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한약 건보적용, 이제 시작…한의 의료통합 힘 쏟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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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5.08. 오전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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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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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 ①
"대대로 한·양의 구분 없어…한의 제한은 일제 잔재"
"한·양의간 갈등 사회적 손실 커…갈등 실마리 찾아야"
"추나 다음은 첩약 건보 급여화…의료통합에 전력투구"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이 7일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잠시만요. 커피 좀 마시고요.”

최혁용(49·사진) 대한한의사협회장은 7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다 갑자기 자신의 책상 위에 있는 보온병을 찾았다. 한방차가 아니냐고 질문하자 “한방차는 전혀 먹지 않는다. 커피가 더 맛있다”며 껄껄 웃었다. `입에 쓴 게 약이 되는 게 아니냐`고 되묻자 “커피도 쓴데요?”라며 재치있게 맞받아쳤다.

◇영역 제한 없는 의사를 꿈꾸다

보통 한의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한약과 침이다. 드라마 `동의보감`의 주인공인 허준의 이미지가 한의사에 고스란히 투영됐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배경이 조선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400여년 전 동의보감이 편찬됐을 때와 현재의 한의사 이미지는 변함이 없다. 왜일까.

최혁용 회장은 이를 일제 잔재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한의 역사의 시작은 고조선시대로 추정되고 있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쑥과 마늘은 약물과 금기에 대한 내용이 존재한다는 증거로 알려졌다. 이후 삼국시대, 고려시대로 이어지며 이 땅에서 나는 약물로 우리나라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향약의학으로 발전했다. 조선시대 들어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동의보감 편찬을 통해 의학의 전성기를 맞았다.

최 회장은 “과거에는 한의사가 외과의사였고 국가방역사업까지 책임졌다”라고 소개했다. 가장 대표적인 외과의사는 화타다. 삼국지에 나오는 화타는 독화살을 맞은 관우를 치료했다.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마비산이라는 마취약을 최초로 개발한 이로도 유명하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국가방역책임자는 지석영이다. 통상 마마로 불리는 천연두는 걸렸다하면 마을 하나가 사라질 정도로 무서운 전염성을 지닌 병이었다. 이를 예방할 수 있게 종두법을 시행해 예방의로서 활약한 것이다. 최 회장은 “그 시대 의사는 한의사뿐이었고 따라서 한의사의 업무 범위에는 제한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제시대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일본은 일본 전통의사와 서양의사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로 합치는 정책을 폈다. 국내에서도 같은 제도를 시행하려다 한의사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쳤다. 민족말살정책이라 생각한 한의사들이 이에 저항한 것. 이후 일제는 한의사 제도 존속 대신 의사가 아닌 의생 신분으로 격하하고 한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을 한약과 침만 활용할 수 있게 제한했다. 이를 두고 그는 “당대 최신 의학지식으로 환자를 치료하던 의사에서 한약과 침만을 잘 쓰는 사람으로 되고 말았다”고 했다.

1951년 부산 피난 국회에서 국민의료법이 제정되며 의사와 한의사가 동등하게 대우하는 법이 통과됐지만, 35년 일제시대 동안 억눌려온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최 회장도 “웬만한 대학에 의대가 있는 것과 달리 한의대는 많지 않다”며 “지금은 12개 대학에 한의학과가 있지만 90년대 전에는 5개 사립대에만 있었다”고 말했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의사협회 갈등의 실마리 풀기

한의로서의 역할 축소는 의사 간의 갈등으로 이어지며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엑스레이 등과 같은 현대의료용 장비 사용 등은 양방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허리나 발목이 뼈서 한의원을 찾아도 뼈가 상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정형외과에서 별도의 비용을 내고 엑스레이를 촬영해야 한다. 환자에게 이중부담일 수밖에 없다. 의사들은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조치라며 판독능력이 없는 한의사들의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회장은 “중국에는 중의사와 서의사, 북한에는 고려의사, 임상의사로 나뉘지만 엑스레이 사용과 수술이 모두 합법인 반면 국내에서는 한의가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갈등의 내면에는 행위별 수가제도라는 진료비 지불제도가 있다. 진료행위마다 항목별로 일정한 가격을 책정해 진료비 중 일부를 건강보험에서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렇다 보니 `환자=돈`이다. 환자를 위한 최상의 치료법을 찾고자 여러 의사가 머리를 맞대는 게 아닌 다른 분야로 환자를 뺏기지 않으려는 영역 다툼을 야기하는 구조인 셈. 그는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크다”며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이 상태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만큼 의료 일원화, 학문 융복합을 통해 갈등의 실마리를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5년 OECD에서 발표한 인구 1000명당 의료인 수는 평균 3.27명이다. 국내에선 2013년 기준으로 2.2명이었다. 여기서 한의사를 제외하면 약 1.8명으로 확 줄어든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는 한의 활성화를 통해서 충분히 국제수준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나치게 한의학의 특수성을 강조하면 의학의 보편성을 놓칠수 있다”고 경고한 뒤 “5%의 알코올이 맥주의 독특함을 만드는 것처럼 이 시대까지 쌓아온 지적자산 위에 한의의 특수성이 빛을 발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이 허준박물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추나 다음 첩약 급여화

그의 빠른 판단과 행동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8일 국토교통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교통사고로 인한 자동차보험 인정 횟수를 치료 기간 중 20회 이내라고 자동차보험 추나요법 행정해석을 내놓자 그는 심평원 본사가 있는 원주로 바로 내려갔다. 그리고 다음날 심평원은 홈페이지에 추나요법 관련 질의응답을 게재해 동일환자가 동일 사고로 인해 추나요법을 하는 경우의 인정 횟수를 20회로 정했지만 진료상 필요하다는 한의사의 소견이 있는 경우 추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수정안을 내놨다.

이 같은 성과에 그는 만족하지 않았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취임하며 추나와 첩약, 약침이 건강보험에 적용받을 수 있도록 급여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나는 이달부터 보험을 적용받고 있다. 앞으로는 첩약과 약침의 급여화가 남았다. 최 회장은 “올 하반기 노인, 부인, 소아과 질환과 비염, 요통 관절염 등에 대해 첩약의 급여화가 시범 적용될 예정”이라며 “앞으로 정부와 협의를 통해 한약의 보험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1988년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해 한방소아과 인턴 레지던트 석·박사 과정을 거쳤다. 1999년 사회에 나와 전공을 살려 최초의 소아 한의원인 함소아한의원을 열고 함소아제약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국회 입법 보조인으로 일하기도 했고 이후 본격적으로 인하대 로스쿨에 들어가 법을 공부해 변호사가 돼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일했다. 그는 협회장에서 물러나면 다시 변호사로 돌아갈 계획이다. 경영자나 한의사로서보다 변호사로서 한의관련 법과 제도 개선에 보다 더 효과적으로 노력할 수 있다고 본 것. 그는 “결국 제가 추구하는 한의사 영역 확대와 한의사 의료통합이라는 게 법과 제도의 문제”라며 “앞으로도 의료통합을 위한 제도 변화에 제 에너지를 모두 쓰겠다”고 약속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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