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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에서 가장 가까이 붙어있는 호텔, 메나하우스.
 피라미드에서 가장 가까이 붙어있는 호텔, 메나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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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보다 더 가보고 싶은 피라미드 앞 호텔

햇살은 뜨거웠다. 버스가 떠난 자리에는 흙먼지가 일었다. 피라미드의 매표소로 올라가는 경사진 비포장도로가 보이고, 옆에는 허름한 피라미드의 입구와 아주 상반되는, 한 눈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호텔의 입구가 보인다. 2012년 겨울, 나는 이집트 여행을 계획했었다. 아랍의 봄(민주화 혁명)으로 인해 중도 귀국을 할 때 1년 안에 다시 꼭 돌아오겠다는 다짐으로 1년짜리 왕복 항공권을 구매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설레는 이집트 여행을 계획하는 도중 호텔 객실에서 바라본 피라미드를 찍은 사진을 우연히 발견했다. 아주 화창한 햇살 아래 선명한 피라미드와 푸른 녹음. 그 호텔의 이름은 '메나 하우스.' 윈스턴 처칠과 같은 유명인사들이 묵기도 했던, 아주 유서 깊고 오래된 호텔이라고 했다.

배낭여행 중엔 물이 나오는 욕실이 있고 침대에 빈대만 없다면 숙소는 무조건 저렴한 곳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내게 두 번째 고향과 다름없는 이집트의 지난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장소인 메나 하우스는 단순한 '호텔' 이상의 매력으로 나를 매료 시켰다. 이후 예상치 못했던 문제로 인해 이집트 여행은 그렇게 물 건너가고 말았지만, 숙박비가 얼마가 됐든 언젠가는 꼭 그곳에 하루 묵으리라 다짐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1년이라는 시간이 더 흐른 뒤 이 년 만에 다시 찾은 피라미드. 그리고 메나 하우스로 '추정되는' 호텔. 호텔의 입구를 바라보고 있자니 지난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피라미드로 가는 입구가 두 개라는 이야기는 나도 이브라힘에게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비공식 입구는 피라미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걸어서는 갈 수 없는 거리이기 때문에, 티켓값에 자동으로 피라미드까지 타고 가는 '이동 수단'인 낙타와 가이드 가격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대신 기자의 대표적인 대 피라미드 세 개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파노라마 존에 갈 수 있고, 정식 교육을 받은 가이드가 낙타를 끌고 동행하기 때문에 꽤 신뢰성 있는 숏(Short) 투어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란다.

게다가 애초에 낙타나 말 따위의 이동 수단을 이용해 볼 생각이 있었다면, 종종 사고를 내기도 하는 탐탁잖은 낙타 몰이꾼들과 가격 흥정을 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고 믿을 만하다는 것이다. 내가 이용했던 정식 매표소는 피라미드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서 피라미드와의 접근성은 좋지만, 카메라에 담기에는 돌 하나하나부터가 너무나 거대해서 행여라도 대 피라미드 세 개를 한 번에 바라볼라치면 뙤약볕 아래를 이삼십 분 남짓 피라미드를 등지고 파노라마 존까지 걸어야 했다. 그 길을 왕복으로 다녀오고 나면 사람들은 모두 녹초가 됐다. 다음에 또 이곳에 온다면, 그때는 꼭 그 입구를 이용해 봐야겠다.

인도보다 악명 높은 사기꾼들이 득실거리는 곳

그들은 언제나 끈덕지게 관광객들에게 따라 붙는다. 하지만 피라미드의 상인들은 정말 '특별한' 이집션이다. 일반 현지인들은 절대 그들 같지 않다.
▲ 피라미드의 상인들 그들은 언제나 끈덕지게 관광객들에게 따라 붙는다. 하지만 피라미드의 상인들은 정말 '특별한' 이집션이다. 일반 현지인들은 절대 그들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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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엔 인도보다 이집트가 더 골 때리는 나라 같아. 네가 여기서 살아남는다면, 세상 어디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이집트에서 우연히 만났던, 세계 곳곳을 배낭여행으로 일주했던 선배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리기 전 버스 아저씨는 내게 신신당부를 하셨다.

"저~기, 저기 보이는 저 경사로를 따라 쭉 올라가. 3~4분 남짓 올라가면 될 거야. 중간에 왼쪽으로 샛길이 나오는데, 네가 여기서 내리는 순간부터 사람들이 와서 '저 오르막길 위엔 아무것도 없다'고, '얼마 전에 매표소가 바뀌었다'고 거짓말할 거야. 그러면서 샛길에 있는 허름한 곳으로 널 데려가려고 할 텐데, 거기엔 가짜 매표소가 있어. 엄청난 바가지를 씌워서 팔지만 그 표로는 피라미드에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그렇다고 정식 매표소에서 그걸 책임져 주지도 않아.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하든 앞만 보고 쭉! 올라가야 해 하빕티!(내 사랑, 이라는 뜻의 친근함의 표현이 담긴 아랍어 애칭)"

이집션들의 상술과 거짓말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물론 여기서의 이집션은 관광업에 종사하는, 특히 피라미드에서 일하는 상인들이다. 그리고 그 술수에 제대로 걸려든 사람들은 치를 떨며 이집트를 떠나 다시는 오지 않는다. 그들의 '말발'이란,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우선 공짜인 척 낙타와 한 번 사진을 찍은 후 위협적인 태도로 돌변해 사진의 대가로 몇 만 원을 요구하는 상인들의 수법은 이미 너무나 뻔하고 유명해서 먹혀들지도 않는다.

그 외에도 코앞에 정식 매표소가 있는데도 문을 닫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공짜로 낙타를 태워 주겠다고 한 뒤 돈을 줄 때까지 체감 3미터 높이의 낙타 등에서 내려주지 않기도 한다. 내가 찍는 사진의 앵글 속에 우연히 스치듯 지나간 뒤 자신의 사진을 찍었으니 사진 값을 내놓으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지인에게선 돈이 없다고 지갑을 보여주며 이거라도 주겠다고 한국돈 천 원을 내밀었더니 이집션 사내가 고개를 저으며 '초록색'으로 달라고 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물며 피라미드뿐인가, 내가 칸엘칼릴리 시장에서 빨간 접시를 사려는데 눈앞에 흰 접시를 들이밀며 빨간색이라고 우긴다거나, 네가 차를 타서 시트가 더 닳았으니 시트값을 물어내라는 놈도 있었다. 예쁘다고 말해 줬으니 네 가방을 나한테 선물해 달라는 둥 그들의 수법은 상대방이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방방 뛰게 만들며 결국은 원하는 것을 주고 자신들을 떼어내게 만드는 방법이다.

대체 왜 여기가 좋은지 가끔은 나도 이해가 안 돼

피라미드 주변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 뒤로 피라미드의 제일 꼭대기 부분이었던 피라미디온이 보인다. 피라미디온은 원래 금으로 입혀져 있었으나 무슬림들이 사원을 짓기위해 피라미드 겉면을 뜯어갈 때 함께 없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 상인들과 피라미디온 피라미드 주변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 뒤로 피라미드의 제일 꼭대기 부분이었던 피라미디온이 보인다. 피라미디온은 원래 금으로 입혀져 있었으나 무슬림들이 사원을 짓기위해 피라미드 겉면을 뜯어갈 때 함께 없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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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이 지긋지긋한 나라를 미친 듯이 사랑하고 있지만, 동시에 나는 언제나 그런 그들과 싸웠다. 한 마디를 하면 두 마디로 받아치며 맞섰다. 열 번에 한두 번은 정말로 당장 짐을 싸서 돌아가고 싶을 만큼 최악인 인간들을 만나 정나미가 뚝 떨어지기도 했지만, 한국인 소녀 대 악덕 이집션 상인의 싸움은 대부분이 실없게 끝이 났다.

부족한 아랍어라도 섞어가며 눈싸움에서 절대 지지 않고 소리 지르다 보면 그들은 휴전 협정을 제안한다. "메쉬 메쉬, 마 피 무쉬킬라. 칼라스."(알았어 알았다고, 문제없어. 이제 그만하자.) 내가 무서워서가 아니다. 되지도 않는 아랍어로 바락바락 악을 써대는 동양인 아가씨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 그들은 손을 내저으며 휴전을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그러면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상황이 종료된다.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거짓말에 대한 인정도 하지 않는다. 그저 아프리카의 다른 곳들에서 모든 일을 '하쿠나 마타타'로 종료시켜 버리듯 그들은 그렇게 내 혼을 쏙 빼놓고선 자기들끼리 상황을 종료시켜 버리곤 했다. 그러면 나는 머리끝까지 내 약을 올려놓고는 뻔뻔하게 '싫으면 됐어'로 마무리하는 그들이 괘씸해서 혼자 씩씩거리며 "난 안 괜찮아. 난 안 끝났다고!!" 하며 악을 쓰며 달려들었다. 그들은 넉살 좋게 그리고 얄미우리만치 뻔뻔하게 웃으며 내게 말한다.

"마피쉬 무시킬라. 칼라스."(문제없대도, 그만해 그만.)

악을 쓰며 달려드는 내 전의를 꺾어 버리는 그들의 반응에 '허' 하면서 헛웃음이 난다. 긴장에 빳빳해졌던 어깨가 털썩 내려앉는다. 정말 뭐 이런 놈들이 다 있나 싶어 고개를 젓는다. 크고 작게 일어난 비슷한 상황들 속에서 나는 결국 그들에게서 웃음으로 싸움을 마무리하는 법을 터득했다. 내가 살던 곳과는 다른 계산법으로 삶을 주물럭거리는 이 나라. 그렇게 나는 이집션들과 이집트에서 함께 사는 법을 하나 더 배웠다.   

웰컴 투 피라미드!

그나저나 하필이면 내가 버스에서 내렸을 때 주변에 보이는 관광객이라곤 나뿐이다. 그리고 내가 내리는 것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던 악명 높은 피라미드의 상인들이 하이에나처럼 내게 점점 다가온다. 그리고는 잊으려야 절대 잊을 수 없는 이집트 사기꾼 특유의 영어 발음으로 나를 꾀기 시작한다.

"안녕~ 출구는 여기야, 여기."
"혼자 왔니? 낙타 어때? 낙타가 무서우면 나귀도 있어. 넌 예쁘니까 특별히 싸게 해줄게."
"헤이, 어디 가? 그쪽엔 길이 없어, 이쪽이라고 이쪽, 날 따라와."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우리 거짓말 치는 거 아니야. 하빕티, 매표소는 이쪽이라니까?"

저들이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말을 듣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정말 이 길이 아닌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저렇게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해대다니, 괘씸하면서도 그들을 보고 있자니 조금은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냉정한 현실이 그들을 이곳으로 내몰았을 테니.

피라미드에서는 이렇게 친근하게 사진 찍기를 청한 뒤에 엄청나게 바가지를 씌워 팁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 나흘라와 낙타몰이 소년 피라미드에서는 이렇게 친근하게 사진 찍기를 청한 뒤에 엄청나게 바가지를 씌워 팁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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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환경을 그저 탓하기에는 이보다 더한 상황에서도 자존심을 잃지 않고 땀 흘리며 살아가는, 내가 배워야 할 것이 너무나 많은 멋진 영혼과 맑은 눈을 가진 이들을 많이 만났기에 이들의 부도덕적 사고방식이 합리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어떤 한 사람의 모든 생애를 아는 게 아니고서야, 감히 같은 인간이 다른 누군가를 평가할 수 있겠는가. 단순히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기엔 우리의 인생은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는 덩쿨 같다. 그래서 나는 그저 입을 꾹 다물었다.

100미터가 조금 못 되는 언덕을 올라갔을까. 낯익은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지하철에서부터 택시를 타고 왔었는데, 그때는 택시 기사가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다줬던 바람에 내가 오늘 내렸던 이 장소를 기억하지 못했었나 보다. 티켓을 구입하고 보니 티켓이 좀 더 새로워졌다. 아주 멋진 홀로그램까지 붙어있는 게 그럴싸하다. 매표소 왼쪽에 있는 입구로 가서 소지품을 검사대에 올린 뒤 검색대 위를 신발을 벗은 채 통과하니 검색대에 있던 아저씨가 정겨운 인사를 건넨다.

"웰컴 투 피라미드!"

피라미드 내부에는 뭐가 있을까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세개의 각 피라미드 간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다.
▲ 피라미드 풍경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세개의 각 피라미드 간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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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나흘라와 이보가 보였다. 티켓을 사면서 도착했다고 연락을 했더니 들어오는 입구에서 부러 서서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쪼르르 달려가 그들에게 안겼다. 시계를 보니 낮 1시. 조금 서둘러 움직여야 모든 걸 둘러볼 수 있을 듯하다. 오늘 우리는 피라미드 내부를 둘러보기로 했다.

하루에 150명만 입장할 수 있어 오전 8시까지 도착하지 않으면 표를 살 수조차 없는 이집트 내부 입장권을 먼저 도착한 나흘라와 이보가 용케도 구해놨다. 갇힌 곳과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내게 피라미드 내부는 그리 유쾌한 장소가 아니지만 친구들과 함께이니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 이브라힘을 만난 이야기를 했더니 둘도 흥미롭다는 눈치다. 우리 모두 저녁식사에 초대받았다고 했더니 이보가 능글맞은 표정으로 싱글거리며 얘길 한다.

"Well, I think he didn't invite 'us', but you."
(글쎄, 내가 보기엔 '우리'가 아니라 소피 너만 초대한 것 같은데 말이야.)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나를 위해 나흘라가 먼저 들어갔다 오기로 했다. 이보가 들어갔다 오기엔 남겨진 두 명의 동양 소녀를 노리는 상인들의 시선이 꽤나 노골적이었기 때문이었다. 10여 분이 흘렀을까, 그녀가 생긋 웃으며 나오더니 엄지를 추켜올린다. 모든 촬영기기의 반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기 때문에 이보와 나도 모든 소지품을 나흘라에게 맡기고 피라미드 내부로 들어섰다. 피라미드 내부를 다녀온 사람들 중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이야기를 했다.

"어휴, 누가 안에서 노상방뇨라도 했는지, 지린내가 장난이 아냐."
"사기꾼들. 아무것도 없는 그 방을 하나 보는데 50파운드나 내게 하다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들이 말한 건 진실이었다. 하지만 그 두 마디가 피라미드의 전부라면 그것은 거짓이었다. 입구는 좁았다. 그리고 시작부터 가파른 계단이 이어졌다. 사람들이 말했던 희미한 지린내가 후각을 파고들었다. 조금 더 넓어진 공간 아래 끝없이 이어진 계단으로 들어섰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한 치의 틈도 없이 정교하게 맞물린 돌덩이들이 수미터쯤 떨어진 천장에서 매끄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짜맞춘 듯한 돌들의 매끈함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웅장했다. 이런 통로가 수십 개 혹은 수백 개일지도 모르는 피라미드의 내부를 상상하니 경이로움에 몸이 떨렸다. 내가 걷고 있는 철골 계단 옆으로 팔을 뻗을 수 있는 정도의 통로 폭과 꽤 높은 천장으로 인해 실내는 예상보다 크게 느껴졌다.

그 어떤 현대 기술로도 모방할 수 없는 이 수수께끼 같은 무덤은 어떻게 만든 것일까. 갑자기 끙 하는 신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이 높고 가파른 곳을 올라갔다가 내려올 생각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무서워하는 날 위해 뒤에서 따라와주던 이보는 자기가 있으니 걱정 말라며 나를 안심시킨다.

방의 입구가 가까워 보일 무렵, 계단 옆 경사로에 몸을 기댄 채 헬멧에 달린 조명등으로 무언가를 관찰하는 이들이 보였다. 또 궁금한 건 절대 못 참는 이보와 내가 아랍어 영어 손짓 눈빛 모두 섞어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카이로 대학교 고고학과 학생들이란다. 그들의 눈과 말에서 고대 이집트 왕국의 후손으로서 자신들의 국보를 연구하고 또 지켜내고 있는데서 오는 자긍심이 생생하게 전해져왔다.

드디어 방에 도달했다. 방은 생각보다 좁았지만 동시에 예상 외로 넓었다. 단단한 돌로 둘러싸인 방 한구석에는 똑같이 돌로 만들어진 석관이 놓여 있었다. 그것이 방안의 전부였다. 방과 그 안에 덩그러니 놓인 석관. 고요하게 그곳을 둘러봤다. 피라미드는 아주 과학적으로 지어진 건축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공기가 통하게 만들어진 환기 구멍과 피타고라스 비율, 별자리 방향과의 일치, 동서남북의 균형 등등 피라미드를 둘러싼 경이로운 비밀들은 흘러넘쳤다.

하지만 나는 그 방에 들어서서 그곳의 고요만을 만끽했다. 아주 비밀스럽고 잔잔한 침묵. 오분 가량 그곳에서 머물다 다시 왔던 길을 돌아내려갔다. 이보를 앞세우고 머리카락들이 동글동글 말려있는 그의 뒤통수만 바라보면서.

출구로 나오니 먼지 가득한 카이로의 공기가 그리도 신선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검표원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나흘라가 우리를 보며 웃었다. 이보가 웃으며 카메라를 받아들면서 말했다.

"뭐 어쨌든 피라미드의 일부를 볼 수 있었고, 일생에 한 번 보는 거라면 오십 파운드는 전혀 아깝지 않은걸? 너희는 어때?"

나와 나흘라는 내 키만한 피라미드 바위에 걸터앉은 채 폴짝 내려오며 대답했다.

"내 생각도 그래. 우리 얼른 움직이자. 이보 나 배고파!"

한국어로 '배고파'라는 말 뜻을 아는 이보가 한국어로 "나도"라고 대답하자 나흘라가 귀엽게 웃으며 대답했다.

"I think we are really three idiots! Because I also start to be hungry…. hehe."
(우리 정말 세얼간이 맞나봐. 나도 사실 배가 슬슬 고프기 시작했거든…. 헤헤.)

기자(GIza) 역에서 내려 피라미드로 버스타고 가는 법
기자 역에서 나와 편도 3차선으로 이루어진 큰 도로를 건너야 한다(기억에 따르면 옆으로 고가도로가 있었던 것 같다). 기자 지하철역은 지상에 있기 때문에 지하도가 없고 도로의 한 방향에만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버스를 타기 위해 제대로 길을 건넜다면 길 건너 정면에 기자 지하철역이 보여야 한다. 버스의 번호는 913과 917번이고 버스비는 1파운드이다(1년 전 정보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의 여지가 있음을 미리 밝혀놓는다). 버스기사 아저씨와 사람 좋아 보이는 승객에게 피라미드, 혹은 '알 아흐람'이라고 말하면 내릴 곳을 알려줄 것이다. 우선은 승차 전에 꼭 행선지와 방향을 확인하고 탑승하는 것을 추천한다. 대략적인 이동 소요 시간은 15분 내외이다.   

* 더 필요한 정보나 도움이 있다면 이브라힘이 언제든 도와주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그는 현재 기자 지역에 살고 있으며 카우치 서핑으로 세계 각지의 여행자들과 소통하며 지내고 있다.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은 따로 숙박료를 받지 않고 각국의 여행자들이 자신의 빈방이나 소파(Couch)에 손님을 받는 숙박 문화로, 단순한 숙박 제공이 아닌 문화 교류와 여행의 새로운 만남의 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도움이 필요한 분이 있다면 제게 오마이뉴스 쪽지나 블로그로 알려주면 된다.



태그:#이집트, #카이로, #피라미드, #쿠푸왕, #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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