가 없구나 하고 느낀 것이다. TV 드라마 중 어떤 작품은 억지가 많다. '뭐 이런 게 있어?' 하는 상황이 많이 있다. 시청률하고 상관없이. 우린(동년배 연기자들) 또 비교적 그런 걸 따지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는 할아버지 이야기라 공감대가 있다고 봤어요. 생활 조건이 나와는 다르지만 정말로 안간힘 쓰면서 두 아이를 키워보려고 하지만 그게 안 되는 얘기지. 근데 어디다 호소할 데도 없고…"

하루 전 언론 시사회에서도 그는 "참 소박하면서도 진솔한 영화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주 자연스럽고 잔잔한 얘기지만 큰 무리 없이 우리 일상의 정서를 따라 흘러가는 영화다. 나름대로 사랑도 많이 담겨 있다"고 자랑한 바 있다.

덕구, 덕희를 키우는 덕구 할배의 이야기가 중심인 만큼 이순재는 거의 모든 장면에 나온다. 그만큼 촬영 분량도 많았다. 하지만 이순재는 "힘 안 들었다. 신이 나서"라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좋은 영화에서 연기해야겠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 70살 넘게 차이 나는 아역과 촬영 "너무 잘할까 봐 걱정"

영화 '덕구'에서 이순재는 자신의 이름이 따로 나오지 않는 '덕구 할배'를 연기했다. 덕구, 덕희 두 남매를 홀로 키우는 할아버지다.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덕구로 분한 정지훈은 2007년생이다. 올해로 12살이 됐다. '미쓰 와이프', '형', '장산범', '신과 함께-죄와 벌' 등에 출연했다. 무려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덕구'에 합류했기에 '천재'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70살 넘게 차이 나는 아이들과 오랫동안 호흡한 소감을 물으니, 그는 옛이야기부터 꺼냈다.

"옛날에는 아역들하고 많이 해 봤지. 지금 다 대가가 됐어요. 윤유선하고는 8살 때 했고, 또 성공한 아역들이 많이 있어요. 어릴 때 반짝하다 없어진 아이들도 있지만. 요즘 아이들은 하고 싶어서 하더라고. 처음에 걱정했는데 첫날 촬영하는 걸 보니까 다 알아서 하더라고요. 오히려 너무 잘할까 봐 걱정을 했어요. 아역이 너무 잘하면 징그럽고 꾸민 것 같단 말이야. 자연스러워야 해요. 어린애는 어린애다워야 하는데… 어떤 작품을 보면 애들이 평소에 안 쓰는 용어를 쓰게 하는데 그건 잘못된 거예요. 어른이 해야 할 얘기를 애가 하고 그러는 거. 근데 요거는 아주 야무지게 잘 해서 촬영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이순재는 정지훈, 박지윤 두 아역의 연기를 이미 극찬한 바 있다. '상당히 소화하기 어려운 역할인데도 작품과 본인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표현'(정지훈)했다며 이만큼 아이들이 경이적이라고 하는가 하면, '대사는 몇 마디 없지만 사이사이 표현하는 감정이 적절하고 깨끗하다'(박지윤)고 했다. 두 아이의 연기가 영화에 큰 보탬이 됐다는 말도 더했다.

'덕구'의 미덕을 '자연스러움'이라고 거듭 강조한 그이기에, 연기할 때도 이 같은 원칙을 지켰다. 아이들이 워낙 알아서 잘한 덕에 조언이라고 할 만한 이야기를 별로 안 했지만, 시선 같은 것을 너무 과장하지는 말자 정도는 전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순재는 어떤 할아버지일까. 그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손주는 무조건이다. 그러니까 애들을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맡기지 말란 말이야. 버르장머리 없어지니까. 다 수용하거든"이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 이순재가 자랑하는 중장년 연기자들의 강점

1956년에 데뷔한 이순재는 좀처럼 쉬지 않고 일하는 대표적인 배우 중 한 사람이다. 수많은 작품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20~30대로 설정돼 있지만, 그런데도 우리는 존재감 뚜렷한 그를 다양한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는 "나이 먹은 사람이 잘 안 보이긴 한다. 작품에 따라 그런 성향이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나이 든 사람들을) 나오랄 순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왕성하게 활동하는 배우 중 한 사람이라고 했더니 이내 "신구 씨, 최불암 씨, 주현 씨 등 많이들 그런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순재는 "(이분들이) 프로그램에 보탬이 되지 마이너스 요인이 되진 않는다. 시청률에서도 1% 이상은 역할을 한다고 본다. 돈이나 얻어먹자고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만큼 책임의식과 역량을 가지고 있어, 제대로 활용하면 보탬이 되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문희 씨, 김영옥 씨, 김혜자 씨, 강부자 씨, 정혜선 씨… 그리고 50~60대 연기자들도 좋은 사람이 많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사람들은 연기의 스탠다드(기본)이 돼 있는 사람들이다. 50년 이상 수백 명의 남녀 주인공들이 번쩍거리다 사라졌다. 착실하게 역량 쌓은 사람들이 남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 관객, 시청자와의 약속 지키기 위해 애쓴 62년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덕구'는 7일 현재 5만 관객을 돌파했다.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지난 2월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돈꽃'에서 이순재와 함께 연기한 배우 장혁은 종영 인터뷰 당시 모든 배우가 연기의 '명분'을 끌어내기 위해 치열하게 준비하고 겨뤘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순재가 방송가 역사를 비롯한 옛날이야기를 해 주어서 무척 좋았다고도 털어놨다.

이처럼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선배의 존재는 뒤따르는 이들에게 존재만으로 든든함을 선사하곤 한다.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된다는 말에 "후배들도 (나만큼) 얼마든지 (오래) 할 수 있다. 자기관리만 잘하면 내 이상으로 할 수 있다. 본인이 나태해지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이순재는 "'아, 이 정도면 난 다 됐으니까 적당히 왔다 갔다 하면서 용돈이나 얻어쓰자' 이러면 안 되는 거다. 현장에서 우리랑 같이 작업하는 후배나 스태프가 우릴 불편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야, 난 나이가 있지 않냐' 이런 식으로 하면 (작품에서 ) 빠지면 된다. 오히려 더 잘 적응해줘야 한다. 왜냐하면 (작품을) 하고 싶고, 하는 데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어느 현장에서나 최고령자인 그는, 본인이 강조한 대로 아랫사람들이 자신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편이었다. 동시에, 그건 어떤 책임이기도 했다. 관객, 시청자들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굳은 의지. 공연할 때 철근 세트에 부딪혀 피가 난 일화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얘기할 정도였다.

"우리 직종은 불효 직장이야. 아버지가 죽어도 못 간단 말이야. 관객하고의 약속이기 때문에. 가장 소중한, 중요한 약속. 다른 건 다 사사로운 일이라는 거죠. 공교롭게도 아버지 어머니 돌아가실 때 늘 일이 걸렸어요.

TBC 사극 녹화 당일날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오래 와병했는데 아침에 상태가 안 좋으신 것 같아 '괜찮습니까? 갔다 옵니다' 했어요. 그땐 아우가 있었죠. 어머니는 공연('라이프 인 더 씨어터') 중에 돌아가셨다고. 동숭아트센터에서 홍경인이랑 같이 한… 그때도 관객하고 약속한 거라 내가 해야 한다고 했어요.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다 이해합니다. 나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어머님 가실 때는) 아우도 없었어요. 근데 그게 우리 직종이에요. 어쩔 수 없는 거죠."

(노컷 인터뷰 ② 이순재 "드라마 제작 풍토가 방송 적폐, 고쳐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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