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산은 해발 350m, 근처를 흐르는 섬강 어귀에서 보면 수직으로 떨어지는 절벽이 무섭기보다 어여쁘게 보이는 산이다. 산이 비교적 낮은 것도 이유겠지만, 소금산 주변을 흐르는 삼산천과의 어우러짐 때문이다. 역시 기암괴석 아래엔 물이 흘러야 제 맛이다. 소금산 출렁다리는 소금산 탐방로와 연결되는 계곡 위에 있다. 소금산 출렁다리를 걸으려면 일단 간현관광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매표소까지 10분쯤 걸어가야 한다. 초입에 무인 매표소 부스가 있지만 아직 관광객이 몰리는 시즌이 아니라 그런지 문은 닫혀 있었다. 섬강을 가로지르는 간현교를 건너자 유인 매표소가 나온다. 후덕한 인상의 매표 직원이 2인 입장료 6000원을 받더니 원주사랑상품권 4000원(1인당 2000원)을 준다. 원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마중물이다. 실제로 우리는 돌아가는 길에 간현관광단지 특산물인 브레드밸리의 ‘황금소보로’를 사 먹느라 상품권에 몇천 원을 더 지출했다. 지방 정부에서 돈을 투자해 관광지를 활성화 시키고 입장료 수입의 일부를 돌려주는 것이다. 원주시 소금산 출렁다리의 경우 입장료 3000원을 받아 원주시 지역 상인에게 2000원을 되돌려 주는 셈이다. 내가 그렇게 했듯, 되돌려 받는 상품권은 원주시 어떤 상점이나 식당에서 현금 대신 사용할 수 있으니, 여행자와 상인은 물론, 지역에도 좋은 선순환 구조인 것이다.
입장권을 사면 손목 밴드를 주는데, 그것을 꼭 손목에 고정해야 한다. 출렁다리를 오갈 때 밴드에 입력되어 있는 바코드를 대야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간현철교를 건너 잠깐 걸어가자 소금산 출렁다리 입구가 나온다. 이 계단은 소금산 출렁다리를 지나 소금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길목이다. 방부목으로 설치한 계단은 모두 578개. 여기를 다 올라가면 건강 수명이 38분30초 늘어난다고 한다. 큰 무리 없이 계단 끝까지 오르자 지하철 개찰구처럼 생긴 무인 출입문이 등장한다. 밴드를 대고 통과해서 들어가보니 오른쪽으로 길고 아찔한 소금산 출렁다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른 여행지에 가면 거들떠도 보지 않는 시설 제원표에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간다. ‘다리의 길이는 200m, 주케이블 소재는 아연….’ 사실 이런 내용보다도 피부에 와닿는 내용은 이런 것들이다. ‘주케이블이 끊어지려면 1280톤의 무게가 작용해야 한다. 건설현장에서 볼 수 있는 25톤짜리 덤프트럭 50대를 이 다리에 매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통행 하중으로 계산해 보면, 소금산 출렁다리는 체중 70kg의 성인 1280명이 동시에 지나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높은 곳, 그것도 계곡을 가로지르는 시설물이라 바람도 좀 걱정이 되었다. 설계 풍속은 34m/s, 즉 초속 34m의 강풍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규모 5.5의 내진 설계도 적용되었다. 5.5 규모의 지진은 500년 주기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이다. ‘출렁다리 제원’을 읽어보고 다시 출렁다리를 올려다 보았다. 다리 위에는 10여 명의 관광객이 오가고 있었다. 제원을 읽고 나니 무척 안심된다.
▷Info 소금산 출렁다리
위치 (주차장)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소금산길 14 시간 (하절기) 09:00~18:00 *입장 마감 16:00 입장료 3000원, 원주 시민 1000원(3000원 입장객에게 2000원권 원주상품권 증정)
▶간현관광지
특히 섬강의 아름다움은 바라보는 사람의 생각마저 정지시킬 만큼 고요하고 깊고 유유하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도 사실은 이곳 섬강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선조 14년 1580년에 강원도 관찰사로 명을 받고 당시 강원도 감영(지금의 도청) 소재지였던 원주로 향했다. 그가 경기도 여주를 지나 처음 만난 강이 바로 섬강이다. 그는 섬강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노래했다.
‘평구역(양주) 말을 가라(갈아타고) 흑슈(여주)로 도라드니(돌아드니) 섬강이 어듸메오(어디인가) 티악(치악산)이 여긔로다(여기로다) 쇼양강(소양강) 나린(흘러내린) 물이 어드러로(어디로) 든단 말고(흘러 간단 말인가)’
섬강의 이름을 누가 명명했는지 모르겠으나 그 섬 자가 ‘달 섬蟾’인 것을 보면 달빛 아래 빛나는 섬강의 모습이 얼마나 황홀한지 추측할 수 있다. 또한 달 빛에 비치는 섬강이 유난히 아름다운 이유 가운데 유유히 흐르는 섬강을 묵묵히 내려다 보고 있는 소금산의 기암괴석 또한 큰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세상에 혼자 빛나는 것은 없을 터!
간현은 이처럼 섬강, 삼산천, 소금산, 소나무, 그리고 달빛 등 정서적 정체성을 생각해 볼 때 왁지지껄 시끄럽게 떠들면 놀기보다는 산책하고 사색하고 소소한 대화와 함께 지내기에 적당한 곳인 것이다.
▶원주레일파크
▷Info 원주레일파크
-이용료 2인승 3만8000원, 4인승 4만8000원 / 운행 시기 3~11월 중순
-운행 소요 시간 풍경 열차 약 20분+레일바이크 약 40분 (왕복 총 소요 시간 약 1시간40분) 출발 시각 (성수기) 09:30 – 11:10 – 12:50 – 14:30 – 16:00 – 17:50(이 시간은 탄력 운행) / (비수기) 10:00 – 11:30 – 13:00 – 14:30 – 16:00 *예약 및 자세한 정보는 원주레일파크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전국 출렁다리 - 구름다리 여행지
[글 이영근(여행작가) 사진 안동수(다큐PD)]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75호 (19.04.23) 기사입니다]
▶매경 뉴스레터 '매콤달콤'을 지금 구독하세요
▶뉴스 이상의 무궁무진한 프리미엄 읽을거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