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간 직거래 논쟁…서유럽만 ‘끙끙’

서유럽의 겨울 운명을 좌우할 러시아 가스 수송관을 둘러싸고 유럽·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러시아가 최근 자국 북부에서 발트해 해저를 지나 독일로 연결되는 천연가스 수송관인 ‘노르트 스트림(Nord Stream)’을 가동한 것과 관련,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국 영토를 지나는 유럽행 가스관의 장래에 대해 러시아 측에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View of a gas pressure-gauge of the main gas-pipe in Bratislava, capital of Slovakia  taken 2 January 2006. Europe has started to feel the pinch after Russia cut gas supplies to Ukraine in a politically-charged price dispute, while Moscow accused Kiev of stealing some of the supplies meant to cover 25 percent of the European market.     AFP PHOTO                 JAKUB SUKUP

<저작권자 ⓒ 2005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View of a gas pressure-gauge of the main gas-pipe in Bratislava, capital of Slovakia taken 2 January 2006. Europe has started to feel the pinch after Russia cut gas supplies to Ukraine in a politically-charged price dispute, while Moscow accused Kiev of stealing some of the supplies meant to cover 25 percent of the European market. AFP PHOTO JAKUB SUKUP <저작권자 ⓒ 2005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러시아는 최근 발트해 부근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독일로 직접 보내는 가스관인 ‘노르트 스트림’을 개통했다. 이 가스관은 발트해 해저를 따라 러시아 서부 항만도시 비보르크에서 독일 북동부 그라이프스발트까지 이어진다. 중간 경유지였던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유럽으로 수출하는 천연가스의 약 80%를 우크라이나, 20%를 벨라루스 경유 가스관을 통해 공급해 왔지만 이제 정치적으로 불편한 관계인 우크라이나를 판 바깥으로 아예 제외해 버렸다.

‘노르트 스트림’ 새 분쟁 요인으로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노르트 스트림 개통을 정식 외교 문제로 비화하고 나섰다. 이타르타스통신에 따르면 비탈리 루키야넨코 우크라이나 총리 공보실장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앞으로도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을 이용할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듣길 원한다”고 정면 도발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자국 경유 가스관을 이용해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러시아로부터 통과료를 받고 있다. 루키야넨코 실장은 “만일 러시아가 가스관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를 유지하는 것이 수익성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가스관을 해체하거나 다른 용도로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수를 뒀다.

앞서 2006년과 2009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가스 분쟁이 일어난 적이 있다.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 가스의 가장 중요한 통로인 우크라이나가 가스를 몰래 빼 쓰고 가스 대금을 체불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의 밸브를 잠가버렸다. 두 나라 간 분쟁의 피해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공급받는 유럽연합(EU) 국가들에 고스란히 전가됐다. 가스 공급이 전면 중단되자 이들 국가의 공장은 가동을 멈췄다.

러시아는 가스 거래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하는 작업을 다각도로 진행하고 있다. 노르트 스트림 외에도 우크라이나를 우회해 유럽으로 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또 다른 가스관인 ‘사우스 스트림(South Stream)’ 프로젝트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우스 스트림’은 러시아 흑해 연안에서 출발해 900km의 흑해 해저를 통과한 뒤 불가리아를 거쳐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로 연결되는 최대 3200km 길이의 가스관이다.

한편 서유럽 국가들의 높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는 고질적인 과제다. 이번에 개통된 노르트 스트림은 총 길이가 1224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가스관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간 275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이 가스관을 통해 독일·프랑스·영국·네덜란드·덴마크 등으로 공급될 예정”이라며 “2013년 두 번째 가스관이 완공되면 독일로 직송되는 가스 운송량은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고 보도했다. FT는 2013년부터 러시아산 가스가 서유럽 2600만 가구의 천연가스 수요를 충족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서유럽 국가들은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가스를 공급받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러시아는 서유럽 국가들과 가스를 직거래하게 됨에 따라 EU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EU는 지금도 매년 가스 수요의 약 25%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27개 EU 회원국 가운데 핀란드와 슬로바키아 등 7개국은 가스의 100%를 러시아에서 가져다 쓴다.

김동욱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