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에 갑질.부하 성추행.뺑소니 사망사고... 경남 경찰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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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방경찰청 전경
[전국구 와글와글-62]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이런 개념 없는 경찰들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한 달 새 경남경찰청 소속 간부와 직원들이 '주민들에 대한 갑질'은 물론 '부하 여경 성추행' '뺑소니 사망사고' 등 연이어 큰 물의를 빚으면서 나온 한 시민의 반응이다.

'갑질' '성추행' 등 전국적인 사회 이슈가 되는 사안들이 경남경찰청에 연달아 터지면서 전반적인 공직 기강 해이는 물론 그동안 해온 예방 대책들이 형식적이라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경남경찰청은 주민들에게 갑질을 해온 거창 한 면 지역 파출소장 A씨(경감)를 최근 보직해임하고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A경감의 갑질이 외부로 드러난 건 이를 견디다 못한 주민들의 집단 청원 때문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지난 1월 A경감이 파출소장으로 발령받은 이후 온갖 횡포를 당하자 최근 해당 파출소장의 전출을 서장에게 요구한 것이다. A경감이 주민들에 행한 갑질은 '일제강점기 순사'를 연상케 할 정도다. A경감은 나이 많은 노인에게 반말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농번기에 수시로 주민들을 파출소로 불러들이는 건 예사였다. 그는 한 마을 단체에서 행사를 치르면서 지역 업체에서 수건을 찬조받자 '김영란 법' 위반이라며 수일간에 걸쳐 수건을 거둬들여 소각하기도 했다. A경감은 앞서 인근 지역 파출소장 재직 당시에도 여성 명예파출소장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폭언과 함께 명예소장들이 보는 앞에서 명단을 찢어버리고 교체하기도 했다. 이 같은 A경감의 횡포가 계속되자 일부 주민들은 이사를 가기도 했다. 보복이 두려워 여전히 '공포감'을 느끼는 주민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하 여경에 대한 성희롱·성추행도 지난해 이어 또다시 발생했다.

경남경찰청은 지난 6월 29일 함안경찰서 간부 B씨(경정)를 직위해제하고 최근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B경정은 동료 여성경찰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고 신체 접촉으로 성적 불쾌감을 준 혐의다. 경찰청 성비위 태스크포스팀은 당시 이 건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성희롱보다는 성추행으로 판단하고 수사로 전환했다. 이후 경남청은 B경정에 대해 수사를 벌여 최근 여직원 여러 명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한 것으로 밝혀져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진해경찰서 간부인 C씨(경정)도 성희롱 발언이 문제가 돼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21일에는 하동경찰서 소속 순경 D씨가 뺑소니 사망사고를 내면서 물의를 일으켰다. D순경은 이날 오후 8시18분께 하동읍 문도마을 인근 도로 건널목을 지나던 70대 마을 주민을 치고 도주한 것이다.

특히 D순경은 이날 하동서 산하 경찰발전위원회 회식이 열린 광양의 한 음식점에 참석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냈다. D순경은 특가법상 도주 혐의로 현재 구속수감돼 있다. 또 당시 사고 발생 소식이 알려지면서 경찰위원회 회식을 굳이 관내를 벗어나 전남 광양까지 가서 한 배경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들 사건은 최근에 공식적으로 외부에 알려진 사안이지만 드러나지 않은 그릇된 사건도 많다. 지난 5월에는 상습 음주운전을 해온 도내 한 경찰서 경위가 해임되기도 했고, 또 다른 경찰서 한 경정은 올 초 금품수수 혐의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기도 했다. 최근 3년간 경남경찰청 경찰관 징계 현황을 보면 올해 6월까지 직원 13명이 금품수수, 직무태만, 품위손상 등으로 징계를 받았으며 이 중 감봉 이상 중징계자는 9명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직원 36명이 징계를 받았으며 파면·해임만 7명으로 나타났다. 2016년에는 33명이 징계를 받았고 파면·해임이 8명이었다.

경남청은 올해 초 전국적으로 '미투' 운동이 벌어진 데다 한 경찰서 현직 여경이 여성 후배 직원의 성추행 사건을 도와주다가 왕따 등 2차 피해를 입은 이른바 '경남청 서지현' 사건이 불거진 이후 직장내 성희롱·성추행 관련 예방대책을 대폭 강화했다. 경찰관들의 대민 갑질에 대해서도 수년 전부터 '갑질'이 전국적으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자체 교육을 수시로 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들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이들 경찰관들이 대형 물의를 일으킨 지난 6~7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잇단 해외 방문과 지방선거 등으로 자체적인 공직기강 확립 시기여서 '기강 해이'는 물론 지휘부의 직원 관리에도 구멍이 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남 경찰청 관계자는 "그동안 수차례 강조돼 왔던 경찰의 기본 자세임에도 이 같은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 이번에 적발된 일부 경찰관들은 과거에도 물의를 일으킨 전력이 있는 만큼 여러 각도에서 대책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창원/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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