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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이번엔 종교 갈등

김덕식 기자
입력 : 
2018-12-16 18:01:03
수정 : 
2018-12-16 18: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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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정교회 새 수장 선출
러시아 "정통성 없다" 반발
최근 흑해에서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함정 나포 등으로 고조된 갈등이 결국 종교를 갈라놓았다.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분리·독립을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15일(현지시간) 통합 우크라이나 정교회 창설을 선언하고 새 교회 수장을 선출했다고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지금까지 3개 분파로 나뉘어 있던 우크라이나 정교회 성직자들은 이날 수도 키예프의 성소피아 사원에서 성직자 190여 명이 참석한 비공개 종교회의를 열고 통합 우크라이나 정교회 창설을 결정했다. 회의에는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석했다.

종교회의에서 기존 키예프 총대주교구 산하 우크라이나 정교회 주교인 예피파니 두멘코를 통합 우크라이나 정교회 수장으로 선출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독립 우크라이나 정교회 창설을 축하한다"며 "오늘은 독립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창설된 신성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독립 정교회 창설로 정치적으로 '반러시아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종교적 독립성까지 확보하게 됐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러시아 정교회를 이끄는 모스크바 총대주교구 소속 우크라이나 정교회와 독립적 성격의 키예프 총대주교구 산하 우크라이나 정교회, 우크라이나 자치 정교회 등 3개 분파로 나뉘어 있었다.

러시아와 심각한 갈등을 겪으며 친서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포로셴코 대통령은 이 같은 우크라이나 정교회 분파를 통합해 러시아 정교회에서 분리된 독립 우크라이나 정교회 창설을 추진해 왔다.

명목상 전 세계 정교회 가운데 최고 권위를 갖는 터키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가 지난 10월 주교회의(시노드)에서 우크라이나 정부 요청을 받아들였다. 여러 분파로 나뉜 우크라이나 정교회를 통합해 독립적 지위를 부여하는 절차가 개시됐다. 세계 정교회의 형식적 수장인 바르톨로메오스 1세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는 통합 우크라이나 정교회 수장 예피파니와 정교회 성탄절(1월 7일) 하루 전 이스탄불(콘스탄티노플)에서 합동 예배를 집전한 후 교회 독립을 승인하는 토모스(종교령)를 수여할 예정이다.

러시아 정교회는 그러나 새로 창설된 통합 우크라이나 정교회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밝혀 정교회 내 갈등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 총대주교구는 이날 예피파니 주교가 새 통합 우크라이나 정교회 수장으로 선출된 데 대해 "종교적 정통성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러시아 정교회는 우크라이나 교구의 독립을 허가한 콘스탄티노플과 결별까지 각오해 동방정교회 대분열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정교회는 전체 동방정교회 교구 중 가장 많은 1억5000만명에 달하는 신도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동방정교회 신도는 2억50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러시아 정교회는 현실 정치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현재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도 러시아 내에서 대표적인 친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인사로 손꼽힌다.

동방정교회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가 전체 동방정교회를 상징하지만, 각국 교구들은 별도 권한을 가지고 움직인다. 이는 하나의 조직으로 움직이는 가톨릭과 다른 모습이다. 독립 교회 수장은 모두 동등하되,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가 동등한 교회 지도자 중 '첫째 자리' 또는 '최고 명예의 자리'로 존중받는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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