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배드민턴 유망주들의 잊지 못할 첫 한국 나들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5일 0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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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원천 요넥스코리아 주니어선수권 출전
-‘인간새’ 붑카 주선으로 고대하던 한국행 성사
-대한배드민턴협회 체재비 지원
-“한국에서 많이 배웠어요.”

2018 밀양 원천 요넥스코리아 주니어 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 처음 출전한 우크라이나 대표팀.
2018 밀양 원천 요넥스코리아 주니어 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 처음 출전한 우크라이나 대표팀.
육상 장대높이뛰기의 전설인 ‘인간새’ 세르게이 붑카(55·우크라이나)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30년전인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그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선수권 우승을 밥먹듯 했던 그가 올림픽에서 딴 유일한 메달이다. 붑카는 1984년 LA올림픽에선 구소련의 보이콧 결정으로 불참했고, 1992년 바르셀로나,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도 도전했으나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과 잊지 못할 기억이 있는 붑카는 올해 9월 서울올림픽 30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하는 등 한국을 자주 방문하기도 했다. 그런 붑카가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배드민턴 유망주들에게 소중한 한국 나들이 기회를 마련했다.

2018 밀양 원천 요넥스코리아 주니어 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여자 선수.
2018 밀양 원천 요넥스코리아 주니어 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여자 선수.
우크라이나 남녀 배드민턴 선수 6명(평균 연령 14.3세)과 지도자 2명 등 8명의 선수단은 16일까지 경남 밀양에서 열리는 2018 밀양 원천 요넥스코리아 주니어 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는 19세 이하 주니어 선수부터 13세 이하까지 청소년 전 연령이 참가하는 국내 유일의 주니어 국제대회. 우크라이나가 참가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배드민턴 불모지로 알려진 우크라이나의 한국행이 성사된 데는 붑카의 역할이 컸다. 우크라이나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인 붑카는 자국 셔틀콕 꿈나무들이 배드민턴 최강국인 한국에서 한 수 지도를 받고 싶은데 경비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는 사연을 전해 들었다. 이에 붑카는 대한배드민턴협회에 직접 지원을 요청하는 전문을 보내는 정성을 보였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우크라이나 선수단의 체재비 전액을 후원하기로 하면서 방한이 이뤄졌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장대높이뛰기에서 5m 90을 뛰어넘고 있는 세르게이 붑카.
1988년 서울 올림픽 장대높이뛰기에서 5m 90을 뛰어넘고 있는 세르게이 붑카.
장대높이뛰기 전설 세르게이 붑카.
장대높이뛰기 전설 세르게이 붑카.
앨리나 플린트 우크라이나 선수 단장은 “한국의 선진 배드민턴 기술을 배우고 싶었다. 1000명 넘게 참가하는 대회 운영 노하우를 익혀 우크라이나 배드민턴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38개의 학교 배드민턴 클럽 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며 동호인은 1만5000명 정도로 알려졌다. 한국은 엘리트 선수의 등록 팀만 해도 304개에 선수 숫자는 2300명 정도이며 동호인 클럽은 3600개에 등록된 생활체육 선수만도 23만1500명에 이른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에는 유럽주니어 단식 3위를 차지한 선수도 있었는데 이번 대회 2회전에서 탈락하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의 대회 최고 성적은 여자복식 16강 진출. 우크라이나의 마리야 스톨리아렌코(14)은 여자 단식과 여자 복식에서 한국 선수를 이긴 뒤 우승한 듯 기뻐하기도 했다.

성한국 전 한국대표팀 감독에게 특별 지도를 받은 우크라이나 배드민턴 유망주.
성한국 전 한국대표팀 감독에게 특별 지도를 받은 우크라이나 배드민턴 유망주.
깜찍한 외모를 지닌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다른 나라 선수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한 우크라이나 선수는 “경기 운영, 숙소, 수송 등 기본 대회 운영이 잘 돼 인상적이었다”며 “밀양은 작고 조용한 도시 이미지인데 한국 사람이 너무 친절했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는 “배드민턴 전용경기장에서 처음 뛰어봤다.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이 훌륭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성한국 전 한국 대표팀 감독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기도 했다. 성 감독은 “장신의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팔 다리가 길어 뛰어난 신체조건을 지녔다. 기본기를 더 가다듬어야 하는데 배드민턴 열정은 뜨거웠다”고 평했다.

플리트 단장은 “날씨는 우크라이나가 훨씬 춥다”며 “내년에 더 많은 선수들이 데려오고 싶다”며 웃었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일본 등 전통의 배드민턴 강국을 비롯해 미국, 우크라이나, 타지키스탄, 뉴질랜드 등 총 14개국 1046명이 참가해 미래의 셔틀콕 스타를 가렸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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