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영어 교육 1세대 민병철
민병철 한양대 특훈교수는 문법 위주의 영어 교육이 주를 이루던 때에 처음으로 실전 회화 위주의 생활영어를 도입한 교육자로 유명하다. 국내 영어 교육 1세대이자 성공신화를 만든 비결이다. 민 교수는 “문법 중심의 입시제도로 인해 외국인과 통하는 실용영어의 기본량을 채울 수가 없다”며 “회화로 접촉을 늘려야 언어를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증명하듯 민 교수는 어릴 때부터 영어를 곁에서 접하며 자랐다. 서부활극 영화를 좋아해 매일같이 봤다. ‘OK 목장의 결투’ 등 영화 대사를 직접 따라 했다. 호주 출신 선교사 부인이 만든 스파게티를 얻어먹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교회에 다니다가 그 집안 자녀와 친해져 영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기도 했다. 민 교수는 “어느 날 선교사 집 뒤뜰에서 영어 연습을 하고 있는데 부인이 ‘라디오 영어 뉴스가 나오는 줄 알았다’고 칭찬해 신났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당시 회화 위주의 영어 교육이 거의 없었던 만큼 민 교수의 회화 실력은 금방 눈에 띄었다. 1973년에는 대학생 신분으로 KBS에서 20분짜리 라디오 영어회화 방송을 하게 됐다. 파격적으로 극장에서 상영하던 ‘벤허’ ‘삼손과 데릴라’ 등 영화를 전부 녹음해 이를 교재로 활용하며 영화영어를 가르쳤다. 이후 1981년부터 1991년까지 10년 동안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아침 6시 30분 MBC TV에서 생활영어 방송을 진행했다.
외국인과 통하는 생활영어가 보급되지 않았던 때라 이 방송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학생은 물론 직장인, 주부들까지 TV 앞에 몰려드는 바람에 일선 영어학원의 수강생이 줄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 정도였다. 민 교수는 “당시에는 문법 위주의 영어학습이 주류였는데도, 많은 시청자가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민병철 생활영어’ 책을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영어 교육이 학생 개개인의 관심사나 꿈과 접목돼야 한다고 믿는 민 교수는 이제 한양대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로 자신의 꿈과 미래 계획을 이야기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학생 각자가 자신을 영어로 소개하면서 영어 교육과 개인의 인생에 대한 계획을 함께 해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민 교수는 “학생 각자가 영어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짧은 동영상을 만들고 있다”며 “가능하다면 초등학교까지 이런 방식의 영어 교육을 도입하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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