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연예잡지' BTS 짝퉁화보집 장사… 법원이 제동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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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권 침해… 팬들 속아서 구매
작년 제작·배포 등 금지 판결에도 기사 일부에 사진 도배하는 꼼수
BTS 소속사 빅히트 잇단 소송 法, 화보집 역할 인정 "발행금지"
A잡지에 실린 BTS 사진

아이돌그룹 BTS 화보집을 무단으로 제작해 판매하는 업체들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BTS의 세계적인 인기에 편승해 이른바 '짝퉁 화보집'을 제작하고, 겉으로는 연예잡지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는 무단 화보집을 발행한 일부 업체들의 꼼수에 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법원은 특히 명문규정이 없어 혼선이 일고 있는 연예인의 퍼블리시티권(초상사용권)이 아닌 연예인을 상당한 노력으로 육성한 소속사의 명칭과 초상 등 독점적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해줬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짝퉁 화보집 판매는 부정경쟁행위"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는 BTS 무단 화보집을 정식 화보집인 줄 오인하고 속아서 구매한 팬들로부터 잦은 항의에 시달려 왔다.

종전에 BTS와 같은 유명 연예인의 성명, 초상, 사진이 갖는 재산적 가치의 경우 국내 법원이 '퍼블리시티권'을 일부 인정해주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명문규정이 없는데다 대법원 판결도 없다보니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는 실정이다.

빅히트가 짝퉁 화보집 업체인 M사를 상대로 제기한 제작 및 배포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빅히트를 대리한 법무법인 광장은 이런 점을 고려했다.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항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한다. 광장은 BTS의 짝퉁 화보집을 제작·판매하는 행위가 바로 이 조항을 위반했다는 논리를 개발했다.

특히 광장은 빅히트가 BTS의 공식 오디션을 통한 선발부터 데뷔, 현재의 성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기획, 관리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현재 BTS의 명칭, 로고, 초상, 사진 등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는 빅히트가 수년간 상당한 노력과 투자를 들여 이룩한 성과물에 해당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결국 지난해 11월 서울남부지법은 이를 받아들여 M사에게 BTS 짝퉁 화보집의 제작, 배포, 판매, 수출 등 모든 행위를 금지하도록 명령했다. 나아가 M사가 결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1일당 빅히트에 2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BTS사진 절반이상 게재하기도"

하지만 일부 업체들은 법원 결정으로 짝퉁 화보집의 길이 막히자 이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간행물(잡지)를 발행하는 꼼수를 부렸다. 외견상은 BTS 사진 이외에도 다른 연예인의 기사와 사진도 일부 추가, 연예 잡지를 표방했지만 전체 분량의 절반 이상을 BTS 사진으로 도배해 팬들에게는 사실상 'BTS 화보집'으로 인식됐던 것.

빅히트 측은 또 한번 소위 '무늬만 잡지'를 제작·판매하는 A사를 상대로 판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1심은 다른 연예인의 기사도 일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정당한 언론보도의 범위에 해당한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빅히트 측은 2심에서 A잡지에 대한 실제 팬들의 SNS상 반응 및 설문조사 결과, A잡지가 거래되는 현장, 일반적인 국내외 언론보도용 연예잡지와의 구체적인 차이점 등에 대한 증거를 제출, 이 잡지가 수요자인 팬들에게 화보집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2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최근 A잡지를 '실질적인 화보집'으로 인정하고 "잡지의 발행·판매 행위가 통상적인 언론보도에 해당해 언론·출판의 자유로 보호되기도 어렵다"며 잡지 발행·판매 행위를 금지하라고 명령했다.

사건을 담당한 광장의 김운호 변호사는 "연예인의 명칭, 초상 등을 무단 이용하는 것은 전속계약상 명칭과 초상 등에 관해 독점적 권리가 있는 매니지먼트사의 영업상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정경쟁행위의 금지를 구할 독자적 금지청구권이 인정된다는 점, 잡지사도 일정한 범위를 넘어 연예인의 사진을 이용한 행위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넘어서는 행위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퍼블리시티권이란 유명인의 초상이나 성명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권리로, 미국 법원이 1950년대 처음 인정하면서 등장했다. 퍼블리시티권은 상속과 양도 가능한 '재산권'이라는 점에서 성명권, 초상권 등 '인격권'과 다르다. 가령 유명인이 자신의 이름이나 초상을 도용당했다면 초상권 침해 외에도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배상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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