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과 중국의 충돌로 번지는 홍콩 사태, “법치 위협” VS “외세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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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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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인민일보 “폭도들에 강경한 법 집행”
홍콩 시민들이 13일 입법회 청사 인근에서 ‘철회’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높이 들고 시위하고 있다. 무장경찰이 이들을 막고 있다. 홍콩 당국은 전날 범죄인인도법안 반대시위에서 70여명이 다치는 등 폭력사태가 발생하자 14일까지 정부청사를 폐쇄하기로 했다. AP뉴시스


지난 9일과 12일 홍콩에서 발생한 대규모 반(反)범죄인 인도법안 시위가 서방 국가들과 중국 간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은 홍콩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폭동’을 강경진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은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이 홍콩의 법치와 자유를 위협하는 조치라고 비난하고 있다. 홍콩 사태가 새로운 국제적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는 셈이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 행정장관이 이미 담화를 통해 ‘홍콩 상황은 평화집회가 아니라 조직적인 폭동으로 어떤 문명·법치 사회도 평화와 안녕을 해치는 위법행위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한 셈이다.

겅 대변인은 고무총탄과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강경 진압한 홍콩 당국의 방식에 대해 “우리는 홍콩 정부가 법에 따라 처리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콩 시위의 이유를 이해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서는 “홍콩의 일은 중국의 내정으로 우리는 어떤 외국 정부와 조직, 개인이 간섭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시위는 노골적으로 조직된 폭도의 선동”이라며 범죄인 인도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홍콩 시위대의 폭력성을 일제히 부각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홍콩에 외부세력이 가세하면서 심각한 사건으로 비화하고 있다”며 “폭도들은 홍콩 주요 관리와 가족들에게 살해 협박 편지를 보내고, 위험한 무기로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미국 CNN방송을 예로 들며 “서방 언론의 보도는 남의 불행을 즐기고 홍콩의 쇠락을 노래하는 악독한 어조로 가득차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홍콩의 급진 반대파는 정치적 사익을 위해 중국을 적대시하는 외부세력과 한통속이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은 범죄인 인도법안에 우려를 표명하고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2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영국이 전 식민지의 자유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야 하는 특별한 책임이 있다”며 홍콩 상황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홍콩에 많은 수의 영국인이 있어 법안의 잠재적인 효과에 대해 우려한다”며 “범죄인 인도법안은 영·중 공동선언에서 정한 권리 및 자유와 긴밀히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가 홍콩의 법치를 지지해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범죄인 인도법안은 법치와 사법부의 독립성, 홍콩 체제를 유지하는 ‘일국양제’의 본질에 도전하고 있다”며 “서구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도 홍콩 시위에 대해 “시위의 이유를 이해한다. 그들이 중국과 해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캘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날 때 아마도 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법안이 통과된다면 홍콩의 일국양제 체제와 고도의 자치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재평가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전날 이뤄진 홍콩 대규모 시위에 경찰이 물대포, 고무탄, 최루탄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하면서 7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2명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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